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냉장고 옆을 지날 때마다, 소리가 크게 난다, 생각했다.
토요일 오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냉동실 문을 열었더니, 윗층에 있던
식품들이 물컹해있다. 예를 들면 씻어 비닐에 담아 둔 쑥, 미라니, 고수....
녹아내린 것들을 꺼내고 물흐른 자국을 닦는데, 이미 한 번 녹은 것이 다시 얼은
흔적이 있다. AS센터로 전화를 했고, 냉장고의 상태를 말했다.
'큰 소리가 나고, 문을 열면 소리가 죽고, 닫으면 다시 커집니다.'
월요일 오후 1시에 기사가 갈수있단다.
어제 키가 크고 통통한 젊은 기사가 왔다. 냉동실을 열었는데,
냉동고 아래는 멀쩡하고, 위는 비정상이다. 일부 선반을 꺼내니
냉각기 아래쪽 fan이 얼음으로 꽉 찼다. 그 얼음을 녹이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이 상태가 얼마나 갈까요?' 물었더니
'너무 오래 되어서 장담할 수 없어요. 다음엔 새것으로 바꾸셔야 해요' 하며 떠난다.
꽝꽝 언 얼음 녹이느라 고생하는 모습에, 녹지않은 냉동고 서랍에 있던
쑥가래떡을 한 봉 꺼내주었다.
'올 봄 쑥 뜯어 만든겁니다. ...기사님은 별로여도, 아마 어머니가 좋아하실 거에요.'
기사는 가방에 쑥덕을 넣어 집을 떠났다.
2004년 여름에 구입한 냉장고다. 20년 썼다. 갈 때가 됐다.
요즘은 새로운 가전제품을 구할 때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얘는 내 인생 마지막 냉장고가, 세탁기가, 에어컨 ...이 되겠구나.'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여니... 정상작인 냉장고가 된듯 시원한 느낌이 났는데..,
얼마나 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