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네에서 딱지의 왕이었다. 특히 접어서 만든 딱지는 나를 딱지대장으로 만들
어 준 일등공신이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가방을 방에 팽개치고 엄마,아빠 몰래 숨겨둔 딱지를 꺼내서
동네골목으로 가면 이미 그 골목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딱지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서로 한번씩 딱지가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딱지를 칠 수 있는대 딱지치기만
큼 종이를 이용해서 하는 게임 중에 재미있는 게임은 없다.
힘과 운에 따라서 승패가 갈라지는 게임이라 무조건 힘이 좋다고 딱지가 넘어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힘 때문에 그 힘 조절에 실패하면 계속해서 딱지를 잃기만 하는 것이다.
그 동네 개구장이들과 한패였었던 나는 각자가 나름대로 딱지를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 많이 애썼다. 딱지를 접고 딱지의 사각면을 땅에 비스듬히 세워서 살짝 간다.
그러면 땅에는 종이 먼지가 일어나고 딱지는 옆면에 날까로워진다.
그러나 너무 많이 갈면 딱지가 찟어지고 금방 해져서 곧 그 수명을 다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딱지가 맞았을때 잘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딱지를 물 먹이는 방법도 그러하고 자동차가 지나갈때 그 자동차 바퀴 아래로 딱지를
던지는 이유도 그러하다.
딱지가 납작할수록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딱지를 납작하게 만들고 앞뒤로 딱지를
만든다음 딱지 속에다가 작은 딱지를 여러장 넣으면 무적의 딱지가 되는 것이다.
딱지는 앞뒤가 있어서 딱지를 쳤을때 한번 뒤집어지면 1번 아웃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잘 만든 딱지에 작은 딱지 여러장을 접어서 넣으면 얍샵하더도 승부에
이기지만 아이들이 껴주지 않는다.
그러나 딱지 잘치는 애들이 금방 요령이 몸에 배서 요만큼의 힘과 어떤 부분 을 공격했을때
넘어가는지를 금방 알아낸다. 참으로 과학적이지 않는가?.
그렇게 딱지를 잃으면 딱지 딴놈은 좋아라 하겠지만 승부에 진 놈은 그 동안 아끼고 아껴서
딱지를 만들었던 그 노력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한살한살 나이를 먹으면 네모딱지는 그 인기를 잃어갔다.
그리고 문방구에서 파는 둥그런 딱지를 가지고 논다.
사진설명 : 둥그런 딱지;
어째서 네모딱지가 동그란 딱지에 밀렸는가를 생각해보면 순전히 돈을 주고 샀냐 않샀냐의
이유도 있지만 동그란 딱지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간담,아톰,공룡,마징가,철인28호, 킹라이온
등등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온갖 로봇 등의 그림을 가질 수 있어서
이다.
이 딱지로 할 수 있는 게임방법이 몇가지가 있다.
먼저 "파파먹기" 상대방과 어느정도의 딱지를 걸고 땅에 놓은뒤 양손 엄지 손가락으로
딱지 둘레에다가 놓은뒤 숨을 크게 들여마시고 부는 것이 아닌 "팟!"하고 뱉으면 딱지가 넘어간다.
그러면 넘어간 만큼 가져가면 된다.
이것을 여럿이서 할 경우 딱지가 드러워진다. 이녀석 저녀석 침이... 심지어 음식물 먹고
한 녀석이랑 하면... 말 안해도 알 것이다.
그리고 여럿이서 할 경우는 딱지 날리기가 있는대 이것은 아이들이 5장이면 5장을 걸고
땅에 줄을 긋고 그 줄에 서서 다같이 한번에 날리는 게임이다.
왼손으로 딱지를 잡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부러져라 뒤로 젖히고 이때다 싶으면 새끼
손가락을 팅기면 딱지는 앞으로 날아간다. 그래서 제일 많이 날 아간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별을 이용한 딱지가 있다. 딱지 둘레에 별 모양이 그려져 있는대 누가 많이 별이
그려져 있나 해서 많은 쪽이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딱지의 맛은 아까 말했듯이 파파먹기랑 지금 설명할 이것인데 이것도 딱지를 어느정도
걸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선을 가린 뒤 하는 게임이다
손바닥을 약간 구부린 뒤 많이 넘어가라고 주문같이 손바닥에다가 하~하~ 하고 불어준 뒤
딱지를 내려쳐서 넘어간 만큼 가져가는 것이다.
이것도 너무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맨땅에서 하기에 조금 있으면 손이 무지하게 아프다.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돌계단-계단도 지금은 현대식으로 아주 잘 꾸며진 사람들
걷기에 좋은 그런 계단이 아니라 시멘트로 마구잡이 대충 만든 그런 계단에서 나와
동네 아이들은 그런 계단에서 옷이 드러워지든 말든 계단에 러 누운 자세로 놀았다.
손에는 때가 끼고 얼굴에는 때꾸정물이 흐르고 목과 팔 꿈치에는 때가 끼고 씻지 않아서
때가 껴도 아무런지 않은 주위시선 따위에 상 관하지 않은 그때가 너무나 그립다.
돈 100원에 무엇을 살까?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도 하는 지금의 돈100원으로 할 수 있는것이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그때는 돈100원에 행복을 느꼈다.
상자에 한아름 담은 동그란 딱지들을 볼 때면 좋아서 웃기도 하고 꺼내서 딱지에 그려진
그림들도 보고 어떤 것이 별이 가장 많은지 세어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가져본다.
딱지를 너무 쳐서 겨드랑이가 부어올라 나를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기도하게 만든 딱지...
이사를 다니고 부모의 압력에 의해 버려지고 없어진 딱지는 나에게는 어린시절의
하나의 놀이였고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