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일치] 남남북녀의 사랑과 결혼
오늘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수는 3만 명에 가깝다. 그 중에서 70%는 여성이다.
독신으로 탈북한 대다수 여성들은 새롭게 정착한 이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
태반의 탈북 여성들은 북한에서 이미 결혼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파도에 밀려 남한으로 오게 된 그들에게 가족은 잊을 수 없는 아픈 상처다.
탈북자들에게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답한다. 기아를 이기지 못해 떠나온 고향이지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왔음에도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은 날마다 커간다.
하지만 그들은 정착 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레 현실에 몸을 맡기고 새로운 삶을 누리면서
자기만의 둥지를 새롭게 튼다. 탈북자들에게 둥지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그 속에서 행복과 슬픔을 함께 맞이하고 이겨내는 공간이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지속된 분열로 인한 문화적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부족은
결혼초창기에 벌써 이별이라는 아픈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탈북 여성들은 대체로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결혼정보회사’나 지인들의 소개로 상대를 만난다.
사회생활 경험도 없이 오직 외로움으로 인한 심리적 안정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다.
평소 무뚝뚝한 북한 남성들과는 다르게 남한 남성들은 첫 만남에도 친근감을 불러올 정도로
부드럽다. 결혼 후 처음 한동안은 행복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적 관념이 상대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도 결혼한 뒤 1년도 못가 이혼한 여성들이 종종 있다.
그들의 이혼 사유는 많은 경우 성격적인 문제와 돈 문제다. 북한 정권의 독재 밑에 한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탈북 여성들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악’으로 힘든 세상을 버텼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말투도 거칠고, 사소한 문제도 싸움으로 풀려는 경향이 짙다.
한편 조용하고 내성적인 남한 남성들은 북한 여성들의 거친 성격에 당황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으로 생각한다.
반면 북한 여성들은 집안의 돈 관리는 아내가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는 여성들이 집안의 경제 일체를 도맡는다.
탈북 여성들은 한 집에 ‘네 돈, 내 돈’이 따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돈 관리를 아내에게 맡기지 않는 남한 남편의 행동이 북한 아내를 크게 실망시킨다.
실망은 불신으로 자라나 결국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분단의 아픔만으로도 가슴 아픈데, 남한에 와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별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이 아닐까?
아내의 성격을 탓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속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가정과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이다.
또한 가정의 경제 일체를 무조건 아내가 해야 된다는 북한식 사고에 기대지 말고 남편을
일생의 동반자로 믿고 의지하는 진실된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남남북녀의 사랑은 전혀 다른 문화적 관습과 아픔을 극복해야 하는 가정통일이 되어야 한다.
박주희(체칠리아 기자)
첫댓글 서로 잘 이해와 배려로 행복한 결혼생활 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