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묵주기도
오래 전의 일이다. 수원교구 호계동성당 청년회원들이 구로동에 있는
살레시오 수도회 돈보스코센타 교육관에서 1박2일 피정을 받게 되었다.
모두들 약속시간에 맞춰 속속들이 도착하였으며 낮 교육시간과 함께
저녘식사 후에도 몆 시간의 교육을 받게 되었고 이후 주의 및 지침사항을
들은 후 각자 고해성사를 받은 다음에 정해진 자기의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서 다음날 아침까지 입을 꼭 다물고 대 침묵으로 하루 밤을
지세워야 하는 피정 교육이었다.
고해성사를 받은 사람부터 각자의 정해진 구룹의 방으로 벙어리가 되어
버린 체 들어온다. 모두가 들어오고 침묵의 시간은 적막에 잠겨 고요히
흐른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침묵의 공허함속으로 마냥
빠져들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니 답답하여진다. 그렇다고 바로 취침에 들 시간도
아니다. 한참을 침묵하다. 나는 묵주기도를 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것
같아서 묵주를 꺼내니 다른 친구들도 모두가 무언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 이마에서부터 성호를 긋고 묵주기도를시작한다.
처음에는 침묵으로 소리를 내지않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성호를 그을 때 까지는 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이어서 전능하신 천주
성부 할 때부터 나의실수로 내가 먼저 소리를 내어서인지 모두가 따라서
소리 내어서 묵주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아주 조용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차분하게 기도가 진행되면서 아주 숙연하여
지기까지 하였으며 공동기도의 참맛이 들기도 하였다. 성모송이 이어지면서
옆방의 친구들도 생각이 난다. 그 친구들에게도 묵주기도를 하라고 할까하여
미다지문을 살며시 열고 방을 나서니 두 분의 수녀님께서 5m 간격을 두고서
계신체로 묵주를 길게 늘어뜨린 채 우리와 똑같이 묵주기도를 받치고 계신다.
우리들을 살펴주시고 지켜주시는 것 같아 고마운 생각을 하면서 옆방 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묵주기도를 하고있다. 그런데 우리와
진행이 똑같이 나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또 그 옆방 역시도 문을 열어보니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누가 동시에 하자고 시킨 것도 아니었을 터인데 이방
역시도 우리와 똑같은 단을 진행하고 있을 뿐더러 또한 소리를 내며 묵주기도
를 하고있다.
의하함을 느끼며 나는 조용히 문을 닫는다. 수녀님께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며 나는 나의 방으로 돌아와 묵주기도 5단을 모두와 함께 바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것이 우연의 일치라 하기에는 희한하고 신비하기까지 하다.
묵주기도를 하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묵주기도를 하게 된 것이며 침묵을
지키라고 하였는데도 침묵을 깨고 소리를 내어 묵주기도를 하게 된 것과 시작
또한 어떻게 동시에 하게 되었단 말인가?
아무튼 알수없는 수수께기로 나는 덕분에 신비! 신비! 에 대한 깊은 묵상으로
그 밤을 지세우게 되었고 다음날도 교육을 잘 받았다. 피정을 통해 우의와
친교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뿐더러 깊은 신앙에 한 발작 고취되기도 하였다.
그때 당시 내가 청년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는데 본당에서는 청년들 교육 차원에서
희망자 모두에게 피정을 보내준 것이다. 그때당시 우리본당에서는 청년회 월보를
매달 발행하였는데 월보에 이러한 에피소드를 실렸더니 고건선(바오로) 본당
신부님께서 검토 하시고 웃음 띤 미소를 지으시며 "참 재미 있는데" 하고 말씀과
함께 손도 꼭잡아주신다.
그때의 우리 젊은 청년들은 오늘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청년들은
지금도 "방지거회" 라는 모임을 통하여 매월 만나고 있는데 모두가 정겹고 반가움은
지란지교와 비교할만한 지우지애를 함께함에 우의에 변함이 없다.
또한 모두가 각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면서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몇몇 사람이 연락이 두절되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산가족 찾듯이 계속 백방
으로 수소문하면서 반가운 소식만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행여 그들이 이
글을 보고 연락이 닿는다면 얼마나 반갑고 좋을까. 행여 지금이라도 연락이 된다면
모두가 반갑고 기뻐할것이다
글: 김시철, 호계동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