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니시기하. 해안도로를 가다보면 바다 위에 우뜩 솟은 두 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일명 '피아'이다. 바다 속에 뚫어놓은 배기구이다. 아무런 안내 표지판이 없어도 '조세이 해저탄광'을 다가 왔음을 알려주는 징표이다.
1942년 2월 3일 오전 9시30분, 뒷편의 피아가 있는 해저탄광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바닷물이 막 교대를 하여 현장에 투입된 광부들을 덮쳤고, 현장에 있던 노동자 183명이 수장되었다. 이 중에 136명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다. 사건 직후 일본 정부는 탄광의 입구를 널판지로 막아, 시신 수습조차 못하게 하였다.
지금 사건현장을 지키는 것은 그 날의 '피아'와 '순난자의 비' 뿐이다.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기록이나 안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순난자殉難者'는 희생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한 고귀한 죽음을 말한다. 조선인 강제징용자가 황국신민으로 천황을 위하여 죽음을 자처하였다는 말인가? 광산을 운영하던 토지 주인과 일본 정부는 현장에 조선인 희생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겨두지 않았다. 일본시민단체가 조성한 추모비가 현장으로 부터 200여미터 동떨어진 곳에 있다.
우리는 현장에 기록을 남기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아가 있는 해변가(지금은 해수욕장으로 개발) 벽이나, 지금 순난자의 비를 다시 조성해서 조선인의 희생과 역사적 진실을 남기고자 한다.
2015년 일몬근대산업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나서 유네스코의 권고와 달리 지금 산업시설에 있었던 강제징용의 흔적은 은페되거나 삭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2,679곳에 달하는 일본 전역의 조선인강제동원시설이 있다. 이 중 역사를 기억하고 공간을 역사화하는 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