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2일 연중 제29 주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상에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글입니다. “미국 메릴랜드의 한 마을에 남루한 복장의 서적 외판원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더위와 배고픔에 지친 청년은 마을 입구의 한 허름한 집을 찾았는데 한 소녀가 나왔습니다. 청년은 시원한 우유를 한 잔 부탁했습니다. 소녀는 정성껏 대접했습니다. 청년이 비용을 지불하려 하자, 소녀가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친절을 베풀 때는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20년이 지난 후에 메릴랜드 병원에 한 여성 중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병원장 하워드 켈리박사는 의사들을 총동원해 환자를 살려냈습니다. 그 여인은 1만 달러가 넘는 치료비 청구서를 받아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청구서 뒤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그날 한 잔의 우유로 모든 비용은 지급되었답니다.’ 우유 한 잔의 친절이 감당 못할 병원비를 대신했습니다. 우유 한 잔의 친절이 한 여인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100살의 아브라함은 자녀가 없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낯선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와 함께 손님들을 정성껏 대접했습니다. 창세기는 아브라함의 행동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리, 제가 나리 눈에 든다면, 부디 이 종을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시어 발을 씻으시고, 이 나무 아래에서 쉬십시오. 아브라함이 소 떼가 있는 데로 달려가 살이 부드럽고 좋은 송아지 한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에게 주니, 그가 그것을 서둘러 잡아 요리하였다. 아브라함은 엉긴 젖과 우유와 요리한 송아지 고기를 가져다 그들 앞에 차려 놓았다. 그들이 먹는 동안 그는 나무 아래에 서서 그들을 시중들었다.”
물론 아브라함도 친절을 베풀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손님은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내년 이때에 내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아브라함의 친절이 100세 넘은 아브라함에게 아들로 되돌아 왔습니다.
아브라함의 친절은 자손의 축복과 땅의 축복이 되었습니다. 저도 ‘친절’에 대한 작은 경험이 있습니다.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서 있을 때입니다. 서울 신학교에 수업이 있을 때는용문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가 정확하고 편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입니다. 한 자매님이 제게 서울 가려면 어디서 타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마침 서울에 가는 길이기에 저랑 같이 타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자매님과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불교신자인 자매님의 남편이 암으로 아파서 요양 중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게 기도를 청했고, 저는 기꺼이 기도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형제님은 베드로로 대세를 받고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자매님은 ‘다도(茶道)’를 가르치는 교수였습니다. 자매님은 제게 좋은 차를 선물해 주었고, 제가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는 성소후원회 임원피정에서 ‘다도’에 대한 강의를 해 주었습니다.
자매님은 제게 ‘음차대주(飮茶代酒)’라는 멋진 말을 알려 주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술을 못 마시는 경우에 술 대신에 차를 마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사업 상 술을 마실 경우에도 대신 차를 마시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멋진 말이었습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선을 베푸는 집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목마른 이웃에게 시원한 우유를 주는 것도 친절입니다. 길 가는 나그네를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친절입니다. 길을 묻는 이에게 기꺼이 동행하는 것도 친절입니다. 영적으로 메마른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영혼을 구원하는 사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적으로 메말랐던 사마리아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함께 있겠다.”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은 이웃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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