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사월 초파일, 불기 2568(BC 54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사찰마다 등에 불을 밝히며 연등 축제를 지내며 연등 법회를 열기도 한다. 부처님의 자비를 기리며 또한 소원을 간청하기도 한다. 종교(宗敎)는 가장 으뜸을 가르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젠가 지인과 함께 부처님 오신 날에 신령 방면의 진불암에 갔다. 그곳은 치산의 공산(팔공)폭포를 거쳐 팔공산 뒷자락에 있는 조용한 암자이다. 그곳까지 가는 데도 쉽지 않았으며 땀이 등줄기를 흘러내릴 때쯤에 다다랐다. 지인과 함께 봉헌함에 시주하고 방으로 안내되어 비빔밥을 먹었다. 재료가 두세 가지였는데도 맛이 아주 좋았다.
밖으로 나오니 사찰 기둥에 한자 시구(詩句)가 눈길을 끌었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라 했다. 삶과 죽음은 한 점 구름이 솟아나고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읊은 사명대사 입적송(入寂頌)의 한 부분이었다. 어찌 인생이 그렇게 한 점의 구름이 피어나고 사라지는 것에 견줄 수 있으랴. 고승의 깨달음을 중생이 어찌 알겠냐며 씁쓸한 기분이었다,
나는 종교에 입문하기 전 한때 평일에 갓바위에 매일 오른 적이 있다. 고3 담임을 하면서 대학 입시 원서를 제출하고 당락이 결정되는 한 달 동안 매일 퇴근 시간에 갓바위를 오르고 집으로 왔다. 좌불안석하여 그곳이라도 갔다 오면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 어떤 대상에 의지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자비와 사랑이다. ‘사람이 사랑이 되다’(이문희 대주교의 유고집)에서 사람이 성숙하여 사랑으로 완성되는 게 인생이라고 했다. 신의 본질은 사랑이며 그에 닮아가는 과정이 세상 삶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떠나지만, 그 사람이 남긴 사랑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
나는 2020년에 태어난 생일과 신앙의 축일이 같은 양력 4월 30일이었다. 생일은 음력(4월 5일)이고 축일은 양력(4월 30일)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겹쳐 기쁨이 두 배였다. 그런 날이 2039년(15년 뒤) 미수(米壽)에 또다시 온다고 한다. 그때까지 여생의 길을 가고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부처님 오신 날에 마음의 옷깃을 여미며 부끄럽지 않게 살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