책을 읽어주는 노인, 간호사의 안내로 한 할머니에게로 다가옵니다. 책 읽어드리는 분이에요. 싫다는데도 잘 달래서 두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그리고 간호사는 물러갑니다. 노인은 자 어디까지 읽었더라 하면서 책을 폅니다. 그리고 읽어나갑니다. 두 남녀의 연애 이야기 같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줍니다. 할머니가 겉은 건강해보이는데 치매 환자입니다. 아마도 두 사람은 그렇게 여러 날을 함께 하루하루를 지내온 듯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할머니는 가끔 그 다음이 궁금하다고 보챕니다. 그리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끝나는데요? 한창 재미있는데 끝을 밝히면 재미가 없지요. 달래면서 읽어갑니다.
한참이 되어서 할머니의 이름이 불려지는 것을 듣고는 그러면 그렇지 싶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짐작은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 이름이 불려질 때 확실하게 드러나지요. 결국은 그렇게 되었구나.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이지? 바로 그 이야기가 읽혀지는 것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연애를 시작했는지부터 시작됩니다. 사랑 이야기 연애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습니다. 사실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흥미를 가지고 빠지게 됩니다. 자신의 지난 시절을 반추하며 그 때의 짜릿했던 감정을 다시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뻐져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축제 기간 발랄한 성격의 부잣집 아가씨 ‘앨리’의 그 밝은 모습에 한번 보고 그만 빠졌습니다. 첫눈에 반할 때 뭔 계산이 필요합니까? 노아는 단번에 찍었고 끈기를 가지고 따라붙습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랑에 빠지면 별난 짓도 합니다. 그렇게 두 남녀가 신속하게 사랑에 빠집니다.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이지만 성인이라고 스스로 믿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환경이 너무 다릅니다. 앨리와 노아는 부잣집 아가씨와 시골 목재소 노동자의 아들입니다. 사실을 알게된 앨리의 부모가 그다지 반겨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대놓고 반대하기보다는 딸을 설득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미 사랑에 빠진 딸이 단호하지요.
좋은 방법은 두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일단 시골을 떠납니다. 나아가 앨리를 대도시로 유학을 보내버립니다. 강제 분리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가슴에 새겨진 사랑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느 날 밤 폐가농가에서 밤 늦게까지 지내다가 경찰까지 동원된 수색작업의 대상이 됩니다. 그 일 후 앨리의 부모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그 때 노아는 약속합니다. 이 집을 당신과 내가 사는 집으로 만들고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꾸며줄게. 헤어지고 나서 노아는 매일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그런데 아무런 답장이 없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수 개월이 지나고 1년이 되도록 소식 하나 없습니다.
그렇지요. 어쩌면 편지 한 번 없을 수가 있지? 정말 끝내자는 건가? 어떻게 답장 한 번 없지? 진짜 끝장내자는 건가? 세월은 흐릅니다. 노아는 2차대전 참전을 하고 앨리는 간호원으로 지원하여 전쟁터로 갑니다. 앨리는 부상자들 간호하며 거기서 괜챦은 남자를 만납니다. 역시나 부잣집 아들입니다. 물론 부모님도 적극 환영합니다. 사람도 괜찮고 환경도 좋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되었고 약혼까지 합니다. 한편 제대하고 무사히 돌아온 노아를 위해 아버지는 전 재산 정리하고 노아가 원하던 폐가 농가를 사들입니다. 얼마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노아는 혼자 힘으로 농가를 재건축합니다. 두 사람이 꿈꾸었던 대로.
가까이 강이 흐르고 조용한 곳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는 그만입니다. 그야말로 행복의 보금자리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없습니다. 때로 외로움을 달래려 이웃 동네 전쟁과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마음은 다른 데 있습니다. 여자도 그것을 알고 이해합니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낌새를 잘 알아차리지요. 말 그대로입니다. 노아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을 배경으로 찍은 노아의 사진이 지역신문에 난 것을 앨리가 보았습니다. 집을 팔려는 광고였지요. 순간 놀랍니다. 함께 꿈꾸었던 바로 그 집이라는 사실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반가움, 놀람, 당황. 어쩌지요? 약혼자 ‘론’에게 잠시 마음정리를 위해 다녀오겠다고 말합니다.
이미 약혼한 사이, 물론 아직 결혼까지 한 것은 아닙니다. 어느 쪽을 사랑한다고요?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앨리가 노아에게 따집니다. 어떻게 편지 한 번 없었느냐고요. 사실 하루 빠짐 없이 1년 365일 보냈습니다. 어떻게 답장 한 번 없었느냐고 되묻습니다. 앨리의 엄마가 가로챘던 것입니다. 사태가 다시 위기를 맞은 듯합니다. 엄마는 그것을 모아 앨리에게 돌려주며 알아서 선택하라고 말해줍니다. 현명한 선택, 그것은 편안한 생활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사랑은 있는 대로 받아주는 것. 상대방의 모난 성격도 받아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성공하였는지 모르지만 론은 오랜 시간 상처를 안고 지냈으리라 짐작합니다. 영화 ‘노트북’(The Notebook)을 보았습니다. 2004년 작품인데 재개봉했습니다.
첫댓글 좋은날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