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르겠다 / 손진은
자정이 넘은 설산의 휴양림 깊은 골 따라 랜턴을 비추다 씨앗처럼 심긴 눈동잘 기어이 캐내고야 만다 신음처럼 켜져 무겁게 숨소리마저 보내는 내 몸에도 흐르는 저 살별들을 나는 밤의 창이라 부르고 싶었다 허나 맞부딪는 두 빛이 현 위에 닿는 활의 설렘일 거라는 예감을 이내 뉘우친다 어떤 빛은 파닥이는 지느러미 같은 불씨를 찌르기도 하는 것이어서 날갯죽지나 뱃가죽 아래 두근거리는 여린 뼈와 가슴이 내는 저 흐르는 빛의 발광(發光)은 소심하거나 격렬한 영혼에 더 가깝다 어둠의 옆구리에 손 질러 볼 필요도 없이 못 보던 빛줄기가 그 영혼을 간섭할 때 머루알처럼 또렷이 켜지는 구멍은 때론 표정 감추기 위해 초조를 절반쯤 깨물고 웅크린 창(窓)이다가도 피로가 더해지면 찌를 태세로 불붙는 창(槍)!
- 시집 『저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걷는사람, 2021) --------------------------
* 손진은 시인(문학평론가) 1959년 경북 안강 출생. 경북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5 매일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고요 이야기』 『저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등 이론서 『시창작교육론』 외 8권. 금복문화상, 시와경계문학상, 대구시인협회상 등 수상 경주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성결대 재직.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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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시인은 손전등을 들고 눈 쌓인 산을 올랐습니다. 그는 깊은 골짜기에서 손전등에 비친 작은 숨구멍을 발견했습니다.
숨구멍을 들여다보던 그는 작은 숨구멍에 별빛이 반사되는 걸 보았습니다. 시인은 눈 녹은 자리에 생겨난 그 작은 숨구멍이 별이라는 긴 창에 맞은 자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 우주에서 날아온 별빛이 박혀 까맣게 타버린 자리라니! 시적 상상력이 사소할 수 있는 풍경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인 것 같습니다.
- 최형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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