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은 "현란한 몸동작(댄스)에 치중하다보니 노래할 때 가사전달력(발음)이 부정확하고 음도 틀어질 때가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과연 그럴까?
공기를 얼마만큼 오랫동안 적절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호흡량은 소리 구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흡량은 횡격막이 얼마만큼 팽창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숨을 들이쉴 때 사용하는 근육인 횡격막이 들이쉰 숨을 효율적으로 내뱉는 행위에 노래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다. 많은 명 가수들과 보컬트레이너들이 횡격막을 강조하는 이유다. 명 가수 김조한은 "횡격막을 잘 사용하는 것은 보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댄스를 하며 격하게 몸을 움직이면 호흡이 힘들어져 소리 구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격렬한 몸 동작(댄스)을 하는 와중에도 흔들림없는 음정과 소리를 구사할 수 있기 위해선 무엇보다 큰 폐활량과 스태미너가 필요하다. 따라서 호흡을 관장하는 횡격막은 음악인(가수)은 물론 운동선수에게도 필수적이다.
음역은 '최고 높이'가 아니라 (자신이)쓸 수 있는 '음의 높이'를 말한다. 때문에 단순히 높이 올라간다고 해서 뛰어난 것이 아니라 높이 올리며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BTS는 파워풀 안무와 노래를 함께 하는 와중에도 호흡-음정-발음 등등 발성학적으로 요구되는 포인트들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해가고 있다. 그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가창력을 갖춘 아이돌도 라이브에서 격렬한 댄스와 함께 하면 음정과 발음 등이 불안정하게 연출되는게 일반적이다. 데뷔 초기 때의 BTS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불안한 요소들이 하나둘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안무 전반이 더욱 강렬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진화하는 와중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발전해 갔다.
근육 전반과 뼈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격한 댄스 중 음역이 급히 바뀔 때, 또는 순간적으로 힘을 많이 쏟아부으며 액션과 노래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이전보다 소리가 깔끔하고 파워풀하게 뻗어 갔다. 호흡 처리의 포인트-특히 큰 폐활량에 대한 대비-를 잘 체화시켜 갔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음역이라 해도 자신들에 맞게 음역대를 풀어가고 있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춤 동작은 정말 많은 것들이 믹스된 '칼군무'의 종결판이다. 개인기가 강조된 다채로운 브레이크댄스(스트리트댄스)에서부터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깊은 의미부여를 하는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BTS의 안무는 각 멤버들의 강점과 팀웍이 조화롭게 빛을 발하는 케이스다.
춤 율동 사이에 브릿지를 넣는 창의력이나 패스트&슬로 등 템포 급변의 완벽한 대비, 그리고 무엇보다 남성적 파워가 넘치는 각이 연출되는 와중에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춤선은 BTS만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순수예술 종사자가 대중예술 관련 언급을 하는게 적절치 않다며 익명을 요구한 모 현대무용 관계자는 "우연히 BTS 안무영상을 두어번 봤는데, 다리는 매우 빠르게 풋워크를 하는 와중에도 손을 지그시 펼치며 허공을 가르키는 일종의 '표현언어'로서의 동작과 시선 처리가 언뜻 현대무용 같은 느낌을 잠깐 받았다"며 "일반적인 아이돌 댄스 그룹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줄넘기를 하며 노래해보라고 시키면 평소 잘 부르던 곡도 매우 힘들어지는게 일반적이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그 안무 패턴과 동작이 줄넘기하며 노래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난이도가 높은 것이다.
BTS 라이브밴드 '고스트' 리더이자 롤랜드(Roland) 아티스트 김기욱은 "BTS와 공연을 할때마다 멤버들의 기운(기세)이 너무 대단해 놀랄 때가 많다"며 "전 세계의 그 어떤 대형 공연장이라도 BTS의 라이브를 감당하기엔 좁게 느껴진다"고 했다.
소위 '방탄안무'를 만든 안무계의 젊은 거장 손성득 퍼포먼스 디렉터는 "잘 만든 안무라도 결국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데 BTS는 하나를 말하면 10(최대치)의 수준까지 끌어 올릴 정도"라고 했다.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BTS의 재능은 물론 쉼없는 노력과 성실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보여주는 예다.
뮤지션/보컬트레이너 이시영은 "방탄소년단이 라이브 할 때 그처럼 파워풀한 댄스를 구사하다보니 립싱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만약 립싱크가 아니라 진짜 리얼이라면 정말 놀라울만큼 대단하고 위대한 것"이라고 했다.
조용필 위대한탄생 출신의 명 베이시스트이자 음악디렉터 송홍섭 대표(가평뮤직빌리지)는 "BTS는 초기 때엔 다소 거칠고 가벼운 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꾸준히 소리가 좋아지고 세련돼 갔다"고 했다. 또한 송홍섭 대표는 "BTS는 점차적으로 아레나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 어울림직한 볼륨 큰 사운드로 화했다"며 "각 멤버들의 매력, 그리고 한번만 들어도 친숙한 프레이즈의 조합, 공감대 큰 가사, 음악적 완성도(조합력) 등이 오늘날의 BTS를 만들게 된 매력이자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데뷔 이래 줄곧 쉼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한계를 모르는 '무한도전'은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물론 BTS 신공의 위력은 아직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