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1968년 혹은 1969년 여름방학 때인 것 같다.대학1학년 때인 것같기도
하고,2학년 여름 방학때인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생각에서인지,행정고시 공부하겠다고 갔다.
증심사로 가던 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오른쪽으로 빙돌이 십리쯤 갔다.
한 2키로 논뚝길을 걸어가면 조그마한 암자가 있다.동국사이다.누군가가
소개해 주어서갔다.
동국사는 아주 조그마한 절이었다.절에는 방이 서너개 있었는데,
십여년간 있으면서 고시 공부한다며 1950년경의 유진호박사의 헌법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었고,세상이 싫다며,절에 들어와 수양하겠다는 배관공 총각도 있었다.
그는 며칠되지 않아 식모와 눈이 맞아 도망갔다.
당시 7곱살쯤되는 주어온 아이 준호는 새벽이나 저녁에는 군 불을 떼며서
뭐라고 주문을 외어댔다.
'정구업지는 수리수리 마수리 수수리 사바하.오방내외 안이지신 지언 '
나는 귀동냥으로 조금 들었다.
제일 어른인 보살님은 60대 초반쯤이었는데,'우리 준호는 소학교만 다니고.
염불 해아제.요사이 젊은이들 보면,뭐 자기가 없으면 못살고 어쩌고,다쓸데 없는
소리만 지껄여 돼.'
식사시간이 되면 목탁을 두드리면 그에 맟추어 행랑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시주하는 사람들이 해놓은 밥이라서 그런지 밥이 아무런 맛이 없었다.
거기에는 준호 엄마라는 40대 중반의 여인이 있었다.한일주일쯤 지났을까,
밤 열두시쯤 되어서 막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이봐.총각!잠자나? 나와 막걸리 한잔하지'
그녀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기생이었고,월향이라고 했다.
'내젊은 시절 한양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한량들은 모두 내품에서 놀았지.
내가 돈을 조금 벌어 이절에 시주했어.그런데,젊은 총각이 뭐하러 절에 왔어?
젊은 사람은 젊은 여자와 함께 있어야제.'
그렇게 농염한 40대 여인은 나를 유혹했다.
나는 모든 것을 잊은 채 농염한 이여인과 달꼼한 여름을 보냈다.
지금 월향은 어떻게 변했을까?
동국사는 그대로 있을까,모든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