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전쟁의 규모만큼 단시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을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견딜 만한 힘이 있어야 합니다. 인력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물자 공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훌륭한 지도자의 전략과 전술도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잘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지도자의 전략이 실패하면 그 모든 것을 순식간에 잃을 수 있습니다. 적은 병력으로 몇 배 되는 적군을 섬멸할 수도 있습니다. 익히 잘 아는 우리의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도자를 잘 만나는 것은 모든 병사들의 복입니다.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서로가 지략을 갖춘 지도자를 가지고 있다면 전쟁은 질질 끌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몫이 지도력입니다. 군대를 이끌 수 있는 능력입니다. 머리만 뛰어나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병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신뢰를 잃고 미움을 받는 지도자라면 일단 군대 내의 사기가 떨어져 있기 쉽습니다.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집니다. 아무리 장비를 잘 갖추고 있다 한들 싸울 의지가 없는데 승리하기 어려워집니다.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들 있다면 전투를 하기도 전에 패전이 결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병사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신뢰가 돈독하다면 기꺼이 자가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애국이라는 대의보다도 현장에서는 상관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 그리고 옆의 동료에 대한 전우애가 크게 작용합니다.
커다란 전쟁에서 지도자의 전략과 군대의 사기는 승리에 매우 귀중한 요소입니다. 더구나 고국을 떠나 멀리 출정을 했다면 전쟁이 장기전으로 들어갈 때 사기가 저하되기 쉽습니다. 알 수 없는 승패와 생사 문제도 있고 두고 온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서 종결을 짓는 일입니다. 그러니 죽기살기 일전을 불사해야 합니다. 그 때 중요한 것이 병사들의 사기입니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 이 전쟁이 가지는 위대한 가치 그리고 승리 후에 누리는 영광 등을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지도자가 회의에 빠져있다면 큰일입니다. 그의 마음이 장병들에게 그대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1453년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동로마제국이 종말을 고하고 콘스탄티노플이 이스탄불로 바뀌는 때가 되는 것입니다. 지나간 역사이기에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역사적인 사실을 극화한 것입니다. 남녀 사랑의 이야기나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관심의 표현 등이 조미료처럼 가미되기는 하였지만 일단 이 대규모 전쟁은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기에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실에 입각하여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화면으로 재현하였습니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성이 어떻게 무너졌을까,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입니다. 천년의 영화가 끝장난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질서가 새롭게 형성됩니다.
오스만 제국은 메흐메트 2세가 아버지를 이어 즉위합니다. 처음에는 12살로 어렸기에 잠시 물립니다. 젊은 청년이 되어 돌아와 술탄이 되었지만 분산된 권력을 자신에게로 모으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지나왔으리라 짐작합니다. 자리는 되찾았지만 신하들의 신임과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고 그 권위에 복종하고 따라오게 하려면 인내와 지략과 사람을 다루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권위를 되찾고 나서는 매번 공물을 힘겹게 요구하는 콘스탄티노플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예 정복해버릴 꿈을 가집니다. 물론 대부분의 신료들이 그다지 공감하지도 않고 따르려하지 않습니다. 그 긴 세월 아무도 저 성을 정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성벽을 부숴야 쳐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한 대포만 있으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국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는 어림없습니다. 원하는 만큼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의 대포를 제작하려면 가능한 기술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자가 적진에 있습니다. 한편 헝가리 출신 기술자인 오르반은 콘스탄티노플의 황제의 명을 어기고 미움을 사 체포될 상황입니다. 때 맞춰 메흐메트의 전사들이 들이닥쳐 구해 갑니다.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그 쪽에 가서 오히려 대포 제작을 맡습니다. 상상을 초월한 규모의 대포를 제작해서 전쟁터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난공불락의 성을 향하여 어려운 전투를 전개합니다.
일단 메흐메트 2세는 일찍부터 이 정복의 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권력의 일원화를 이룹니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읽었습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 내부는 분열되고 있었습니다. 서로마제국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종교적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사실 교황 중심 체제였던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은 바로 동방정교회와 서방기독교(오늘의 천주교)로 나뉘어져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였지만 성내 주민들 곧 신자들은 반대하였습니다. 카톨릭의 노예가 되느니 오스만 제국의 노예가 되는 게 낫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유럽 내부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의 대결, 독일 내부의 불안정 등 도무지 콘스탄티노풀에 신경 쓸만한 때가 아니었습니다.
메흐메트 2세는 세계정세를 바로 읽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대포 기술자를 자기 편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겁만 내고 있던 신료들을 쫓아내고 또 한편 긴 전쟁으로 지쳐있던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재정비하여 마지막 일전을 감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승리한 것입니다. 희생도 컸지만 그만한 업적을 이룬 것입니다. 위대한 술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거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영화 ‘정복자 1453’(Fetih 1453)를 보았습니다. 2시간 반의 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습니다. 2012년 튀르키예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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