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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여자’가 비구니 된다? 살아보면 그런 사람 하나도 없어요” | ||
1만 관객 돌파 앞둔 비구니 다큐 ‘길위에서’ 정목스님-이창재감독의 ‘무비꼴라주 시네마톡’ 중계 | ||
모지현기자 momojh89@gmail.com | ||
이창재 호두마을에서 남방불교 수행을 할 때 한 노비구니스님을 만났습니다. 3,40년 이상을 수행해오셨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도 수행으로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정목 영화를 함께 보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사진작가 고영애 님, 기독교인이신데, 영화를 본 소감이 어때요?
고영애 저분들은 어떤 운명 때문에 그런 길에 들어섰나, 표현하기 힘든 그분들의 삶을 보면서 기독교인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을 알게 된지 오래지 않았지만 가끔은 스님을 위해 선교의 기도를 하기도 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며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영적인 세계를 봤어요. 저렇게 힘든 길을 왜 가지?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목 오늘 이 자리에 제 트위터 친구 몇 분을 초대했는데요, 23살의 영화배우 진기 씨도 자리해주셨어요. 진기 씨의 감상평도 들어볼까요?
진기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사찰음식을 하는 분들의 이름 정도를 아는 정도였지 어떤 과정으로 스님이 되고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까 스님께서 출가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는데, 저는 출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할 것 같습니다. 또 영화 상영에 앞서 정목 스님과 대화하면서 놀란 게 스님의 옷이 꼭 연꽃 위에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스님들 의복도 비슷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옆 친구에게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정목 혹시 영화를 보면서 ‘나도 출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분 있나요? 한 분, 두 분 정도 있는 것 같네요. 감독님, 이 영화 성공했네요. (웃음) 기독교의 윤정근 장로님께서도 찾아주셨어요. 장로님의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윤정근 머리를 민 그것만이 아니고 세상과의 연을 자를 수 있다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부모가 찾아와도 만나지 않는 행자승은 정말 대단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교가 있지만 스님의 길이 범상치 않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모든 비구니 스님들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목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감독님, 영화를 찍다 여러 번 쫓겨났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창재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겁 없이 뛰어들어 오기로 덤볐는데 촬영을 마칠 때까지 후회했습니다. 사찰은 아주 민주적인 곳이더군요. 만장일치제로 어떤 한 스님이 ‘싫다’ 하면 그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두 번째 쫓겨났을 때는 주지 스님께서 “감독님이 나가던지 스님이 나가던지 둘 중 하나”라고 하셨을 정도로 강경했습니다. 철수하고 아예 다른 작업을 알아보던 중 “남자가 그 정도 각오도 없이 뛰어들었느냐”고 불호령을 하신 큰스님 말씀을 듣고 초발심을 되살렸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장작도 패고 운전도 하면서 장기적으로 있을 노력을 했습니다.
정목 스님들께서 쫓아낸 이유가 단순히 감독님이 ‘남자’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텐데요.
이창재 산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든 문이 다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2개월, 3개월이 지나도록 스님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문만 열고 나가면 사사삭 사라지셨습니다. 또 촬영을 하면서 담배도 끊었는데도 불구하고 냄새가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목 맞아요. 산중 절에서 살다보면 도시의 냄새에 예민해져요. 저도 처음 도시포교를 하면서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지하철에 타면 삶의 냄새들로 숨이 턱턱 막히더라구요.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는 적응했지만, 백흥암 스님들도 정말 힘들었겠어요. 여러 번 쫓겨나면서 촬영을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았어요. 왜였나요?
이창재 큰스님께서
처음 문을 열어주실 때 당신이 죽을 때까지 다시는 이런 촬영을 허락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여기에서 물러서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시는 기회가 없겠구나,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비구니는 사연 많은 여자다’라는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60명의 스님을 인터뷰하는 동안 느낀 것은, 사연이 있거나 상처를 받아 절에 왔다 하더라도 행자생활을 하는 동안에 치유하게
되고, 남아있는 분들은 현실적인 수행을 하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스님들이 출가의 이유로 ‘본질적인 행복’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연이나
운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장부와 같은 큰 뜻을 가지고 출가하는 것입니다.
정목 비구니 하면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찍으며 보니 세속적 기준의 ‘사연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말씀이신데요. 저도 그래요. 인생에, 사랑에 실패한 여자들이 출가한다고 하는데 살아보면 없어요. 주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사람들은 여자들끼리 금남의 집에 모여 비밀스럽게 사는 게 비구니라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안으로는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걸으면서 밖으로는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영화를 통해 알려졌으면 좋습니다. 이제 캐릭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신세대 행자들의 캐릭터가 인상 깊었는데, 그런 성격들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창재 재기발랄하고 신세대인 스님들을 담았는데, 특히 미국 교수 임용시험을 앞두고 출가한 상욱 스님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 신세대 스님들 분량이 많아져서 ‘잘린’ 스님도 있습니다. 대기업 부장을 지내고 슬하에 두 자식을 둔 여성이 10년간 출가를 고민하다 49살에 출가했는데, 그렇게 사랑했던 남편과 아이들이 출가하고는 꿈에도 안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진리의 길로 수렴되리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정목 그렇다면 감독님은 어때요? 출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요?
이창재 공식적으로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생활이 계절의 흐름과 같이 쥐었다 풀어지고, 조여졌다 느슨해지는 긴장들이 명백히 있다는 것이 행복해보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데 멋진 자리구나, 살아볼만 하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정목 감독님은 이미 1년동안 백흥암에서 수행을 한 스님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 <길위에서>는 어떻게 붙여졌나요?
이창재 우리가 상황과 관습, 습관, 여건 때문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반면 스님들은 게으르나 부지런하나 빨리 도달하나 조금 늦나의 차이는 있지만 깨달음이라는 한 길 위에 서 있는 것을 봤습니다. 갈 지(之) 자로 살아온 내 삶을 돌아보며 <길위에서>라는 제목을 떠올렸습니다.
정목 영화 화면은 끝났는데 영화의 여운을 간직한 채 영화관 의자에 하염없이 앉아있고 싶었어요. 영화 엔딩크레딧이 채 올라가기도 전에 커피숍으로, 길거리로, 식당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 말고, 천천히 가는 속도 속에 여운을 즐기는 느낌, 그런 느낌을 이 시간을 통해 주고 싶었어요. 꼭 불교만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눈으로 다른 세계를 보이는 이 영화를 소개시켜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의 길과 의문을 찾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이창재 작품이
좋았다면 스님들 덕분이고 작품이 혹 모자라다면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작품을 빛내는 것이 스님들을 빛내는 거라 생각하고 불을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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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가 상영중이군요...필히 보아야 겠습니다...회원 여러분들도...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