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전지역 신문에 “나눔의 쌀독”에 대한 기사가 났었어요. 우리 구 관내인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동사무소에 설치해 운영키로 한 쌀독이야기였죠.
전국적으로 이것과 유사한 쌀독을 운영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들었었지만,
이처럼 행정기관에서 직접 설치하여 불우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데는 많지 않을 듯 싶은데...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인정”이 넘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특별했다해요. 굳이 “홍익인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고자”하며
전통적으로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며 따뜻한 인정을 느끼고, 자식이 부모님께 효행을 다하는 걸, “효도는 백행의 근본”이라하며 최고의 가치로 쳐왔어요.
대가족 제도에서 소가족제도 였다가 지금은 핵가족 제도시대에, 결혼 하고서도 자식 부양에 시간적 물질적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 그런지,
2세를 안 낳고 부부끼리만 살려고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해요. 지금도 출산율이 저하되어 걱정이라는 데,
그전에는 농경 중심사회 였다보니,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1차산업 구조라 대가족제도를 선호하고, 대부분 지방은 그래서 마을마다 집성촌을 이루며 일가친척들이 함께 살아왔었어요.
그래서 어린애들도 웃어른에 대한 존경과 효행심을 아주 어려서부터 배워 왔던 거겠죠.
저희 어릴 때만해도 부모님들께서 많은 자식을 두는 추세 였어서, 저처럼 동생 하나만 있어 쪽수가 부족한 애들은 친구들간에도 쬐끔은 구박을 당했었죠.
친구들과 놀다가 의견 충돌이 나서 간혹 싸우게되면, 다른 친구네는 언니 누나 형 동생이 총출동하여 "인해전술"을 쓰는 바람에 저와 제 동생은 웬만하면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잘 놀기를 바랬답니다. (ㅎㅎㅎ)
실제로 친구들 끼리의 놀이에서 사소한 다툼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고 집안은 물론, 동네 사람들 간에도 섭섭해 하는 일이 있었어요.
심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지요. 저희야 어차피 남의 집 셋방살이였기에, 1년에 몇 번씩 이사를 다녔지만요.
제가 그전에 51번 이사 다녔던 이야기를 했었는 데, 기억하시려나요? 이사 많이 다닌 게 결코 자랑이 아니고, 어렸던 초년시절부터 어려운 살림살이로 가난의 고통을 당하며 살아왔지만,
그래도 신앙을 잘 지키며 열심히 살아온 탓에 지금 이렇게나마 여유를 느끼며 살게 되었다 싶습니다.
앞에서 “나눔의 쌀독”이야기를 했는 데,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그전부터 주님의 고통을 특별히 생각하는 사순절기간 동안에 쌀을 모으는 전통이 있어요. 지금도 많은 성당에서 계속 하고 있다지요.
저 초등학교 6학년때 교리를 1년6개월 받고 나서 그해 성탄때 영세를 받았지만, 저희는 예비자 시절일 때부터도 어머님의 모범으로 교회의 가르침대로 지켜왔었어요.
초등학교 시절 어디가 찢어질 정도로 가난했다 하던 때에도, 사순절 기간에는 날마다 밥 하시는 어머님께서 수저로 쌀을 한숟갈씩 퍼서 따로 모아 두셨었지요.
나중에야 그 쌀이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성당에 보내서 쓰여질 성미(誠米) 란 것을 알았죠.
아무리 술주정뱅이에 생활력이 부족한 제 선친으로 게다가 많은 구박과 고통으로 힘든 날들이었지만,
제 어머니는 주님을 믿으며, 저희 자식들에게 희망을 주셨어요. 언제든 “새 돈”이 생기면, “새 돈(=신권)”은 으례히 “하느님”께 드릴 헌금이라고 따로 잘 두셨던 어머님.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저희 자식들이 잘 되기를 기원해 주시겠죠.
부사동은 대전 중구에 있는 동(洞)이름입니다. 제가 대전교도소 교도관생활을 그만두고, 대전시 중구 공무원으로 재출발 할때 부사동사무소에서 시작했어요.
그렇기에 부사동이 제게는 인연이 많고 잊을 수 없는 동네죠.
1994년도에 “부사칠석놀이”가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그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역사와 전통 민속놀이가 유명한 동네이죠.
부사동 산4번지라 하면, 6.25.사변 직후 어려웠던 달동네 판자촌으로 이루어진 저소득층 밀집지대였습니다.
동구 대동 산2번지, 중구 목동 15번지와 함께 어려운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죠. 지금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거주 환경이 좋아져서 살만해 졌어요.
제가 근무했던 10여년전만해도, 골목골목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의 사는 모습을 쉽게 볼 수있었는 데, 지금은 그때 비해도 무척 좋아졌어요.
물론, 아직도 어려운 이웃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 부사동에서 생활이 어려워 밥을 굶는 이웃들을 위한 화수분 ‘나눔의 쌀독’이 설치돼 화제입니다.
화수분은 안에다 온갖 물건을 넣어두면 더해져서 쳐서 끝이 없이 나온다는 보물단지를 말한다해요.
대전의 명산인 보문산의 전설에도 이 이야기가 있지요. 보문산이 보물산이었다는 데...
부사동 “복지만두레”(복지만두레는 옛날 두레 조직처럼 어려운 이웃을 결연하여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는 대전광역시의 특수시책이죠.)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나눔의 쌀독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쌀을 담아 복지사각지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부사동 주민들은 “사회와 이웃의 도움을 받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기사와 뉴스를 접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며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들이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내민다면 힘들지 않게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합심합니다.
수시로 쌀독을 찾아 365일 비워지지 않는 쌀독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사동 주민들은 불우이웃들이 혹시라도 쌀을 퍼가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눈치를 볼까봐 통행이 뜸한 곳에 설치하는 섬세한 배려까지 하였구요.
생활 여유가 있는 분들이 가난한 이웃을 돕고자 해도, 계기 마련에 익명성 보장이 어려울 때가 있는 데, 사랑의 쌀독이 이 역할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거죠.
앞으로 실제적으로 혜택을 주고받는 분들이 많아지시게 신경써야 겠어요.
우리나라에는 IMF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며 졸부노릇을 했던 부유층 못난이가 있었는 가하면,
경제 환난을 이겨내고 그 당시의 긴급국제금융 자금을 모두 갚았다는 지금에도 생활고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저소득주민이 많이 있습니다.
심심찮게 들리는 일가족 자살사건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죠. 너무 안타까워요.
열심히 노력하는 서민들이 보다 잘 살고 대우받는 세상이 되어야죠.
오늘은 6월14일입니다. 오늘이 “키스데이”라는 데요?
울 님들 오늘은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의 징표 키스를 주고 받는 행복한 날 되세용~! 연인이 없으신 분들은 걍~ 참으시구... (헤헤헤)
워낙에 무드 없이 사는 울 짝지 아녜스는 키스데이가 무슨 할일 없는 사람들이 쓰잘데 없이 만들었냐며, 코웃음 치겠지만... (ㅠㅠㅠ)
첫댓글 6남매 저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면서 님의 글을 보았답니다...좋은글 감사히 보구 갑니다..
나눔의 쌀독 이야기는 들은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좋은 취지의 일이지요.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고 도움을 줄수있는 그 마음씨에 박수를 보냅니다. 힘든이에게 이웃의 정이 항상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원한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