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敗는 貝(패:조개)와 攴[攵(복:칠)]으로 짜인 글자다. 攴은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형상이다. 貝는 원래 鼎(정:솥)이었는데 모양이 혼동되어 貝로 잘못 변한 것이다. 그러니 敗의 의미를 따질 때에는 鼎과 연결시켜 생각해야 한다. 敗의 전체적인 형상은 막대기로 鼎을 쳐서 깨뜨리는 모습이다. 정립(鼎立)이란 말은 鼎이 세 발로 받쳐지기 때문에 쉽게 넘어지지 않는 것에서 온 말로 세 세력이 서로 대치하여 힘의 균형을 이룬다는 말이다. 삼국지(三國志)의 주인공 조조(曹操) 유비(劉備) 손권(孫權)이 활약하던 시대나 신라(新羅) 백제(百濟) 고구려(高句麗)의 시대가 바로 三國鼎立의 시대다. 중국의 천자(天子)에게는 특별히 발이 아홉 개 달린 구정(九鼎)이 있었다 한다. 敗는 그러한 鼎을 쳐서 깨뜨리는 것이니 곧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패배시키다' '패하다'의 뜻이 나왔던 것이다. '憲宗曰:夫一勝一負,兵家常勢. 若帝王之兵不合敗,則自古何難於用兵' :헌종왈, 부일승일부, 병가상세. 약제왕지병불합패, 즉자고하난어용병 :헌종이 말했다. 무릇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 항상 있는 일이다. 만약 제왕의 병사가 패하지 않는다면, 자고로 용병에 무슨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김영찬 동의대 중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