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막장 체험, 태백 석탄박물관을 찾아 ②

[演菩提(연보리)]

오후 일정은 [태백 석탄박물관] 관람과 봉정사 순례이다.

정암사를 출발한지 사십여분 만에 석탄 박물관에 도착했다.

태백시 소도동에 위치한 석탄박물관은 2,080평에 이르며 개관일은 1997년으로 되어 있다.

석탄 박물관에서 옮겨온 박물관 건설개요,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서 생활연료 공급과 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으나 물질문명의 발달과 청정에너지 사용 증대로 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그간의 석탄산업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한곳에 모아 귀중한 사료가 되도록 하고, 후세들에게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산업역군으로서 석탄생산에 종사한 광산근로자들의 업적을 알리고 석탄산업 전반에 대하여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활용하여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자 함.

[태백 석탄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입구에 들어서자 권양로란 이름이 붙은 32미터 높이의 대형 철구조물이 서 있다.

수직 갱도를 오르내리는 승강기이다.

예전에는 저것을 타고 수직으로 수백미터를 내려가서 채탄작업을 했었나 보다.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학습의 장이 되겠고 어른들에게는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로 역주행 해보는 추억 여행이 될 것 같다.

석탄 박물관이라고 해서 석탄과 관련된 것만 전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입구를 들어서자 마당에는 암석의 종류와 광산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는 야외 전시장이 있어 광산장비의 변천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볕이 뜨겁고 해서 모두 실내 전시장부터 둘러 보기로 했다.

전시관은 제1관인 지질관부터 제8관인 체험갱도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역시 아이들을 데려오기 잘 했다 싶을만치 전시관은 알찼다.

제1관인 지질관은 지구의 탄생과 구성물질인 암석, 광물 그리고 당시 생물의 화석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암석( 두 종류 이상의 광물이 모인 집합체)과 광물은 그대로 보석이었다.

고생대의 삼엽충, 중생대의 공룡알, 신생대의 화석인 호박 속에 갇힌 모기 등, 어른들이 보기에도 놀랍고 신기한 전시물들이 많았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나무 화석인 규화목이다.

▲ 규화목

▲ 화석이 된 나무, 규화목

책속에서나 봤을 지질시대의 화석들을 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얼마나 많이 보고 느끼고 기억하게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지질시대의 그것들을 보고 있다.

제2관부터가 석탄 관련 전시장이다.

석탄의 종류와 분포도, 채굴과 석탄을 이용하는 것 등, 여러 과정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장비의 발달이 눈에 띈다.

 ▲ 조개탄으로 불렸던 석탄

막장 속으로 걸어가는 사진 속 가장들의 어깨가 힘겨워 보인다.

얼마를 더 내려가야 끝이 보일까.

탄가루가 묻은 얼굴들이 하나같이 굳어있다.

앞도 뒤도 옆도 캄캄한 막장,

전시된 사진들을 보자니 그들의 애환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  개미굴이 연상되는 갱도, 지하 900미터까지 내려간다고 써져있다.

1950년대에서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나라 산업의 주 에너지원이 석탄이었다고 한다.

공장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연탄으로 난방과 취사를 하던 시절이다.

제6관인 광산생활관에는 그 당시 탄광촌의 생활상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고,

연탄과 화덕, 연탄집게 등 우리 세대의 눈에 너무도 익숙한 추억 속의 생활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어

잠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당장에 나온 이야기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다 산 이야기들이다.

죽지 않고 살아 남았으니 이렇게 이야기거리가 되어준다.

 ▲ 19공탄

이 장면에서는 핑그르르 눈물이 돌만치 애잔해 진다.

재래식 연탄제조과정이다.

검은 옷, 검은 장갑, 검은 얼굴,

잠시 쉬고 있는 아낙의 모습에서 생활의 곤고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전시된 인형이지만 그 모습이 하도 안스러워 우리 카페 소나타님이 머리의 수건을 바로 해 주고 볼을 가만히 쓸어보고 계시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관람객이 '이곳을 관리 하는 분이세요?'라며 묻기도...

광부의 직업병인 진폐증에 걸린 폐 사진과 함께 광산촌의 금기라는 것이 걸려 있다.

어찌 보면 황당하게도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만치 긴박한 나날들이었을테니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는 일 같다.

지금은 전국의 광산 중 96%가 폐광이라고 한다.

아직도 연탄이 나오는 걸 보면 탄광이 있고 광부가 있겠지만 사람보다는 기계가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그 시절의 매스컴은 가끔 탄광 사고를 전하곤 했었다. 매몰된 굴 속에서 며칠 만에 생환자가 실려나오면 TV 앞에서 온 국민이 환호하곤 했었다. 

그리고 유명했던 사북탄광사태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탄광촌 아이들,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탄가루가 섞여있다.

빛이라고는 헬멧에 달린 랜턴 불빛 하나, 그것에 의지해 지하 수백미터에서 고된 작업을 한다는 것이 내 눈에는 형벌처럼만 보인다.

캄캄한 곳에서 찬 도시락을 열어 검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짠해진다.

이제는 옛날 이야기에나 나오는 장면이겠지만 그래도 그렇다.

저 도시락을 쥐에게도 나눠 주었을까?

겁도 없이 쥐 한마리가 그들 가까이 나와 있다.

▲ 갱도 체험관 입구에서, 금당거사님

마지막 순서는 갱도 속으로 직접 들어가보는 체험관이다.

지하 900미터 아래의 갱도,

매캐한 냄새와 먼지 속에서 갱도가 무너지는 가상 체험을 끝으로 석탄 박물관 관람을 마쳤다.

우리와 같은 속도로 전시관을 돌고 있던 어느 낯선 거사님, 예전에 실제로 탄광촌에 사셨다고 한다.

동행에게 꽉 잠긴 목소리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때는 다들 이랬어. 나도 이러고 살았어."

그분이 풍기는 낮술 냄새조차도 설정처럼 느껴질만치 장면과 관람객이 하나 되어 있는 석탄박물관이었다.

이렇게 태백에서의 일정은 끝이 나고 이제 남은 한 곳은 봉정사이다.

봉정사는 대구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는 사찰이라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하다.

이곳에서 인라인님과 작별을 하고 우리는 태백 준령 꼬불꼬불한 길을 달려 지금 안동을 향해 가고 있다.

[먼고향]

가슴이 찡합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탄광에는 살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옛날 생각도나고...... 봉정사로 또 따라가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