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 다녀왔다.
성당 언니들과 함께.
모처럼 집을 떠나 함께 한 언니들은 찬조를 넉넉히들 해주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밥을 사고 커피를 사고 약식을 쪄오고.....
걷은 회비가 남을 정도였다.
"젬마야! 우리 여름휴가 간 하이원 리조트가 좋더라.
우리 같이 거기 가자."
사위가 장모님을 위해 기꺼이 예약을 해주겠다고 한 언니덕분에
정선나들이를 다녀 온 것이다.
새차를 사서 기분 좋았던 언니가 기꺼이 운전을 자처했고
조수석보다는 운전석을 좋아했기에 나도 운전을 하기로 했다.
설렘 가득한 여행.
여주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을 아침으로 먹고
커피를 마신 후 영월의 한반도 지형에 가서
중간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한반도 지형과 숲을 배경으로
개인사진과 단체사진을 기념으로 찍고
화암동굴을 향해 떠났다.
중간에 화암약수에 들러 약수 한 컵을 마시고 보니
오래전에 와 본 화암약수가 아니다.
화암동굴 가는 길의 운치는 개발로 인해
잘 가꾸어진 관광지처럼 변해 있어서 삭막했다.
그러나 입구의 식당중 마음 내키는 곳,
오롯이 성령의 이끄심이라 믿어서인지
강원도의 상징 나물비빔밥을 한 그릇 시켰는데 꿀맛이다.
초행길처럼 낯설게 변해버린 화암동굴에 올랐다.
운치는 사라졌지만 현대식으로 꾸며진 동굴입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간 화암동굴은
동굴속조차 요모조모 인위적으로 변해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형들과 기계들,
그리고 전시물들은 신기했지만
정선의 가을단풍과 자연을 담으러 떠난 우리에겐
다소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배도 채웠고 종일 차를 탔으니 운동 삼아
2km 가까운 동굴을 탐험해 보기로 했다.
반환점 쯤이었을까!
다리가 아프다며 언니들이 힘들어 하면서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하트를 남발하며 신나게 웃는다.
여행은 장소가 문제가 아니다.
누구와 함께인지가 중요하다.
식사도 마찬가지다 무얼 먹는가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차는 마셔도
식사는 거절한다.
아쉽게 자연에 인공을 가미해 전시동굴 같은 화암동굴을 걷고
(그도 새롭기는 했다.)
서둘러 정선시장으로 가서 배추전, 메밀전, 옹심이로 저녁을 먹고
콘도로 돌아왔다.
왁자지껄 집 떠난 자유를 나누고
얼굴에 누군가 가져와 나눠 준 마스크팩을 붙이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다.
낯선 장소와 불편한 잠자리로 제대로 자지는 못했지만
리더라는 책임감이었나 피곤한 줄은 몰랐다.
아침 식사후 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산정에서 비로소 만난 단풍과 억새를 배경으로
예쁜 사진들을 서로 찍고
창 넓은 찻집에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길을 가다가 벼가 노랗게 고개 숙인 논길앞에 차를 대고
허수아비 모양으로 팔을 벌리고
또 논길을 걷듯 양팔을 저으며 컨셉 사진도 찍었다.
"남는 건 사진 뿐이여~"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처럼 ,
조금은 낭만적으로, 철 없는 아이처럼.....
오래전 해남여행에서 보리밭 사이에서 사진 찍던 기억을
언니들은 자주 언급했었다.
이런 추억 만들기는 내 어린시절을 만나는 조각이다.
스무해가 넘도록 함께 한 이 모임.
젊고 예쁠 때부터 노년의 초입까지 어울려 마침내 자매 같아진 우리.
한때 지지고 볶기도 했지만
그저 추억 한 조각으로 웃어 넘길 여유가 생긴 우리.
자식에서 손자손녀 얘기로 화제거리가 달라졌다.
오래 전에 갔을 때 분위기가 좋았던 정선 아리리촌을 들렀는데
이젠 도심속 공원이 되어 있었다.
주변을 휘감고 흐르는 강을 따라 산보를 가다가
"언니들! 그 자리에 서서 신발을 벗어 보세요,"
해서 낙엽 떨어진 길가에 나란히 놓인 신발 사진을 찍고 보니
언젠가 뵙게 될 주님을 만나러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우리 모습을 닮았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가 서로에게 언덕이 되어주며 한곳을 향해 가는 우리들.
주님덕분에 만나 이 멋진 인연으로 외롭지 않게 살아가니
주님께 오늘도 감사의 저녁기도 한 사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