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은 시집 파랑초(2021.9.10.)
모아드림(2003)
채정은 시인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완도, 여수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다.
1983년 현재 진도문학인 섬문학에 참여하는 한편, 진도문학에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시 광야를 건너면, 목각인형, 남도로 가는 예수 등 다수를 발표했다.
1984년 겨울, 강원도 원주에서 진보적 시 동인지 제3의 시를 창간했으며, 이후 홍천에서 2집을, 춘천에서 3집을, 전남 광주에서 4집을 펴냈고, 4집에 연작시 광야를 건너면 과 자유를 발표했다.
1992년경 민족문학자가회의 공동시집인 시는 어디 있는가에 광야를 건너면 3를 발표하고, 94년 계간 시인과 사회에 자유를 발표했다.
시집으로는 96년 펴낸 아름다운 안나를 위해 흐르는 눈물이 있다.
현재 민족문학자가회의 회원이며, 한국세정신문 취재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문
80년 어느 일요일. 완도 하숙집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나를 친구 일흥이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깨운다. 그리고 바로 앞 군청 광장에 대형태극기와 복면, 총을 든 건장한 사내들. 텅 비어버린 군청과 경찰서, 아, 이건 전쟁이다. 신기하기도 하였으나 두려움에 산으로 냅다 달려가던 기억들. 그리고 언제 내려왔는지 시내를 떠돌다 완도수협 앞에서 우린 버스를 탔습니다. 광주로 가기 위해서...광주시민들이 죽어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남 남창에 들어섰을 때 음료수를 실어주며 내 손을 꼬옥 잡던 여고생의 수줍은 손길이 지금도 어제 일처럼 또렷합니다. 문학에 미쳐 몇 날 밤을 새우며 소설을 쓰던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교 시절, 나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방황은 여수로 이어졌고, 숱하에 자살을 기도하던 내 삶의 여정은 서울에서 금마로, 서울로, 원주, 홍천, 인제, 화천, 춘천...그리고 다시 강릉을 거쳐 속초에 머물다 이제 서울로 온지 7년이나 됩니다.
90년대초로 돌아가 보자.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명동성당, 시청앞, 탑골공원, 마포 공덕동 로터리, 전남대를 거쳐 광주 망월동까지... 오전엔 기자로서 펜을, 오후에는 구호를...
문득 지리산 지킴이가 된 이원규 시인이 생각납니다. 우린 작가회의 깃발아래 전사처럼 뛰어다녔었지. 그를 만나러 지리산에 가야겠습니다. 만약 그를 만나게 된다면, 눈물이 나도록 소주나 마셔야겠습니다.
박몽구 형, 도종환 형, 양성우 시인님, 김해화 시인, 안치환, 김광석, 그리고 고향 진도를 지키며 활동하는 진도문학 회원들과 석가정 시인, 천병태 시인, 인천 김민재 시인, 친구인 은영, 귀성, 미선, 영주, 은희, 영표...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모아드림의 손정순 사장님과 배학순, 윤혜준 님 그리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해설을 써준 방민호 교수님, 표지글을 써준 김해와 시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종암동 산동네에서부터 영등포의 구석진 하숙방, 화곡동 까치산을 전전하다 공기 맑고, 숲길이 아름다운 수락산 자락에 보금자리를 튼 게 2년이 되어 가는가 봅니다. 이제 나의 고단한 방황의 여정도 여기서 끝을 내리려나.
1부 파랑초
파랑초
초롱꽃
수선화
그리운 곳에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안나를 위해 흐르는 눈물
이별의 노래
빗 속에 흐르는 그대에게
가을이라는 이름의 사색
노란 리본을 달고 봄빛처럼 다가와서
지젤을 위하여
발레리나
진실
오월이 오면
농부가를 부르는 여인
굴레
자유
안치환
가을 아침에
편지
우리는 깃발을 들고
목각인형
실존
2부 그 섬에 눕다
그 섬에 눕다
피아노가 있는 풍경
살아남은 자의 바다
비
수품리
추자도
봉화산
남도로 가는 예수
시인 석가정
째즈카페
3부 한계령
한계령
오세암
비의 서정
남대천
청룡암 가는 길
내린천
청호동
목도
경춘선
강촌 역에서
음악이 흐르네, 그러면 그대 위해
4부 광야를 건너면
광야를 건너면 1
광야를 건너면 2
광야를 건너면 3
광야를 건너면 4
광야를 건너면 5
광야를 건너면 6
광야를 건너면 7
광야를 건너면 8
광야를 건너면 9
광야를 건너면 10
광야를 건너면 11
광야를 건너면 12
광야를 건너면 13
광야를 건너면 14
광야를 건너면 15
광야를 건너면 16
광야를 건너면 17
광야를 건너면 18
광야를 건너면 19
불멸의 연대
해설_파랑초의 그리움/방민호
파랑초는 지극히 낭만적이고 방랑적인 기질을 갖고 성장한 시인이 아픈 역사의 곡절에 부닥쳐 싸워나가면서 얻은 고통과 절망을 가라앉히고 그런 시련의 과정에서 얻은 그리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인류적인 이상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노래한 시집이다. 시인의 낭만적 기질은 도시에 붙박혀 살아가는 삶을 피해 땅끝으로, 바다로, 섬으로 떠돌게 한다. 이상과 사랑을 향한 그리움은 역사라는 수렁을 건너서 보이지 않는 안개숲을 지나 먼 곳으로 나가안다. 그대는 쉽게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나아갈 것이다. 저 보일 듯 말 듯한 그리움 저편에 몸을 감추고 있는 이상의 공간으로(방민호 문학평론가, 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