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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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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그렇게 무서운 얼굴하지마."
"니가 날 자극하잖아. 맨날."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듯이
오히려 더 개구지게 웃는 진도원.
저 반달눈을 훅 찔러버리고 싶어졌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노래부르는 것도 좋아하게 되있죠."
"그래? 난 아닌데 어쩌냐?"
"그거야 한미소는 거짓말쟁이니깐."
지이랄하시네.
"숨어서 남몰래 노래하고, 혼자 흥얼거리기도 하고...."
참을 인자가
지금 내 머리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거든요?
재간둥이씨.
"너 혼날래."
이제서야 풀이 죽는다.
진도원은 날 잘근잘근 괴롭히다가도
저렇게 불쌍해보이는 척.
허나 입은 살아가지고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충고라구요. 정신병자 한미소씨를 위한.
"나에 대해서 다 안다는 것처럼 말하지마."
....
..
하지만.
하지만 난 그 순간 왠지 모르게 기뻤다.
지극히 소심하고도 기어들어가는 듯한 녀석의 충고에
가슴이 따가와 눈물이 왈콱 쏟아질 뻔 했지만..
그냥 난.
..
마치 아픈 날 꼬옥 안아주는 느낌이였달까.
...그리고는
너무나도 잔혹한 침묵이 어울리지 않게 깔려버렸다.
"백조가 못될꺼면 꾀꼬리라도 되야할 거 아닙니까."
쟤가 지금 뭐라는거야?
"뭐라고?"
백조.
꾀꼬리?
"잘 생각해봐요."
"난 고등학교도 다니다 말아서 그런 어려운 말 몰라."
"픽. 학교도 다시 다녀요."
"너...자꾸 이래라 저래라.."
울화통이 슬그머니 올라오려는데
녀석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각의 시간을 주기위해서 난 이만 퇴장!"
"그래!! 빨리 퇴장해라. 넌 레드카드여."
"재미없어."
"너 재밌으라고 한 얘기아냐."
아니.
웃으라고 해 본 어줍짢은 조크였는디..
쓰벌.
고개를 살살 흔들며 웃는 그건 무슨 의미냐?
녀석은 그렇게 우리집을 나갔다.
철커덕-
어후 얼굴 안보니 살 것 같다.
도리도리.
근데 자꾸 현관문으로 고개 돌아가는 건 뭔데. 미소야...
정말 허억이다. 시달리는 것도 이젠 익숙해져 버렸네.
"뭐? 백조 못될거면 꾀꼬리??"
백조..
꾀꼬리?
..백조.. 꾀꼬리..
뭐여. 다 머리나쁜 조류잖아.
난 미운오리고..
그러면 미운오리는..
아..미운오리가 백조지. 참.
그니깐..
그니깐.. 아 몰라. 골아파.
..
..............
\ 오후 6시 35분 지하철 안.
백조.
꾀꼬리.
잊겠다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녀석의 충고라는 그 말들은 오래갔다.
난 노래를 좋아하는 게 맞고..
스윽..
뭐지?
뭔가 이상한 게 느껴진다.
스윽..
닿았다.
나의 탄탄한 엉덩이에.
무언가가 닿았다.
망설이는 것 같더니만
이젠 아예 내 엉덩이 올려진 이 무엇.
킁킁..아저씨 냄새.
개씨발.
이런걸 보통 지하철변태라고 하지.
내 직장에서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아저씨..."
"큼큼.."
"지금...제 엉덩이 만지셨어요..?????"
"무슨 소리야? 학생?"
"지금 방금 제 탱탱한 엉덩이를!!!!!!!!"
"이..이봐!!"
"제 엉덩이에 손대셨잖아요!!!"
"새..생사람.."
"생사람 좋아하시네. 가서 댁 부인 엉덩이나 끌어안아요!!"
내가 목청이 좀 남다르답니다. 아저씨.
보세요.
벌써 사람들 웅성웅성대지 않습니까?
"이..이년이.."
"이년이라니!! 내가 욕들을려구 엉덩이 대줬는지 알아요?"
내말에 주위에 서있던 고딩들이 웃어대기 바쁘다.
"허.."
"할 말 있으세요? 그럼 경찰서로 가서 하구요."
땡-
게임오버.
그렇게 변태아찌는 줄행량을 치셨다고 한다.
참..
오늘도 재수가 오지라게 없는가 보다.
기분도 꿀꿀.
수입도 꿀꿀.
아준이랑 소주한잔..
아..출장갔지.
거기다가 고독까지 몰려오겠구나.
다음 정거장에서 아무생각없이 난 내려버렸고,
나오자마자 보이는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떡볶이 일인분이요! 아니..이인분주세요!"
.....
...
그렇게 난
.....꿀꿀한 맛이 깃들어진
떡볶이 이인분과 오뎅 일곱개를 맛없게 먹고 다시 길을 거닐었다.
"끅-"
소화안될 것 같던 음식들은 모조리
소화가 되었단다.
근데 내가 왜 여기서 내렸을까.
한정거장 더 가야 집이랑 가까운데 생각이 드는 동시에
발견한 건 다름아닌 한신고 교문.
얘들이 하교를 모조리 했을 시각.
일곱시를 조금 넘겼다.
저 쪽 옆 학교는 밤 열한시까지 요즘 얘들 야자시킨다는데.
어쩜 한신고는.
이 학교가 원래가 후진데였나?
별 생각없이 학교 앞을 지나가려는데..
문득 난 녀석들의 연습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다리가 서슴없이 연습실로 향해
걸어 들어가는 모습에
내가 생각보다 모험적이였던가 싶었다.
...................
...........
.....
문은 열려있다.
이러면 악기도둑 맞지않을까?..
또 모르는 상황이 걱정이 되었다.
"누구 있어요?"
조용하다.
연습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남들의 아지트에 나 혼자.
..흐흐..
왜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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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살금살금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연습실에는 나 혼자다.
또 모른다 싶어서(☜의심)
키보드 밑이며 커다란 사물함까지 몽땅 살핀 후에
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러니까!! 여기 아무도 없지??"
내 목소리는
냉랭한 공기만을 가를 뿐이다.
"진도원 너가 아무도 없을 때 와도 괜찮댔지..?"
오늘 일진이 사나워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은 날이거든.
후후후 여기서 노래하면 아무도 못듣겠다.
마이크.
가끔 노래방 구석에서 혼자 노래를 할 때가 있었지.
그 짓도 안한지 그러고보니 넉달이네.
탕탕-
꺼진 마이크로...
에코효과도 없이...
노래를 하자니 쓸쓸하잖아!!!!!!!!
것도 무반준데.
연습실 온 의미가 없다 생각이 든다.
그러니깐 난
마이크의 스위치를..
"자..보자....이건가..?"
선을 따라 여러 버튼을 살펴보다가
영어로 쓰인 글자를 난 영리하게 알아보고..
탕탕-
마이크가 켜졌습니다?
"자..아..아..한미소 목소리가 잘들립니까요..큼 잘들리는군요."
그냥 괜히 조용한 분위기 속 내 목소리가 부끄러워
혼자 모노드라마를 찍으며 개쌩쇼를..
노래..노래..
그래 노래...씽어쏭!!!!!!!!!!!
아무거나 생각나는 노래를 다짜고짜 뱉어내본다.
아주 조심스레?!?!?
"..아아.."
손으로 다리를 치는 것으로 박자 따위를 맞춰가며
그간의 답답함을 뱉어본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여도
나는 알고 있어 때로 너는 남들 몰래 울곤 하겠지
특별할 것 없는 나에게도 마법같은 사건이 필요해
울지않고 매일 꿈꾸기 위- 해- 서-
언젠가의 그 날이 오면 - "
팬이야
이 노래.
딱 삼년전부터인가? 입술이 닳도록 연습했던 노래다.
"Oh let me smile again in the sun - "
그 당시 학교 뒤 공터에 앉아 이 노래를 하는데
내 노래를 숨어듣던 짝꿍이 말했었다.
'노래..되게 잘한다. 너랑 되게 잘맞는 노래같아.'
어깨를 세게 부딪치며 도망쳐 온 나지만
그 말은 잊을 수가 없었지.
..
.....
"할말이 뭔데..대체.."
........
...무슨소리지?"
내가 노래를 하다가 잠시 목소리가 끊겼을 때
계단 위 끝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었다.
누가 오는건가?
"아씨..안되는데.."
머리를 부여잡은 나.
나더러 어쩌라고 이런 고통을 안겨주신답니까!!!!
누구든 들어오면
난 놀림거리가 되는데.
난 노래하기 싫어한다고 했던
뻥쟁이가 되는데.
..
쥐구멍..쥐구멍이 필요해!!!!!!
문?
문이다?
문이다. 왜 난 이문을 처음보지?
에라 모르겠다.
급한대로 난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
.......
방?..
"뭐야..이런 곳이 있.."
..누군가 연습실에 들어온 게 분명하다.
"지금 얘기해. 도대체 무슨 얘기가 하고 싶다는거야?"
"오빠."
"어. 이제 시간끌지 말구...여기 정리하구 가자."
미세하게 들려온다. 들려와.
목소리를 듣자하니...
진도원.
유나은.
잠시 고개를 돌리며 자그마한 방을 둘러본다.
동아리방 같은 느낌?
테이블, 의자, 서랍장.
여긴 저번에 구경도 안해주고.
"무슨 소리야. 그게??"
갑자기 바깥 소리가 커졌고
난 다시 문 가까이에 귀를 대고 집중했다.
"그 여자 좋아하냐구 물었잖아."
"나은아. 그건 너가.."
"꼭 보컬로 그 여자가 필요해?"
"너보다 나이많아. 그 여자라니."
가뜩이나 나이많은 거 서러운데.
도리도리.
어쨋든 진도원은 지금 맞는 말만 하는 거니깐.
저 기지배. 뭐 어쩌고 어째??
"혹시..미소가 보컬하면 너..빠지라고 할까봐.."
"그런게 아니야!! 오빠!!"
진도원씨.
댁보다도 나이가 많거든요. 내가.
근데..
미소가 보컬하면~??
내 눈 앞에 있었다면
머리카락을 열두가닥 뽑아줄 수 있었는데..
아오.
아오아오!!
(☜자기 이야기에도 진지함이 없다)
"어차피 난 그닥 실력있는 보컬이 아니니깐.."
"아니야.. 나은아."
"아니. 난 상관없어. 그 자리 쯤은. 근데....."
"..............."
"오빠 옆자리는 늘 내가 하고 싶었단 말야."
"넌..늘 동생이라고 말했잖아."
유나은은 진도원을 좋아한다.
정말이구나.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참 싸가지없게 좋아한다.
지금 쟤네 사랑싸움하냐.
드라마찍고 앉았네.
주옥같은 유나은의 대사에
대화가 짭짤하게 들려온다.
"난 싫어. 절대 반대야. 그 여자는!"
"노래..들어보지 않았잖아!...넌..한미소 잘 모르잖아."
"내가 바보야? 뭘 몰라? 나 다 알아."
피식-
그 와중에도 내 편을 들고 있는거냐?
넌 참 나를 좋아해? 그치?
난 널 잘모르는데 넌 날 다 알고 있다니..
대단하다..나은아.
..
"그 여자.. "
".................."
"소매치기잖아."
"뭐?.."
"...그 여자.. 도둑년이잖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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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
..뭐..
고함소리에
커다란 목소리에
갑자기 내심장이 철렁.
..도둑년..
저거..
..전부 맞는 말이잖아.
내 직업이 범죄자야.
근데..
그걸 쟤가 알잖아..
지금 알고 있잖아.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
...대체..이게 무슨..
"유나은."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저번에 술집에서 다봤어. 그 여자가 지갑빼낸 거 다봤어."
"그건...."
"도둑년까지 감싸고 도는 이유가 뭐야??? 말해봐!!!!!"
"말....가려서 해."
아차 싶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였지만
난 습관이 된 것처럼 그 때도 지갑을 빼냈지.
그걸 무서운 불여우에게 들키고 만 상황이고.
나 참 웃기다.
정말 한없이 웃겨서
초라하다.
내가.
"소매치기가 뭐 어때서."
"뭐라고???"
"그런 사람은 노래하면 안되는거야? 친구도 있으면 안되는거야?"
"오빠..."
"그런건 나한테 있어서는 별 의미가 없어..."
쿵쾅 쿵쾅
진심으로 미친듯이 울려온다.
심장소리가.
유나은의 목소리 따위는 그 다음부턴 들리지 않았다.
진짜 한미소를 바라봐주는
진도원이
너무 미웠다.
너무
착해빠져서 속상하다.
......
...............
잠시후 바깥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머리가 아프다.
꽉 막힌 소용돌이에 빨려들어온 기분.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정말 녀석.."
진도원은 정말 괜찮은 녀석.
나보다 백배 착하고
나보다 나에 대해 백배 솔직한
그런 녀석.
..
....
어쩌면 그래..
...유나은도 마찬가지겠지.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으로 봤을테니까.
나도.
언젠가는 이 더러운 짓에서
손을 뗄거란 생각..
하고 있어.
특히 유나은, 너같은 아이들에게
온갖 무시를 당할때면.
툭 -
"뭐야. 이 건방진 눈물은..!!"
나라에서 주는 작은 돈받으면서
살기엔 너무 버거워서
난 모질게 돈을 벌어서 지금까지 살았고
언젠가..
언젠가는 나도 너희들처럼 평범하게 살겠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위로하는데..
"이씨. 행복에 겨운 놈들!!"
내 속을 너희들은 알 턱이 없겠지.
난 가족도 없지만 친구도 많지 않지.
그래.
어쩜 혼자가 익숙했어. 아주 아주 많이!
다가와줘도 난 도망치기 바빠.
이 언니가 병신이다! 그래!!
후우.
난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끼익 -
"..누구 있어요..?"
"옴마야!!!!!"
간 줄만 알았는데.
지금 문을 열고 들어 온 건...
"지..진도원아.."
"...한미소?"
..............
.......
...............
"하하하하..그래서 거기로 숨어 들어갔단 말이예요??"
"그래!! 아 진짜 짱나. 니가 와도 된다며."
우리는 연습실을 나와 오순도순
대화의 장을 열었다.
입에는 쭈쭈바를 하나씩 물고서.(☜한겨울에)
"근데..왜 울었어요?"
"응?? 누가 울었어?"
저 놈은 눈썰미가 겁나 좋은갑다.
분명 난 몹쓸 눈물을 지워냈는데 어째 알았다냐.
킁
어쨋거나 저쨋거나
난 모르는 척을 매우 잘하니깐.
"혹시..들었어요?"
".....아!! 그렇게 큰 목소리가 안들릴리 없었지."
대화가 뚝뚝 잘린다.
우린 굳이 시린 손을 비비면서까지 쭈쭈바를 먹어댔다.
"그래서 운 건 아니고??"
"안울었거든요! 난 강하거든요!"
(☜하하 따라잡기)
픽하고 웃는 녀석.
다먹은 쭈쭈바껍데기를 우린 자연스레 던져 버렸다.
이 상황이 마냥 웃긴 나머지
우린 서로 마주보고 킥킥대며 웃었다.
"나는..너랑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
정말이지..
화딱지 낼 줄 모르는 진도원이랑 있을때면
마냥 편안해져 버려.
쭉 내 옆에 두고 싶을 정도로.
"이런 쌀쌀한 날씨.."
겨울이지만 훈훈한 가을 날씨에
아무도 없는 넓은 들찬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듯한 기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좋은 녀석.
캬.
시인이다. 나.
"이뻐."
"응?"
"한미소는 그렇게 웃을 때가 최고 이뻐요."
녀석이 참 나만큼 낯간지러운 말을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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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우웩-"
"?"
"나 원래 웃는 거 이뻐. 근데 그건 너무 하잖아. 으-"
송글송글 돋아난 닭살을 털어보려 한다.
웃는 거 진짜 이쁜 건 누군데 그래.
지가 웃는 건 거울로 못봤..
이게 아니잖아!!
한미소.. 또 정신 못차리네.
"연습실엔 노래하러 왔던 거예요?"
"그야...."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모두 안다는 듯 녀석은 피식하고 웃었다.
나 한미소도
이젠 거의 포기 직전이다.
아니다 아니다 소리쳐도
결국에는 저 녀석이 말하는대로 였으니깐.
"생각은 해봤어요? 전에 내가 일곱번만 생각해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섯번 남았다. 어쩔래."
"꽤 많이 남았네~"
내가 또 버럭버럭 화낼까 봐
말이 무척 조심해진 것이 느껴진다.
남자새끼가 겁은 많아서.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너가 그동안 했던 충고들."
"으흠."
"아닌 척 하면서 다 새겨들었어."
"이제야 미운오리의 마음이 열린건가??"
"죽을래. 이 멍충아."
별 말도 아닌데
멍충이란 말에 호탕하게 웃는 녀석.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휴..
잠시 깜빡했다. 너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노래..하고 싶죠? 노래 좋아하죠?"
"....뭐.."
"그냥 말해보시지. 서로 이제 알 건 다 아는 사인데."
"말이 좀 이상하다? 서로 뭘 아는데????"
이 세상에 나만큼 흥분 잘하는 사람은 정말로 찾기 힘들겠지?
"다왔다."
녀석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벌써 우리 집 앞이란 곳이다.
"한마디만 하지."
"네."
"내가 보컬이 하고 싶다고 해도...."
"하고 싶다고 하면.."
"..너도 알잖아."
"....................."
"보컬이 하고 싶다고 해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쯤은.."
하겠다.
이렇게 결심해도..
그래.
재간둥이 너도 알고 나도 알듯이
난 안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못하는거라서..
"간다."
괜시리 씁쓸해진 분위기.
난 콧잔등을 찡그리며 집 대문을 열었다.
"잠깐만!!"
머리를 다시 돌려 진도원을 바라본다.
녀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그거..한 번 고쳐볼래요?"
"무슨 소리야?"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풀어보잔 소리."
얘는 뱅글뱅글 돌리다 못해
덤블링을 해서 말하는 재주가 있다.
.................
...........
..째깍째깍..
째깍째깍..
10시 16분
"아!!!!!!!!!!심심해!!!!!!!!!!!!!"
긁적긁적.
생각보다 룸메이트의 빈자리는 크도다.
이런 날은 잠도 잘 안온다.
아준이가 있으면 그래도 말다툼이라도 할텐데.
인형 하나 없는 집에
대화할 상대라곤 저 눈 앞에 보이는 바보상자라니.
삑 -
리모콘을 내려놓고 난 눈을 감아버렸다.
'내가 도와줄게요.'
...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게 도와줄게요.'
....
..
"지가 무슨 하느님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픽-
참 재미난 녀석이다.
믿음은 전혀 안가지만 난 또 왜 거절을 못했는지.
아니다.
한번은 눈감고 믿어줄 수도 있겠다 싶었던거다.
진도원 참 웃기다.
한미소도 참 개웃기다.
보컬이라..
내가..노래를 잘하는거 였던가?
노래.
그래..노래.
..꿈..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다..
..휴..
..
"Rrrrrrrrrrrrrrrrrr Rrrrrrrrrrrrrrrr"
"옴마야!!!!!!!!"
잠이 솔솔 오려던 참이였다.
난 전화벨소리에 발작아닌 발작을 일으켰다.
입모양으로 온갖 욕을 퍼부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 ..야!
"한아준이냐??"
- 안자네?
"너때문에."
- 뭐?
"너가 잠을 내쫒았잖아. 지금!!!"
아무튼 이 녀석은 나에게 도움이라곤..
그래도 안부전화도 할 줄 아네.
용서해주지.
- 뭐하냐.
"그냥..뭐. 그러는 넌. 재밌냐?"
- 뭐. 그냥. 좀 심심하네.
"해외에 나갔으면서 뭐가 심심하냐. 쇼핑도 하고! 뭐시냐..맛있는 것도 먹고!"
- 아! 난 심심해!
"성질머리하곤."
끌끌하고 혀를 찬다.
괜히 앙탈따위를 부리고 저런다.
- 너없으니까..
"뭐?"
- 너없으니까! 괴롭힐 사람도 없고..
"아우..그래서 이렇게 전화로 괴롭힐려구?"
이런 건방진 강아지를 보았나.
오늘따라 이상하게
대화가 뚝뚝 끊긴다.
"언능 끊으셔. 시외도 아닌 넌 해외에 있잖냐!"
- 야 잠깐.
"왜왜왜왜!!!!"
- 뭐..그냥..
"그냥 뭐요~ 아저씨!"
- 됐다. 됐어! 아무튼 너 나 가기 전에 사고치면..
"그런 말이면 사양할게. 끊는다!"
뚝.
괜히 전화로 시비질이야.
으으 ~
난 거실불을 끄곤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잠이 들기 전까지 건사를 곱씹어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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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어느 누가 꿈이 있어 이 세상이 아름답다 했는가.
꿈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도 있나니..
..
그것이 나요.
섹시한 오리요.
..두둥(이런다)
"얘는 왜이렇게 안오는거야!"
오늘은 연습이 없는 날이라며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누구를?
그야 내 머리 위에서 놀아나려는 진도원이다.
얘들은 학교끝나자마자 뛰쳐나오고 난리인데
진도원은 아직 무소식이다.
플러스로 진도원 그의 아이들까지도.
"가자!!!"
"아악!!"
나의 안타까운 외마디비명.
갑자기 튀어나온 이 노마가 내 팔을 붙들고 끌고 가기 시작한다.
"놀랐잖아!!"
등장부터 남다른 진도원이다.
내 말은 귀에도 안들리는지 그저 싱글벙글
뒤를 돌아보니 우리를 지켜보는 밴드부 녀석들도 보인다.
난 씁쓸하게 손을 살짝 흔들어주곤
"어디에 가는건데!!"
"비밀!"
..
날 움츠려들게 하는 말이군.
....
..
\ 그로부터 30분 후
"설마.."
...
"응. 설마!"
설마..
설마...혹시..정말..
친절하게도 녹색표지판에
뚜렷하게 보이는 저 글자가..
".정....저..정신..과...?"
순간 내 눈을 의심했지만
이곳은 다름아닌 병원이다. 정말로 병원.
그것도 우린 지금 정신과라고 써있는 문 앞에 서있다.
"정신병이라면서요."
"야..그래도 병원은!!..정신병인거..자랑할 일 있냐??"
"에이. 그래도 원인을 알고보자는 의미에서."
"상담을 받자고?? 쪽팔려!!"
이 문 앞에서 소리치는 게 더 창피한 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가 판 무덤인 셈이다.
정신병자라고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댔으니,
정신병자 취급도 받아야지.
그래. 뭐 별 거 있겠니.
아..심장아
"긴장마요. 입원까지는 안해도 될껄요."
그렇게 난 그 곳으로 던져졌다.
저런 멍충한 놈.
짜증이 우러러 나오는 놈.
내 앞엔 진도원보다 참기 힘든 외모의
아줌마..아니 의사 선생님께서 앉아계신다.
흐뭇하게 웃으시며
"편히 앉으세요."
그렇게 나의 가짢은 검사는 시작되었다.
..
.....
.........
..
"약은 시간에 맞춰 드시구요.
약보다는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죠. 노력하세요."
..
.....끝났다.
후오오오오오.
깊은 숨을 내뱉으며 긴장된 분위기가 끝났다.
"뭐래요? 뭐래요?"
나오자마자 난 녀석에게 레이져빔을 쏘아준다.
하지만 내 속마음은 말이다?
..뭐라고 해야되지?
암튼 쓸데없는 검사였지만
돌팔이는 아니였던 의사선생님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다.
"뭐라는데?? 심각?"
철푸덕.
녀석이 날 밀쳐대며 닥달하는 통에 난
난..
"아씨!!!! 니가 알아서 뭐할라구!!"
병원바닥을 뒹굴었다.
........
.....
"내가 진짜 정신과를 오게 될 줄이야."
"뭐라는데요? 응?"
"내가 다 알아들었으면 되거든. 넌 몰라도 되거든?"
"이래봐도 내가 도와줄건데..내가 모르면..그건..
그리고..내가 병원에 데려갔고..그리고.."
"그리고..그리고 또 뭐!!!"
으~
저 진상.
끝까지 날 향해 미소짓는 나부랭이
이걸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그래! 말해줄게! 뭐라드라? 행동장애?"
"장애?"
"그니깐..그런 쪽인데..대인기피증 그런 종류?"
"기피?"
"아..뭐랬지..그니까..그니까.......과거에..
과거에..뭔가...큰 충격..마음처럼 되질 않는.."
"그게 뭐야?"
"아..몰라!! 다 까먹었어!! 난 얘기했다?"
모를리가 있나.
마음 속으로 다 느끼고 나왔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커다란 상처를 담아두고 있단다.
어쩌면
늘
치료하려 하지않고 묵혀둔 건 나고..
그리고..
"뭐..아무튼..약도 타고! 장애도 있다니깐..!
정신병은 맞구나. 오케이. 오케이."
"너..지금 나 놀리는거지?"
"그럴리가요. 우리 언능 가요!"
"이번엔 또 어디!!"
팔을 붙드는 거 대신
내 손을 가만히 잡아 이끄는 녀석.
따뜻한 온기에 놀란 내가 손목을 비틀어 빼내고 만다.
"왜 그래요?"
"아..아무것도 아닌데? 아, 배고프다. 밥먹자!"
"응!!!!"
후아.
어색해지려고 한다.
지금 나 한미소에게서.
녀석의 말한마디를 떠올리며
머뭇머뭇 미소를 지어보이는 내 모습에
놀라움 반. 어색함 반.
혹시
나도 저 녀석이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그것도 많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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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영화 속 대사가 하나 떠오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무엇이 생각나니?'
...
..
몹쓸 해는 역시 꾸준히도 날을 밝혀준다.
젠장맞게도 여김없이 기다리고 있을 녀석이
해가 뜨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를 게 뭐람?
꼭 우유배달 아저씨처럼 너무 부지런 한 녀석이지.
"좋은 아침!"
"이젠 널 봐도 놀랍지가 않네."
우린 서로 피식 웃어넘기며
오늘도 우리의 등교길, 출근길을 각자 걷는다.
입에 레몬향 껌 하나를 넣고
다른 하나는 진도원에게 건낸다.
"우리집까지 오는 거 힘들지 않아?
아침에 이제 오지마. 너 연습없을 때 만나기로 했잖아."
"안되는데."
"뭐가?"
내 질문에 골똘히 생각에 잠긴 녀석.
"뭐라고 해야되나....습관이라고 해야되나?"
"풉..습관??"
그냥 웃겼다.
"아니다! 버릇이 더 맞겠다!"
비슷한 의미구만.
별 다를 바 없지만 뭔가 느낌은 다른..
그니깐 버릇.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그 버릇?"
"네! 나도 모르게 가고 있는거! 한미소네로~"
"참으로 나쁜 버릇가졌네. 고쳐라?"
"지도 아침마다 나오면서."
"난 출근하는거야."
오전 출근을 미루고 싶을 때
솔직히.. 그래, 얘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온 적..있긴 있었다.
"오늘은 방과후 연습이 있어요. 그러니깐.."
"오늘은 안만나?"
"나 만나고 싶죠? 흐흐..점심시간에 와요!"
"변태웃음."
"1시에 교문 앞에 있어요."
떨떠름한 척 고개를 끄덕인다.
내심 기대가 된다.
남들 앞에서 노래를 맘껏할 수 있는 내모습을.
이 녀석만큼 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는 사람이라면..
어쩜 날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름 설레임을 안고 나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붕어빵을 먹으며 시내를 활보했다.
..
"정확히 한시!!"
'딩동댕동♩ 딩동댕동♩'
학교 운동장 안을 가득 채우는 학교 종소리.
허허.. 참으로 구수하구려.
난 슬그머니 운동장을 가로질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어가는데 저만치 우르르 황소 떼와 흡사한 아이들이 보인다.
"풉.."
다들 뱃속에 거지가 앉았나.
하나같이 급식소로 생각되는 건물로 뛰어들어간다.
'삐리리리리리!!!!!!!!!!!!!!!!삥삥슈웅!!!!!!!!!!'
그 때 구식벨이 한번 울려주시고..
겸댕이라고 써있는 액정을 확인 후..
"어~"
- 어디예요??
"오디게."
- 그러면 재밌으시나. 교문이예요?
"운동장 한가운데."
뚝.
이런 개..
버릇없는 피래미녀석.
운동장 중앙에 있다고 밝힌 난
그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진도원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녀석은 곧이어 모습을 들어냈고
난 녀석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
"너 점심시간인데 밥안먹어?"
"지금 먹으러 가지요~"
"뭐??"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다냐
밥먹을 때까지 기다리란 소리여?
한시까지 왜 오라고 했어..
밥먹고 한 이십분 뒤나 와라 이럼 될 것을.(☜투덜대장)
뭣보다 나도 점심을 안먹었는디.
"여기서 기다릴게. 먹고 나와."
"같이 먹어요."
급식소 유리문 앞.
사복을 입은 날 보며 힐끔 쳐다보는 몇 명의 아이들.
난 부끄러움과 함께 낯가림이 시작되었고..
애써 고개를 돌리는 날
여전히 같이 들어가자고 꼬셔대는 진도원.
"얘들 다 쳐다보잖아! 내가 여기 학교 학생도 아니고..."
"일단 들어가요!! 응??"
질질..
난생 처음 들어와 본 학교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게 생겼구나.
아이고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한 5초간 그 넓은 급식소 안이 조용해졌다.
원인이 궁금해 고개를 들면
아이들의 시선을 우린 몽땅 받고 있다.
곧이어 웅성거림 시작.
"아..창피하다고!!!"
난 손으로 애써 얼굴이라도 가려야만 했고
바로 녀석은 강제로 날 의자에 앉혔다.
"내 식판에 밥 많이 퍼올테니깐 같이 먹는거다?"
후다닥
그렇게 달려가버렸다.
아줌마를 외치며 진도원은 그렇게 배식대로 뛰어갔다.
"이게 뭔 지랄이냐.."
옆이든 앞이든 아이들의 시선은
분명 낯선 이 가엾은 여자에게 몰려있을테니
고개는 들지 않겠어.
휴.
학교탐방 힘들구마이.
"쟤가 한미소 좋아하는 거 맞대니깐..쯧쯧"
"엄마야!!!!!!"
내 이름에 간떨어질 뻔.
이 상황에선 고개를 들지 않을 수 없었고
곧이어 발견한 내 주위의 아이들.
"뭐냐. 넌?"
"누나! 우리 학교로 전학왔어요????"
...
"아..하하하하.."
우엉이와 깡은이는 날 무지 반겨주고 있나니.
고양이의 썩소도 꼬맹이의 가시눈도
날 반겨주고 있나니.
오랜만에 너희들이 쪼끔 반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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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인사를 끝으로
식판과 아름다운 애정표현을 하고 있었다.
눈치만 살살 보고 있을 그 때
드디어 진도원이가 내 옆으로 돌아왔다.
"...밥으로 산을 만들었구나.."
말 그대로 산이였다.
이 많은 걸 누가 먹는다고 미련하게도 퍼왔다.
"저번에 보니깐....이 정도 쯤은.."
나와 식판을 번갈아 보는 녀석.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도 알겠으니,
"잘먹을게."
군말없이 먹어주면 되겠지.
킁
그나저나 많이 남기게 생겼네.
....
.......허나
이런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배불러."
어느덧 사라져버린 산더미같은 밥.
그리고 반찬.
"그거 다 먹고 안배부르면 그건 괴물이죠!!!"
신기하다는 듯 깡은이는 날 쳐다보고 있다.
다먹었음 갈 것이지.
사람 밥먹는 걸 처음 보는 것처럼 구경하는 아이들.
"쟤는 괴물이야. 저거 먹고 배가 안터졌잖아."
"나 혼자 먹었냐??"
진도원이랑 같이 먹었지!
혀를 차며 우엉이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얘들도 하나씩 일어서기 시작한다.
"한미소는 불가능이 없구나?"
"뭐??"
"방금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진도원마저 그렇게 홀연히 멀어졌다.
뒷통수에 커다란 엿하나를 날려주고 졸랑졸랑 쫓아간다.
............
.......
점심시간엔 연습이 없는가.
아무튼 얘들은 어디론가 다들 사라져버렸다.
연습실엔 아무도 없다.
그저 진도원과 나 한미소 뿐이다.
"이리와서 서봐요."
마이크를 키에 맞춰주면
난 쭈뼛쭈뼛 그 마이크 앞에 선다.
"당장은 안되는 거 아니까 천천히~"
마땅히 할 말은 없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단 생각에 또 다시
속이 울렁거려오는 기분이다.
애써 시선을 피하는 중.
"긴장하지마. 우리 오늘 처음 만났어요?"
"아니지. 질리게 봤지."
"그렇지."
녀석은 씽긋하고 미소짓는다.
한걸음 뒤로 물러선 진도원은 그저 날 쳐다보고만 있다.
지금 뭐하는 상황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상처부터 누를까요? 흉지지 않게."
"누가 다쳤어? 나 멀쩡.."
"마음의 상처."
치.
웃음이 나올 똥 말 똥
똥싸구 싶다.
난 앞에 놓인 마이크대만 계속 만지작거린다.
"왜 노래를 못하게 됬는지 알고는 있어요?"
"어. 의사만큼 알고 있어."
"듣자하니 무슨..과거에..."
내 표정을 가만히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는 진도원.
울렁울렁
마이크대만 괜히 건들여댄다.
"말해줄 수 없나?"
"뭐..별 건 아닌데."
머리를 긁적긁적.
들어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게
사람 감정이란 거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않았지만
쟤도 들어보면 그저 우습겠지.
"이런 큰 증세가 있는데 별 거가 아니야?"
"뭐..말해줄게."
애써 의연한 척 난 말을 시작했다.
녀석은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엄마가 둘이야. 첫번째 엄마는 날 아끼셨지만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
그리고 두번째 엄마는... 살아있겠지. 잘 살고 있을거야."
새엄마에 대한 내 증오가 가슴 속 한켠에서
미친듯이 치솟는 순간이다.
지금껏 늘 이렇게 마음 속으로만 삭히며 침착함을 잃을 수 없던 나.
습관이 된걸까.
"까고 말해서.. 난 노래를 너무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난 음악듣고 노래하고...
너무 좋아. 그 자체가. 그래..난 노래를 너무 하고 싶어. 너무 좋아해..근데.."
"힘들면..말하는 거 관둬.."
그간 안좋은 기억들은
나의 머릿속을 미친 듯 뒤흔든다.
내 눈물샘까지 짓누른다.
"노래를 못하게 했어. 쥐죽은 듯 조용히 살라고 했어. 엄마란 사람이
어린 날 때리고 짓밟으면서 날 미워했지. 원래 그런 사람이였어.
아빠도 죽고 나에겐 아무것도 없어. 집에 들어가면 내 말에 귀기울여 줄 사람이..
남지 않았던거야. 결국. 날 소극적이게 만들었어. 이 세상은. 그리고 가족도. 친구도."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 것.
그것마저도 난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나.
내가 너에게 지금 이 고민을 털어 놓고 있다는 건
어쩌면 혹시나 다른 세상을 살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준이와 그리고 너
나에게 좋은 친구가 하나 둘 생기는 게 어쩌면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행복이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
..........
....................
.....................
"오늘 얼굴 좋아보이네?"
"낮잠을 자서 그른가보지."
사실은 어제
아픈 고민 반쯤 털어버려서 좋아진 거라고
그래서 기분이 쪼끔 좋아진 거라고
미안하지만 속으로만 속삭여주마.
"내가 많이 생각해봤어요."
끄덕끄덕
난 진도원이의 말에 연신 고개만 끄덕이기 시작했다.
"과거는 과거고, 더 잘된 모습 보여서 되갚는다 생각하고.."
"소매치기가 잘된 모습이 아니긴 하지."
"말꼬지말구."
척척박사님 나셨네.
쟤는 아무래도 고민상담소 차리면 대박날 것 같다.
아무튼 난 어제보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실에 발을 들였다.
도대체 녀석은 무슨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까
의심아닌 의심 따위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가방을 막 뒤지더니만 노란 수건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게 뭐같아요?"
"수건."
"어..이거 손수건인데."
"그게 어떻게 손수건이냐? 수건이구만."
손수건이라 하기엔 부족해보였다.
적어도 내 눈엔.
근데 쟤는 왜 저런 걸 가방에 넣고 다닌대.
"그래. 수건이라 치자."
휙-
수건이 맞구만.
수건이라고 칠 게 아니라.
난 계속 궁시렁대며
녀석이 던진 노란 수건을 잡아챘다.
"내가 생각해 낸 첫번째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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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게 이게 뭐냐?"
어찌됬건 진도원이가 내놓은 첫번째 방안.
딱 일분을 생각해보니 알 수 있었던 것이였다.
무슨 영화 따라하는 느낌이잖아.
유치 아주 유치.
유치쓰리짬뽕......
"언젠간 효능을 볼 거라고 난 확신해요!"
저렇게 확신한다는데 어쩔꺼야.
해달라는대로 해줄 수 밖에.
웃기지만 내 눈은 진도원이의 손에 가려졌다.
아니. 아니. 노란 손수건에 가려졌단 거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더 컸더라면 묶이지 않았을테지.
시덥지않은 안도와 함께 나에게 찾아 온 것은..
"근데...이거..쫌 무서워."
어둠 속으로 빠져버린 나는 혼자서 공포체험을 맞보는 중이다.
이런 말똥구리같은 녀석.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는 내 팔들을 보며
얼마나 웃어댈까. 저놈은.
"그냥 가만히 좀 있어요."
"안보이니깐 그렇잖아!! 이거 마이크대지?..그래그래.."
어쩔 수 없이 이거 하나 붙잡고 의지할 수 밖에.
한숨을 연달아 뱉기만 하는 내 앞에
이 녀석은 있긴 한건지 보여야 말이지.
"마이크켰어요!"
"당장 노래하라고??"
깜짝아.
순간 마이크로 전해진 커다란 내 목소리에
내가 놀래 움찔하고 말았다.
내 앞 재간둥이의 작은 웃음소리도 귀에 들려왔다.
"웃지마. 죽을래?"
"마이크 때문인지 더 무섭네."
침을 꼴까닥 삼킨 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인가.
이 갑갑한 손수건.
난 결국 내 손으로 손수건을 풀러버린다.
"이거 가려도 나 노래못해. 뭐하자는 거야. 지금!"
말없이 씨익 웃기만 하는 녀석.
답이 안나오는 놈이다.
내가 쟤한테 뭘 바란게 실수였던 게 아닐까..
생각이 점점 많아지는 내게 다가오는 진도원.
그리고 내 손에 있는 손수건을 빼가더니
조심히 다시 내 눈에 둘러준다.
"사람 앞에선 노래가 안된다면서요.
내가 쥐죽은 듯 조용히 있어도 앞에 보이는 나때문에
노래가 안나올 거 아니예요. 아, 난 사람이 아니였나?"
"너가 사람이였나?"
녀석의 호의에 난 또 갑자기 한풀 꺽이고 만다.
결국 내 눈은 다시 한 번 가려졌다.
"일단 눈은 막았으니깐 귀를 막아야죠.
내가 쥐죽은 듯 조용히 한다고 하면 노래할 수 있으려나?"
"아니. 그래도 니가 있다는 걸 아니깐."
"정신병 말기군요."
"지금 놀리냐?"
"그렇다면 연습실 나가있을게요.
문 앞에서 다른 사람 못들어오게 막아줄게.
대신! 문은 열어놓고 서있을거예요. 내 말 알아듣지?"
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문은 계단을 조금 올라가야 있고..
녀석이 내 노래를 듣는다해도 작게 들리겠지?
갑자기 안심이 되는 건 뭐야.
"올라간다고 해놓고 앞에 서있는거 아냐?"
고요함.
나, 한미소는 의심이 꽤 많은 사람이다.
손수건을 살짝 들어 앞을 살펴본다.
"어라..진짜 올라갔네."
녀석은 쥐보다 조용하게 움직이는구나.
연습실에 정말로 나 혼자인 느낌이다. 아니, 나혼자다.
"무슨 손수건이야. 눈감고 부르면 되지."
하지만 난 손수건을 푸르진 않았다.
진도원이 실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아.."
마이크가 윙윙.
내 심장도 쿵쿵.
"음........"
마이크 에코에 갑자기 마음이 설레인다.
무슨 노래가 입에서 나와줄까.
생각을 한다기도 무색한 짧은 시간.
난 노래가 하고 싶어졌고, 아니 하고싶었고...
그냥 나오는대로..
"맑은 그 두눈에 담긴 파란 하늘이
어느새 차갑고 슬픈 비에 젖어도
그럴때면 마음속에 떠올려봐
웃으며 함께한 오늘 하루를 -
너의 두손이라면 무지개도 잡을거야
너만을 위한 노래를 라라라~ 내가 들려줄게 -"
자근자근 아름다운 이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내 마음속까지 훈훈해진다.
"나 잊지는 않을까 - 함께한 오늘도 이름 조차도 지워질까 -
그날이 오게 돼면 나 손을 흔들며 너에게 미소를 보여야겠지
널 알아보면서 난 이런 생각들이 혹시나 네게 전해질까 -
두려운 마음에 너의 두손을 잡고 떨리는 입맞춤을 하네 -"
일절을 다 끝내고나니
내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이절도 한 번 불러볼까 했던 그 순간..
작은 박수소리.
난 황급히 손수건을 풀러버렸다.
"역시 내가 사람 잘 골랐지."
진도원이의 모습에 예전과 다름없이 화를 내려다가
난 그냥 내 입을 닫고 눈꼬리를 내렸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처음으로 화가 저절로..
"뭐야..너. 문 앞에 있겠다며."
"방금 내려왔어요~ 너무 궁금해서!"
얼굴을 내 앞에 들이밀곤 히죽대는 녀석이다.
콩.
난 그럼 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쳐낸다.
"나 갈거야."
"나 점심시간 끝나려면 아직 십분남았는데!"
뒤에서 녀석이 칭얼댔지만 신경쓰지 않고
계단을 쿵쾅쿵쾅 올라와버렸다.
웃음이 난다.
"내가 한미소 노래 들었다니깐! 왜 화 안내!!"
자꾸 뒤에서 소리지르는 녀석 얼굴이 생각나서
그냥 웃음이 난다.
"멍충아!! 내 노래들었으니깐 돈 줘야대."
난 그 말을 끝으로 집까지 뛰어왔다.
어떻게? 신명나게 팔짝거리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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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리..얼라리..!!!!!!!!!!"
뿅뿅
다죽어라..!!!!!!!!
간만에 난 컴퓨터에 휘둘리고 말았다.
"죽어!!!!!!!죽어!!!!!!!!!!!씹쑝!!!!죽어!새꺄!!!!!!!!!!!!!!!!!"
휴
게임을 할 때면 이렇게 혈압이 올라가고,
결국 난.....이렇게 새벽..
새벽..
"4시다. 썅썅바같은.."
털썩..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준이가 없으니깐 말할 사람도 없고
이렇게 유치한 컴퓨터 게임이나 즐기다니..
그것도 미련하게 빠져서 새벽 4시..
4시..
지금 자면 나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못일어나지."
진도원이에게 내일 아침에는 늦잠을 잘 것을
공지해두고 난 바로 눈을 감았다.
잠결에 본 답문자..
그 얘는 새벽에 뭐하느라 잠도 안잤지?
아무튼 내일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찾아오라는 문자를 확인하곤
물론 잠결이였지만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그렇게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
.......
총 여덟나라를 다녀왔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고양이들만 사는 나라
온통 여자만 사는 나라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나라
기타 등등..
꿈을 여덟번이나 꾸다니..
"으아아악!!!!!!!!!!!"
잠에서 깨어났다.
나 한미소가 끝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꿈이 마지막 여덟번째 꿈.
"아이고야..몇시지?"
짹깍짹깍
한시..십오분이네.
점심시간은 한시부터.
미안하네 진도원군.
이미 문자들이 와 있는 내 핸드폰.
난 전화를 걸었다.
- 어디예요!
"아, 미안!! 나 집이야."
- 엥?
"지금 일어났어."
머쓱한 나머지 머리를 긁적이고 만다.
늦게 일어났겠다. 귀찮겠다.
시간도 부족하겠다.
한마디로 오늘은 연습이고 뭐고 간에..
치료고 뭐고 간에..
- 그럼 끝나는 시간에 와요. 6시.
"여-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 응. 하루에 한번씩은 봐야죠. 얼굴 까먹어.
"알았으니깐 끊는다?"
뚝.
얼굴을 까먹긴 말이 되니?
어쨋거나 저쨋거나
내가 그렇게도 보고싶다는 거지?
훗
후훗
"입냄세..이빨이나 닦자."
...............
............
........
\ 오후 다섯시를 향해가는 시점
'딩동'
"누구지?"
난 텔레비전을 끄곤
예상치 못한 손님에게 물었다.
"뉘신지요?"
순간 말이 이상하게 튀어나왔다.
근데 이게 누구여.
"문이나 얼른 여시지?"
"한아준????"
털컥.
문을 열어주고 아준이가 거실에 발을 들일때까지도
난 멍한 상태였다.
건사가 오기로 한 날은 아직 이틀에서 삼일 후..
"너 뭐야!!!!!"
"뭐긴 뭐야! 한아준이지. 귀아파 죽겠네!!"
"너..너! 왜이렇게 일찍 왔는데?"
"불만이냐?"
녀석은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째려보더니
지 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잠시후 옷만 갈아입고 나온 건사.
"일이 빨리 끝나서 일찍 왔어."
"뭐가 또 이리 빨리 끝나셨을까."
"나없으니깐 그렇게 좋으셨구려?"
니 놈 없으니깐
밥도 잘 못먹고 심심하기만 했다.
후아 후아
자존심상 솔직할 순 없다!!!!!!!!
"선물은."
"아.."
"안사왔어?!?!? 아 치사해!"
"내가 너냐. 기달려."
흐흐흐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는 건사.
괜히 흐뭇해지는 순간이다.
저번처럼 못생긴 킹콩인형 같은거만 아니길.
"자."
"와!! 모자야?!?!?"
순간 인형이 아닌 모자라는 것에 놀라 소리쳤다.
내가 모자를 자주 쓰니까 생각해서 사왔나보다.
헌데..
이런 디자인이라면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 않니.
휘귀성 떨어지잖아...........
그럼 누가 외국에서 사 온 모자인지 알아주냐고!
(그럼 뿔달리고 레이져빔 나오는 모자라도 사주리?!)
"표정이 구리다?"
"이쁘네..........꼭 동대문표 같아."
"뭘 바라냐? 그래도 메이드 인 제팬이야."
"너 일본 간 거였어?"
(☜영어를 알아들었다.)
"오냐. 니가 하두 선물거리니깐 사왔지.. 다 그게 그건데."
긁적긁적
"히히..고마워~~~~~~~아준아?!?!? 알지, 내마음."
"꺼져! 밥이나 줘."
"에이~ 알았어!! 맛있는 거 시켜줄게..."
"밥 줘~"
"밥 해야되서 싫어~~ 뭐 시켜줄까? 피자? 족발?"
아준이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지만
남몰래 피식 웃고 있었다.
난 다~~ 봤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준이가 집에 있어서 대화상대가 다시 생겼구나.
뭐..
싸구려같지만 생산지가 일본인 이쁜 모자를 선물해줬으니,
난 고마움 마음에 바로 족발과 보쌈을 시켰다.
...
"니가 먹고 싶은 거 맞지?"
"얼마만에 먹는거냐..흐흐.."
"이..이 많은 걸 어떻게 다 먹냐? 우리 둘이!"
"쩝쩝..언능 드시지. 너 족발 좋아하잖아."
여전히 아준이는 궁시렁댄다.
결국은 먹을거면서.
건방진 사진작가.......
"맛있다..그치?"
"어."
"어라..시간이 벌써 저렇게 됬어???"
5시 40분.
6시까지는 학교로 가야하는 건 잊지 않고 있다.
잊었다간..
으.. 생각하고 싶지않다.
"나 나가야 돼."
난 손을 씻고 이빨을 닦았다.
그리고 재빠르게 겉옷을 껴입고 나왔다.
"어디가는데?"
"나 요즘 치료받잖냐."
"치료?"
"크크..나 정신과 갔다왔어."
"왜?....설마 노래 못하는 거 때문에?"
"오냐. 나 진짜 별 걸 다 해본다."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다.
계속 끅끅대며 웃는 날 가만히 보는 아준이.
"병원가는 거 아니야~ 어떤 꼴통이 노래 연습시켜줘."
"꼴통??"
"알지? 아침마다 오는 놈. 아무튼 나 갔다온다! 남겨놔!"
"뭐냐?"
"남겨놓라고!"
쾅.
미안하지만 방금 집에 온 아준이를 혼자 두고
난 바로 한신고로 향해 팔랑팔랑 걷기 시작했다.
I AM CAND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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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나왔어."
연습실로 오라는 연락에 바로 연습실로 왔고,
이젠 제법 익숙해지는 이 연습실.
그 곳엔 진도원만 있지 않았다.
우엉이도 함께 있다.
"오랜만."
내 인사에 그냥 끄덕거린다.
아 건방져..
얘도 이번에 별명을 지어줘?
건방진...우엉이?
건우?
아 뭐 이래.
"연습실 공짜로 너무 쓴다?"
"치..치사한 놈."
녀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간다.
"진도원 나 간다."
"응! 형~"
인사 안할거야.
무시하겠어.
"조만간 그 비싼 노래 들어볼 수 있는거냐?"
말씹는 중.
내 비싼 노래 우엉이에겐 더더욱 들려주지 않겠다
이런 유치찬란한 속마음을 눌러 참고 있는데..
녀석은 또 가소롭다는 듯이
여유 폴폴 날리는 웃음만 던지고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저 우엉이..우엉이.."
"잘잤어요?"
"어."
진도원이 말하기도 전에 난 마이크 앞에 섰다.
다리를 떠는 어리숙한 습관을 선보이던 나는
"오늘은 뭐 어떻게 할거냐."
"자."
"또 손수건? 이거 효능이 있긴 한거야?"
어깨를 으쓱거리는 진도원.
저 놈의 표정이 조금 귀찮아 보이기도 하고
뭐냐..피곤한건가.
뭐랄까나..아무튼 오늘은 내가 말이 더 많으니깐..
아 괜히 미안해진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나에게 이렇게.."
"응??"
"이렇게 너가 시간을 투자해준다는 것에.."
"..??"
"고맙게 생각한단다. 이런 연습실에 오게도 해주고.."
"뭐야. 크크."
"..뭐.. 아무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내 말에 자기는 무슨 소린지 통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진도원은 나에게 성큼 다가왔다.
"고마우면..노래 불러주면 되요."
"어. 그런 날이 오겠지."
"음...노래도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 노래를 꼭 부르게 될거고.."
"응?"
"한미소는 나한테 지금 되게 고마울테니깐.."
"진짜 고맙다니깐."
"그럼 소원 하나 들어주면 되겠다."
그 말과 동시에 크게 웃는 진도원은 다시
나한테서 한발자국 멀어진다.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저 의심쩍은 표정.
허나..
"들어줘야지. 들어줄게!"
"정말?"
무슨 자신감으로 난 이랬을까.
보컬해달라는 소원 정도가 아닐까?
나의 머리는 그런 한계점이 있었던거다.
"뭐..나같은 얘 연습도 시켜주고..뭐..
결과가 좋아져서 내가 노래도 할 수 있게 되면..."
"(끄덕끄덕)"
"내가 뭐 소원 하나쯤은.."
"오케이! 오늘 연습 끝날 때까지 소원 생각해둬야지."
뭐시여.
아직 소원도 없으면서 날 떠 본 것인가.
아무튼 내 말에 들뜬 녀석을 보니 나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허나 저 놈은 또 나에게 손수건을 내민다.
"너도 이게 한계구나.."
"오늘은 저 방 안에 있을게요. 어때요?"
"알았어. 해볼게."
흐뭇한 미소와 함께 진도원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난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손수건을 둘렀다.
"흠."
방 안에서도 내 노래는 들리겠지?
부를 수 있을까 ..
난 버릇처럼 또 그런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늘 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어서
난 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잊고 지냈던 것이다.
"난 할 수 있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마이크로 인해 귓가로 목소리가 찔려 들어온다.
그런데..
왜 난 지금 설레이고 있는걸까.
윙윙대는 소리가 찌릿찌릿.
"미안한 맘 들곤 했었지 - 널 다그쳐 원 - 한걸 가졌을테니 -
그땐 그게 사랑이라 믿고 싶었지 - 지금도 난 - 그런거라 믿고 싶은걸 -
그렇게 한참이나 지냈지 - 날 감싸주던 - 니모습 따뜻했지 -
가끔은 나처럼 그땔 떠올리는지 - 너에게 보채기만 했던 내 모습을-
많이 좋아했던 날 너무 철이 없던 날 - 아무말도 없이 지켜주던 널 -
많이 보고 싶겠지 나 살아가는 모든 날 - 내게 남은 너를 찾아가겠지 - "
하늘을 날고 바다를 걷는 기분이였다.
모처럼 난 자신감 따위를 안은 듯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내 목소리를 귀로 들으며 감정이란 감정을 싣고
그렇게..
"미안하단 말도 못했지 - 난 태연히 또 널 보며 웃었지 -
그렇게 쉽게 널 떠날 수 있을꺼라 - 나조차 알지 못했지 바보처럼 -"
끝까지 난 쉬지도 않았고 망설이지도 않았다.
눈 앞에 사람이 있다 라는 생각, 또는 아무도 없단 생각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노래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난 별 수 없이 노래하는 것이 제일 좋다.
....
다 부르고도 난 한동안 가만히 우뚝 서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손수건이 살짝 젖어오는 기분이였지만
그냥 기쁘다.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진짜 최고네. 한미소."
이번에도 몰래 나와 내 앞에 서있던걸까.
진도원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데 자꾸 입이 웃으려고 한다.
난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너 왜 자꾸 엿듣는데!"
그리고 손수건을 벗으려고 손을 대는데..
따뜻한 것이 내 손을 막는다.
내 손수건을 감싸안은 따뜻한 손.
"장난하지마!!"
버둥거리며 내가 손수건을 푸르려고 했지만
꼴에 남자라고 내 머리를 빙빙 돌리며 손을 막아버린다.
진도원이 그 모습이 너무 재밌다는 듯 계속 웃는다.
그러다 급작 조용해진 분위기.
"소원 말할게요."
"벌써 생각했어??"
목을 가다듬는 녀석.
난 소원을 듣고자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한미소가 사람 천명이 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 날."
"............."
"그 날까지 나랑 만나줘요."
"뭐?"
"너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줘."
..............
.......
여자친구가 되어줘
여자친구가 되어줘
여자..
여자친구..
그거 애인이랑 같은 뜻이야?
"읍.."
가뜩이나 놀라 할 말을 잃고 있던 나에게
진도원은 입을 맞췄다.
난 황급히 녀석의 가슴팍을 밀쳤고
손수건도 벗어버렸다.
진도원의 얼굴이 보이고..
이건 꿈이 아니란 것이 확실해졌을 그 쯤..
"딸꾹!"
"?"
"딸꾹..아..딸꾹!"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버린다.
이 분위기파악 못하는 딸국질.............
거기다가 베시시 웃고있는 진도원 녀석을 보고 있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