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2001년의 마지막 토요일. 조용한 우리 동네를 떠나서 시카고로 향했죠.
올해의 마지막 토요일은 시카고의 Tango Nada Mas에서 밀롱가로 지내기 위해서. 마지막 갔다 온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해서.. 아마 퍼듀에서 탱고 레슨을 시작하면서는 거의 짬이 나지 않아 다녀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난 땅게로 중 가장 배가 심각하게 나온 밥과 그의 아내 캐슬린이 가비토의 지도 아래 만들었다는 시카고의 가장 오래된 밀롱가인 땅고 나다 마스 (나다 마스는 영어로 Nothing More, 솔로 땅고와 비슷한 의미)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밀롱가와 가장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고 합니다. 전에 들은 말로는 가비토가 "그저 담배만 필 수 있으면 밀롱가랑 똑같을 텐데.." 라고 했다고 하죠.
여기에는 가비토 마르셀라 듀란, 화쿤도와 켈리 등의 유명한 선생들이 일년에 한번씩 꼭 찾아 오는 것으로 유명하죠. 전에 다른 곳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어려서부터 친구인 화쿤도와 가비토는 가끔 밥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화제는 역시 그 "덩치" 랍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찾아오면 차에 태울때 밥을 뒷자리에 태우면 사람을 더 태울 자리가 없다고..^^
인디아나와 일리노이의 시차 때문에 밤 9시에 도착하니 내 시계는 밤 10시, 아직 춤추는 사람이 없더군요. 얘기 하는 사람들 중 한 중국계 여자와 낯이 익어 인사하다 보니. 그 사람이 제 오래전의 포스팅을 읽고 일본 여행할때 탱고를 추고 왔다고.. 겐지와 릴리아나를 만난 얘기도 하더군요.
일년 전쯤, 처음 이곳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허름한 바깥 모습과 달리 분위기 있는 내부의 모습에 놀라고 또 동경의 탱고 실력과 비교 되어 좀 실망했었던..
지금 시카고의 실력은 그때보다 훨씬 뛰어난 듯 보였고요. 사람들이 그때보다 밀착해서 추는 것을 좋아하게 된듯.. 어제는 거의 모든 여자들이 저와 깊은 홀딩을 하고 추었습니다.
오랜 만에 왔지만 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 나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예전에 비해 눈에 띄는 고수들도 꽤 되더군요.
될 수 있는대로 모든 여자분과 추어 보려고 했는데, 여기는 탄다-꼬르티나 제도가 있어서 곡이 바뀌는 신호가 3-4곡마다 나오죠.. 이것 때문에 최소한 한 사람과 한 탄다 (3-4곡)을 추다 보니. 중간에 다른 사람 추는 거 보려고 쉰 두 번의 탄다를 제외하고는 모든 곡을 췄는데도 춰보지 못한 사람이 꽤 되었습니다.
특히 모델같이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분 하나는 엄청난 인기로 거의 쉬지를 못했는데 (배우같이 잘생긴 남자친구랑 붙어 있었지만, 그 사람 탱고보다 살사를 좋아하는 듯). 결국 신청할 기회를 놓쳤죠.
다시 신청해 달라고 부탁했던 분들도 몇 분 되었는데 계속 돌다 보니 결국 거의 다시 춤을 신청할 시간이 없더군요. 음악이 맘속에 가득하고 여인네들의 쏘는 듯한 향수가 온몸에 다 배었을 정도로 끈임없이 춤을 추다가 시간을 물어보니 새벽 두시 (우리동네로 새벽 세시) 5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췄더군요.
사람들이 조금씩 취하고 조금씩 지치고.. 그리고 많이 행복한 듯할 무렵 모두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밥이 떠나기 전에 탱고 여행객들의 사진을 모은다며, 제 사진을 찍었죠. 언제 그동네 홈에 올라올듯.
밖으로 나오니 살을 에일것 같은 추위.. 춤때문에 비교적 얇은 옷을 입기는 했지만. 중간에 기름 넣으면서 얼어 죽는 듯 했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이하인듯.. 집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5시 반. 그렇지만 충만한 아드레날린 덕으로 잠이 오지 않더군요.
오랜만의 즐거웠던 시간..
작별 인사할 때 "언제 다시 올거야?" 하면서 귀에 키스를 해서 내 왼쪽귀를 축축하게 만들었던 멋진 금발머리 아줌마.. 기억해보니 전에 시카고 교육방송에서 아름다운 성생활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던 사람 같은데.. 맞는지.. 기억이 가물 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