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혐의 유죄 취지 판결
남녀근로자 수당 차별도…"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은 취업규칙으로 정해야 하고, 개별 근로자 동의만으로는 도입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업체 대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직원 135명의 연장근로수당 약 5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를 받았다.
남성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을 여성 근로자 124명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도 있다. 미지급 액수는 약 5억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별도의 총회 절차 없이 본사 콜센터 총괄운영자가 노조 대표로 선출되도록 노조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도 있다.
쟁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지였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유효한 2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돼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없다"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주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48시간 초과 금지)을 넘지 않으면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혐의에 대해서는 "근로자들과 탄력근로제에 관한 별도 합의가 없었고 취업규칙에도 관련 조항은 없다"며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있다고 봤다.
반면 항소심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는 탄력적 근로에 관한 근로조건이 공통으로 기재돼 있어 이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시행됐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설령 근로계약서 형식과 내용이 미흡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력이 없더라도 김씨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고의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김씨가 근로계약서를 통해 장기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 왔고,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한 근로자들의 이의제기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짚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2주 이내를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계약이나 개별 근로자 동의가 있더라도 도입할 수 없고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으로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도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는 필요한 단위기간 등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은 등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들을 차별한 혐의에 대해서는 1~3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남성 근로자가 많은 체력 소모 등 여성과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노동을 수행하므로 남성 근로자만 정근수당을 지급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의 업무의 내용은 기내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고 특별한 기술자격이나 경력조건이 요구되지 않았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남성근로자는 중량물 처리 작업을 하지만 여성근로자는 기내 화장실과 주방을 청소하고 좁은 객실 사이에 들어가 오물을 수거하며 자리를 정돈했다"며 "작업의 노동 강도가 더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근 성적이 아닌 성별에 따라 지급에 차별을 둔 것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박승주 기자 (parksj@news1.kr)
첫댓글 우리회사는 취업규칙에 탄력 근무시간제 조항이 있네요.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취업규칙이 우선한다는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