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산 중에서 그래도 최고봉인 ‘용바위산(347.3)’은 용(龍)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이 있을 법한데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상 조금 아래에 일군의 바위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이들이 ‘용바위’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이진봉(夷陣峰 231.6)은 왜적이 진을 치고 있던 토성(夷陣峰山城)이 있던 봉우리라 붙여진 이름이지만 성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진봉 남쪽으로는 용바위산·칠성산과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북류하는 병암천이 흐르고 있다.
서쪽 ‘이진말’은 ‘이진마을’이 변한 이름.
칠성산(七星山 325.3) 서쪽 마을은 아름다운 정자가 있어 가정개(佳亭-)라 불리고, 칠성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그곳엔 옻이 오른데 효험이 있다는 옻샘이 있으며, 서북쪽에는 팔성산(八星山 381.8)도 있다.
칠성골(가정개)에서 동쪽으로 올려다 보면 칠성봉보다 먼저 '322.2m봉'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어떤 지형도엔 이 봉우리가 칠성봉으로 나오지만 '작은 산이 큰산을 가린 탓'으로 어떤이는 '작은 칠성봉'으로 명명했다.
그밖에 카카오맵에서 보이는 봉우리가 4봉이 더 있다.
두껍바위산(272), 수채음달산(290), 동네마을번든산(310), 영산(靈山 251.8)이다.
‘두껍바위’는 우리가 출발한 지점의 뒷쪽에서 보이지만 ‘두껍바위’가 병암천 건너 서쪽으로 올라간 까닭은 알 수가 없다.
다들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봉우리지만 멋부리지 않은 친근한 이름들이 정겹다.
그 중에서 ‘수채음달산’과 ‘동네마을번든산’은 봉우리에서 살짝 내려선 능선상에 좌표가 찍혀있어 정수리로 옮겨 놓았다.
이는 아랫마을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 데’에서 기인한 현상으로, 다산 정약용이 7살 때 ‘소산폐대산 원근지부동(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이라는 시를 지었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멀고 가까운 것이 같지 않기 때문이라네.’라는 뜻으로 그 능선이 봉우리를 가리고 먼저 보였기 때문이리라.
산행코스: 극동산전(무지개추모공원입구)-수채음달산-동네마을번든산-임도-칠성산-령산·작은칠성산(선택)-갈림길-용바위산-두껍바위산-안부(이진말갈림길)-이진봉-병암리-신양교(약 7km,3.5h)
궤적.
7km 조금 넘는 거리를 3시간 30분쯤 걸렸다.
고도표.
<조진대> 참고.
<산여울>참고.
<참고>
미리 준비한 표지기.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93-1'을 입력하여 '무지개추모공원' 커다란 입간판 앞에서 버스를 멈추었다.
도로옆 공터에 여러대의 승용차가 주차해 있는 지점에 버스를 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여유 공간이 없다.
B팀들은 마지막 봉우리인 이진봉을 권했다.
이진봉 산행은 병암천을 따라 이진봉을 한바퀴 돌아 반대편 '이진말'에서 올랴야만 좋은 길을 만날 수 있어 배웅을 하였다.
A팀들의 들머리는 '태광 마대공장'위 화살표 방향.
작은 다리를 건너 산길로 붙지만...
무성한 잡초가 성가시다.
곧 신축공사가 이루어지는 널따란 부지.
신축부지 조성으로 산이 뭉개져 있어 적당히 능선으로 접속할 수밖에 없어...
제각기 제알아서 뿔뿔이 능선으로 기어 오른다. <나는 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올랐다>
비스듬히 돌아 절개지 끄트머리에서 좌측 능선으로 붙었다.
가파른 절개지를 우회하기 위한 방편이다.
내려다 본 모습.
능선에 붙어...
산속으로 들면...
숲속 그늘 여유로운 산길에서 첫봉(수채음달산 290m)에 올라선다. 좌표를 봉우리로 끌어 올렸다.
정상주를 곁들여 요기를 한 뒤...
'동네마을번든산'에 올랐다. 역시 좌표를 봉우리(310m)로 끌어 올렸다.
편안한 숲길을 내려서면 임도.
임도를 거슬러 다시 산길로 올라선다.
여러 배낭이 놓여져 있는 칠성산 갈림길을 지나 두루뭉실 칠성산에 닿았다.
여기서도 배낭들이 놓여져 있는 건 '령산'을 다녀오기 위함인 것. <왕복 1.5km 남짓이지만 업다운이 평이해 30여분이면 가능할 것>
나는 지난 트라우마로 애시당초 생략하기로 하였다.
갈림길로 되돌아온 뒤 다시 임도에 내려서...
산길진입. 함께하는 분은 여든이 훌쩍 넘으신 '박희삼'님.
그렇게 용바위산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조금 내려서자 일군의 바위들이 용트림을 하고 있다.
용의 몸짓으로 "용용 죽겠지"다. 龍바위가 있어 '용바위산'이 되었을 터.
호젓한 숲길을 걸어 다시 '두껍바위산'. 네이버와 카카오맵에서 보이는 이름이다.
이진봉 직전에서 만나는 안부갈림길. 좌측(←)으로 이진말 내려가는 반듯한 길.
좌측으로 '이진말'로 내려가는 반듯한 산길이 보인다.
그 산길이 이진봉 체육시설을 이용케 하는 등산로인 것.
이진산성(夷陣山城)은 우리 성을 왜군이 무단 점령을 하였으니 이진(夷陣)이 되었을 터. *夷(이): 오랑캐
전국의 왜성은 대부분 우리 성을 무단 점령한 뒤 개보수했을 테지만 산성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어.
북쪽으로 내려서면 잡목 사이로 선답자들의 흔적이 좌로 휘어진다. 묵묘를 지나...
그런대로 뚜렷한 족적.
묵은 임도급 산길을 따르면...
병암리 마을에 내려서...
돌아본 내려온 길.
우리가 원점회귀할 이진봉 동쪽 골짜기를 '산제당골'이라 하고, 그곳 산신각에서 매년 음력 정월에 제를 지낸다고 한다.
모롱이를 살짝 돌자 뜻밖에 우리 버스가 있다.
시키지도 안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
'신양교(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417-1)' 앞이다.
산행거리가 1km남짓 단축되니 한결 여유롭다.
신양교 아래로 내려가 오랫만에 물맛(?)본다.
다리 밑 시원한 그늘에서 물맛을 즐긴 뒤...
그늘막에서 타는 목마름을 해소하는데...
그때 산욕심을 한껏 채우고 회귀하는 고재용 님. 산행마감 시간이 16:30까지이니 "아직 시간이 남았수".
신양교 위로 가을 하늘이 푸르르다.
-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
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져서
내 눈도 작은 것으로만 꽉 차기 때문이다
먼데서 보면 크높은 산줄기의 일렁임이
나를 부르는 은근한 손짓으로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봉우리 제 모습을 감춘다
오르고 또 올라서 정수리에 서는데
아니다 저어기 저 더 높은 산 하나 버티고 있다
이렇게 오르는 길 몇 번이나 속았는지
작은 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가두고
그때마다 나는 옥죄어 눈 바로 뜨지 못한다
사람도 산속에서는 미물이나 다름없으므로
또 한번 작은 산이 백화산 가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것도 하나의 질서라는 것을 알았다
다산은 이것을 일곱살 때 보았다는데
나는 수십년 땀 흘려 산으로 돌아다니면서
예순 넘어서야 깨닫는 이 놀라움이라니
몇번이나 더 생은 이렇게 가야 하고
몇번이나 더 작아져버린 나는 험한 날등 넘어야 하나
<이 성 부>
첫댓글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노고에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