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전주 경기전 문화마당에서 동학혁명 120주년 "모악 천하대동제"를 무사히 마쳤다.
동학의 진정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일체 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십시일반 추렴을 해서 모은 돈 4천8백 만원으로 그 엄청난(?) 행사를 치루어 낸 것이다.
그런 엄청난 행사를 단순히 출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총감독의 위치에서 기획을 하고 진행을 하고 부분적인 연출까지 해야했으니 엄밀히 이야기하면 능력 밖의 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제것 행해왔던 내 삶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탈 없이 마칠 수 있었음도 여러 신령님들의 원력과 같이 일을 해온 각성받이 여러분들의 능력이 총체적으로 잘 어우러졌기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총 감독 제의에 놀랠 수밖에 없었다.
나 같이 초라한 무당시인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런 엄청난 공연의 감독직을 추천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굿을 비롯한 민속분야에 당대 최고의 기획자라 불리는 모모씨에게 총감독직을 제의 했지만 완곡히 고사를 하고 두번째로 민속학자로서 민속관련 책도 출간하고 지금도 굿판이든 민속판이든 현장에서 뛰는 모모 교수에게 또 총감독 제의를 했었는데 이 민속학자 역시 고사를 하면서 능력도 부족한 무당시인 오우열을 추천했던 것이다.
뜻밖의 제의라 놀라기도하고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것도 신의 뜻이라면 최선을 다하자라는 심정으로 판을 짜가기 시작했다.
초기 대본을 만들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부분별 장르에 대한 대본을 만들고 또 수정하고.
출연진 섭외를 하고 출연하는 분들의 작품을 검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출까지 봐드려야하고.
하다못해 시 낭송 부분은 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들인지라 현장에서 직접 지도를 해야했고.
우야둥둥 서울과 전주를 오가면서 한달이 넘는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음악과.춤,시,농악,굿,독경등이 총체적으로 망라된 줄거리가 있는 집체극인 것이다.
특히 동학혁명때 죽어간 전봉준 장군을 비롯 영가들을 위한 제의 마당에서 과감하게 무당,만신,법사를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
황해도 평산 소놀이 굿의 이수자 김혜숙 만신
전북 전주시 단군성전의 김정균 법사
그리고 불초한 소생이 소리굿을 하기로 판을 짰다.
무당,만신이 아니더라도 제의의 성격에 맡게 춤을 춤을 출 수 있도록 춤꾼과 교수에게도 부탁을 했다.
나름 전문성을 지니고 프로라 칭하는 분들이지만 외람되게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눈쌀을 찌푸리기도 하였으니 여간 고약한 감독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검무를 추었던 지성철 선생을 몹시 피곤하게 해드렸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피곤하게 해드린 듯 싶어 미안한 마음 지을 수가 없다.
공연을 마치고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이 축하를 받으면서 뜻밖에도 소설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兄과의 조우는
미안함과 죄송함이 범벅된 만남이었던 것이다.
형과 나와의 관계는 이미 문단에서는 알려질대로 알려진 막역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근 2~3년 동안 형을 찾아뵙지 못한 죄값이 큰 탓에 몸둘 바를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한-일 관계에 일가견을 이루 이부영 의장
한-일 의병장을 역사를 꿰뚫고 있는 김성동 소설가
두분이 함께 자리를 했다라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두 분은 한결 같이 불초한 무당시인 오모모가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 앞으로 큰 일을 준비해나가자고
격려와 부탁을 해온 것이다.
나 역시 역사와 민족 앞에 무당의 역할을 당당히 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헌신 하겠노라고
내 의사를 정확히 밝혔다.
그때는 오늘 참석했던 무당,만신,법사 뿐만아니라 더 많은 무당,만신들이 힘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을 했다.
참으로 오만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며 확약이었지만 왠지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것은 단순히 영웅심리가 아닌 신의 섭리라고 스스로 느낄 수 있어기에 확언을 한 것이다.
출연자로 출연을 했을 때는 그저 내 작품에만 신경을 쓰면 그만이었는데
막상 감독의 눈으로 작품을 대할 때는 엄청난 책임감과 중압감이 따를 수밖에 없음을 몸소 체험을 했다.
그런 경험과 체험이 있었기에 내 이력에 또 한줄의 경력의 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과연 민족과 역사 앞에 헌신 할 수 있은 무당 만신을 어떻게 발굴을 하고 어떻게 관리를 해야하는지가
관건이다.
혹자는 민족,역사라는 단어가 나오면 지레 겁을 먹고 '에이 내가 어찌~~~~' 발을 뺀다.
무당,만신,법사가 되어 활동하는 것 자체가 민족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엄청난 역사적 행위임을 망각한체 미리서 겁을(?)을 먹는 경향들이 많다.
묵은 만신이면 어떻고 애동제자면 어떠리.
묵은 만신이라면 당신의 능력을 배가 시킬 수 있는 연출 능력이 필요할 것이고
애동제자라면 당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대본과 행위를 지도해주면 될 것인 것을.
공연을 마친지가 한달 보름이 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단순히 내 개인적인 출연 보다는 보다많은 무당 만신들이 역사와 민족 앞에 헌신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기로 했다.
판을 짤 수 있고
대본을 쓸 수 있고
연출을 할 수 있고
힘이 없으면(?) 다른 분야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
자신감이 생긴다.
언제고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헌신 할 것이다.
단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면.
끝
못다한 말
사실 행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소식을 전하고 행사를 만친 후 바로 글을 써야겠지만
행사 때는 시간이 나지 않고 온통 작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행사 후에는 감동과 후유증(?)이 범벅된 탓에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모악천하대동제"를 검색해보시면 작품의 성격 작품 프로그램등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한 동안 소식 없으시더니 큰일을 하셨군요....
언제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
좋은 말씀입니다. 언제고 주담을 나누든 다담을 나누든 좋은 시간을 나누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