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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지대
한 설 야
1
“아니 해가 다 빠지도륵 뭘했소?”
부엌문을 열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내는 혼자서 부르텄던 화를 툭 내쏜다. 나는 가슴패기가 좀 틀빗했지만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실 나는 지금까지 동무들과 의논한 일을 생각하며 아내에게 대한 역증은 그런대로 참고 있었다.
“신수가 벤벤하니…… 참 근심도 없겠소.”
그래도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악착한 생활고에 올드미스와 같이 협착해 가는 나의 마음도 동무들과 앞을 열고 나갈 이야기를 하고 나면 한결 누그러져서 아내가 웬만치 비꼬아 대어도 그런대로 흘려버릴 수가 있었다.
“집주인이 또 왔다 갔수.”
아낙의 말소리는 별안간 걱정스러워졌다.
“뭣이래?”
“뭔 뭣이래오. 당장 집을 내라지…… 안 내면 재판소 사람들이 와서 쫓아낸대요. 이따가 또 올 테니 나가지 말구 있으랍디다.”
“쫓아내어 보라지 원. 하나도 검이 나는 것이 없드라.”
나는 뱃속이 편한 듯이 ˙말하였다. 그러나 기실 편할 까닭이 있으랴. 공장에서 쫓겨나고 또 살던 집에서 쫓저나고…… 나는 이런 생각을 내 가슴에서 만들고 있었다.
“뱃속은 편하오.”
나는 하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난 이제 모르겠소. 땔나무가 있나 쌀이 있나. 며칠이나 뱃속이 편한가 두고 봅시다.”
“아따 그러면 없는 걸 어떡힌다구 그래. 때를 못 끓일 만했지 내가 쌀을 낳는단 말이오, 나무를 벤단 말이오.”
“흥, 점점 신통한 소리만 나오는군.”
“그래도 죽지 않을 터이니 염려 말아.”
“아니 밤낮 그렇게 부어만 다니지 말고 무슨 살 도리를 좀 해보구려. 당신만 못한 사람도 잘들만 삽디다.”
“임자가 나가서 살 도리를 해봐.”
“글쎄 조합이니 회(會)니 하고 떠드니 무슨 소용이에요. 그게 우리를 먹여 줍디까, 입혀 줍디까. 모다 안통으로는 제 살 도리를 다 내놓고 있는데 당신만 똑…… 금강산도 먹구야 볼 일이지.”
“잔소리 말아.”
“제 일도 못하면서 무슨 일을 치겠다고 밤낮 구구 몰려다닌담…… 에이구.”
“……”
“똑 그 꼴을 보기 싫어서 못 살겠더라. 두드려 잠은 부엉이 같은 거랭이들과만 몰려다니니 먹을 게 땅에서 솟아나나.”
아낙은 혼잣말로 종알거리며 혀를 끌끌 찬다.
“개소리 말아.”
나는 속에서 별안간 모닥불이 치밀었다. 아내에게 대한 증오심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륙 년이나 한솥의 밥을 먹으면서도 아직까지 나의 마음과 나의 하는 일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낙이 가끔 이렇게 나로 하여금 가슴을 줘어뜯을 만한 반감을 일으켜 주는 것이었다.
아내도 나의 밸이 극도로 치민 것을 알고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았다.
그 이상 무엇이라고 더 받아치면 내가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을 그는 과거의 경험으로써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도 견딜 수 없게 화가 난 모양이다.
가마 뚜껑에 어린것을 얽어서 다듬이 위에 올려놓고 끈두그려 주던 그는 시어미 역증에 개 배때기 차는 격으로 발길로 탁 차버리고 뾰로통하게 상기를 하고 있다.
아이는 깨어나서 화침질을 한 듯이 울부짖는다. 손바닥만한 두 칸에는 불화의 공기가 숨이 막힐 듯이 절어 있다.
나는 아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도리어 증오와 멸시를 그에게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며 아내가 늬 집 계집, 사나이가 잘 차리고 잘살던 이야기와 돈 잘 쓰고 세도 잘하는 이야기를 부러운 듯이 다시곤 하던 것을 생각하였다. 나의 속은 한참이나 으알으알 쑤시는 것이었다.
사람만은 순스럽고 죽다, 그러나 그만치 약하다. 좀더 의지가 강하고 반항심이 있고 투쟁의 정신이 있고 세상에 버티는 열정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에게 대한 나의 맨 큰 희망이다.
‘사람이 마음이 너무 좋은 것도 흠이야.’
나는 좀 속이 내려갈 때에 새삼스렴게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가 좀더 의식이 강한 사람이면 나는 한결 마음이 든든하리라는 생각도 하였다.
그날 밤
“계시우?”
하고 밖에서 누가 찾는다. 나는 집주인인 것을 곧 알아채었다.
“누구요?”
하고 문을 열드리고 보니 나의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집 때문에 왔는데 내일 아침 일찍 낼 수 있겠소?”
“그렇게야 되겠소.”˙
“그럼 어쩐단 말이오…… 긴말은 할 게 없지만 이 집을 수리하고 따로 쓰려는데 노형 때문에 역감 손해가 아니우. 내일은 천하없어도 옮겨야겠소.”
“별안간 그렇게 되겠소.”
“그러면 어쩌란 말이오, 거 딱하구료.”
“좀더 참아 주시는 외에야……”
“글쎄 여보, 피차 적 쓰고 사는 터이니 말이오만 그만하면 내 인사야 족하지 않소…… 이를테면 나야 당당히 내 집을 가지고 어떻게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소만 피차 좋게 하자니까 엽떼 참아 온 것이 아니오:”
“하기에 나도 사정이 아니오.”
“아니 그게 한송정이지…… 내가 수차 와서 잘 말하여도 노형이 조금도 성의가 엾기에 엊그제 벌써 재핀소에다 수속은 해놓고도 그래도 인정샹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온 거니 그쯤만 아시오. 이 집은 내게 경매되어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보통 가옥 명도(明滾)와는 다르지요. 인도명령(引渡命令)만 신청하면 재판소메서 다 해 주는 건데 재판소에서 집달리가 나오면 비용이 적지 않을 이:니…… 보매 노헝도 그리 낙넉하지 못한뎨 그 비용도 탈이 아니요.”
“허허…… 비용? 내게 되면 내아지요.”
나는 집주인의 뱃속을 다 풀어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질소비료공장이 되는 통에 공장 앞장으로 나서서 땅도 시주고 여러 가지 앞장꾼질을 하고 또 이 고장에 있는 자기 토지값이 올라가서 당장 부자가 되고 그 만면에서 가난하게 된 사람의 집이나 땅이 경매에 붙으면 하주 헐한 값으로 입찰하여 적지 않은 토지와 가옥을 그의 소유로 읊기고 있는 이 바닥의 소문거리의 한 사림이었다.
“아따 그 비용이면 딴 데로 옮걸 터인데…·… ·공연히 창피한 꼴만 보지 말고 피차 좋도록 합시다그려.”
“그러기에 좀더 참으라는 말이 아니오.”
“아니 천하없어도 내일은 내야겠소.”
“그렇게는 할 수 엾쇠다. 안될 것은 애초에 안된다고 해야지요.”
“그럼 더 말할 게 없소.”
이렇게 말하고 집주인은 돌아가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집달리가 나오면 그 비용은 노형이 내야 합니다.”
하고 나가 버렸다.
나는 그가 나를 위해서 자로 오는 게 아니라 재관소에 내는 비용이 아까워서 한 푼이라도 안 낼 도리로 나를 자진하여 나가게 하자는 것인지를 알았다. 그러나 땅 한 평에 삼십 원, 집 한 칸에 사글세 사 원을 하는 이 고장에서 단돈 한 푼 없이 당장 옮길 도리는 없었다. 내일 행길에 나앉더라도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있는 작자들에게 사정하고 빌붙어 보아야 결국 멸시만 당하고 아무 보람도 없는 것을 나는 과거의 경험에서 잘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집주인에게도 끝까지 머리를 숙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밤은 ‘셋집’, ‘축방’, ‘노숙(露宿)'……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핑핑 돌아갔다. 그러며 나는 오늘 낮에 여러 동무와 의논한 일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였다. 우리 노동자는 이대로 있다가는 결국 개인의 살림에 쫓기다가 아무것도 안되고 갖가지 고생과 별의별 멸시와 모욕을 당하고 말리라’는 생각도 났다.
지금 이 바닥에는 육천 명의 질소비료공장 노동자가 있다. 그뿐 아니라 S군 수력전기회사의 공사가 작년 겨울에 필하였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일을 잃고 자꾸 이리로 몰려든다.
겨울로부터 지금까지 이 바닥에 드나든 노동자는 천 명이나 된다. 지금 그중에서 현재 이 바닥에 남아 있는 실업 노동자가 천 명이나 될 것이다.
공장에서는 조금만 눈에 거슬리면 밀어낸다. 공장사무실 맨 뒤에 있는 어두컴컴한 방에 불러다가 현대식의 갖은 심문을 하고는 내보낸다. 조금만 문구를 주워 대면 유치장을 거쳐서 내보낸다. 그리고 파눈이 되어서 밤낮 빛다른 노동자를 골라내고 있다.
그러더니 요새는 보통 노동자는 한 사람도 채용하지 않고 군대에서 병역을 필하고 나오는 제대병을 직공으로 채용하게 되어셔 이 공장으로 들어갈 길은 전혀 막혀버렸다. 이것은 여러 가지의 의미로 우리에게 불리한 영향을 두고 있는 것이라.
간혹 이 공장의 일을 청부로 맡아 하는 구미[組]에서 몇 사람씩 임시로 노동자를 채용할 뿐이나 그 역시 좀처럼 얻어 만날 수가 없다.
오늘도 나는
‘일급 일 원 이상의 일터가 있음. 직업을 구하는 사람은 내문하라’
이런 소문을 듣고 두루두루 찾아서 그곳[組]을 찾아가 보았다.
길다만 바라크집 속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죽 늘어앉아 있다. 문간에 앉았던 감발을 친 한 사람이 흘끔 불쾌한, 불쾌라기보다 강포스러운 눈을 주더니 본체만체 아무 말도 없다.
“일자리가 있대서 왔는데……”
하고 나는 강포한 사람의 왼어깨에 인사를 보냈다.
“뭐?”
하고 그 사람은 눈도 거들뜨지 않고 톡 쏜다.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왔쇠다.”
“일자리 ? × ×사람은 일없어.”
나는 알았다…… 사람이 먹으라는…… 사탕이 아닌지를!
나는 그만 그곳을 튀어나오고 말았다.
돈 좀 얻으러 나온다고 하고 나왔다가 이 소문을 듣고 찾아갔던 것인데 사정을 알고 보니 그런 것이라 무언지 모르게 골이 나서 바로 친구들을 찾아가서 늦도록 금후의 무리들의 일 때문에 이야기를 하였던 것이다. 결국 우선 우리는 이 바닥에 우리의 조합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의논이 일치되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의 바라지 않는 간섭이 있고 또 노동자 자신 중에 아직도 뜻이 있는 사람이 적어서 어떻게 그것을 실현할는지 그 방침은 결정되지 않았다.
작년에토 벌써 조합을 만들려고 하였으나 공장측과 ××와 그 밖에 공장에 대수된 ×색 ‘……르’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때 공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보두 일자리를 잃어버릴까 봐서 좀처럼 나셔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히 그때와는 다르다. 현재 일자리가 없는 실업 노동자가 천 명이나 모여 있고 또 날마다 모여들고 그들은 각각으로 생활! 생활이라기보다 생존이 문제가 되어 있고 또 현재 공장에 있는 사람들도 ‘……’에게 밀려서 언제 어떻게 기울어질지 모로는 불안한 중에 있다. 그리고 농촌에서 살 수 없어 노동터로 나오는 새 일꾼은 금년에 들어와서 버쩍 많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형편이므로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란이나 일을 잃고 있는 사람이나 거진 어슷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리하여 우리는 하루라도 속히 이 형편을 이용하여 우리의 조합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만치 피차 절박한 경우에 있다.
2
나는 결국 있던 짐을 쫓겨나지 않을 수 없었다. 몇몇 친구들은 힘으로써 밀어내자는 주장이었으나 나는 이에 반대하였다. 바로 우리의 눈앞에는 보다 중대한 조직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후!
집주인은 웬 양복쟁이와 인부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 나는 그것이 집달리인 것을 곧 알았다.
“당신이 김익수요? ”
집달리는 무슨 서류를 펴들고 나에게 묻는다.
“그렇소.”
“이 집이 경매된 지가 오랜데 왜 내주지 않소?”
“나갈 형편이 못 되니까 그렇지요.”
“오늘 집을 내시오.”
하더니 그는 나의 대답을 들으려는 기색도 없이 인부들에게 턱질을 한다.
“이 집 안에 건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집어내라.”
그래도 인부들은 조금 주저하고 있었다. 내가 뻗지르고 선 데에 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또는 내가 자기들과 같은 노동자인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대번에 뛰어들지는 못했다.
“아따 뭣들 하고 있어.”
집주인은 제가 달아나서 인부들을 깔본다. 제가 먼저 손을 대려다가는 나의 눈치가 사나운 것을 보고 그저 인부들만 가지고 을러대는 것이었다.
인부들은 하나씩, 둘씩 들어내 놓았다. 집달리는 집어 나오는 족족 하나씩 품명과 수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따 저 길가에 내다 놔야지 게다 놓으면 되나.”
인부들이 짐을 바로 마루 끝에 내놓는 것이 마음에 불쾌한 듯이 집주인은 인부를 노린다.
“예다 놓으면 그만이지 뭘 그러우. 괜찮아요.”
“행길에 놓으면 순검이 가만두나요.”
하며 인부들은 한참 후닥닥거리더니 짐을 죄다 주워내었다.
그러자 집주인은 미리 준비해 가지고 왔던 굵다란 왜못과 망치를 꺼내어 가지고 문이란 문은 모조리 돌아가며 박철을 해놓았다.
아내는 어린것을 끼고 짐을 쌓아 논 마루 한 끝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썩어 내버린 조그만 가마와 냄비가 마루 앞에 나뒹굴고 있다. 아침을 끓여 먹은 숭늉의 몇 방울이 아직도 가마에 남아 있었다.
아이 똥만 바라고 살던 강아지 새끼는 겨울난 털을 벗지 못하고 낡은 솜 같은 뭉클뭉클한 털을 달고 어린애를 멀건이 쳐다보고 있다.
나는 마루 끝에 우두커니 앉은 두 목숨, 아니 세 목숨! 아내, 어린것, 강아지를 세 번, 네 번 볼 때에 눈이 안개로 덮이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보다 강렬한 반항심이 가슴 밑에서 불보다 더 강렬히 타오르는 것은 나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치 나는 나의 무거운 책임을 깨단지 않을 수 없었다. 나까지 고생에 장조림이 되고 설움에만 잠겨 있어ㅅ는 안될 것을 또한 느끼었다.
“만일 다시 이 집으로 들어가면…… 가택 침입죄가 될 테지요.”
집주인은 확실히 나에게 향하여 말머리를 떼어 기지고는 집달리에게 말끗 흔들어 버리며 나가 버렸다.
나는 새삼스럽게 정신이 바짝 나는 것을 깨달았다.
“오냐 죽지는 않는다. 두고 보자.”
나는 반발심이 끓었다. 기운이 났다. 반항은 힘이다.
3
나는 어느 친구의 집 곁방에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자부터 다시 우리의 문제로 발을 돌렸다.
이리하여 칠천 명의 노동자를 가전 이 바닥에 처음으로 우리의 조합이 당당히 탄생하였다.
처음은 우리는 주로 실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만들었다. 역시 모든 간섭이 이리의 이를 내놓았으나 아무것도 아니 가진 우리에게서 그들이 찾아갈 것은 없었다. 또 막다른 골목이니만치 그따위는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제 우리는 우리의 조직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테 박에 있는 우리의 동무들을 자꾸 흡수해 넣고 그것을 × ×으로 내세우는 임무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우리는 일상생활의 모든 문제를 모으고 얽어서 ×우는 것뿐이다. 온 우리 동무의 요구와 일치시키면서!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짓고 있는 기록을 한 편의 글로나마 적어서 온 우리 무리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끝-
2016년 7월 21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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