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나홀로 제주여행 - 올레 1코스 트레킹
시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차분하고 조용할까?
아니면 격렬하고 숨이 찰까?
무심히 흘러가는 저 시간에게 묻고 싶다.
가끔은 멈추고 싶은지,
제 앞을 막아선 사람에게 아량도 베풀고 싶은지...
어느새 자신의 온전한 소리와 몸짓으로
내게 다가온 푸른 제주의 저 바다가 청하는 듯하다.
잠시라도 좋으니 천천히 걸어보라고.
시간 비켜간 낯선 이곳에서 숨 한번 크게 고르라고...
삶을 구속하고 속박하는 동앗줄,
평생 이 동앗줄을 놓고 살지는 못하겠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놓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살면서 머리 복잡하고, 난관에 봉착해 힘이 들때
가장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여행에서 얻는다고 그렇듯이
미련없이 그 날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달랑 배낭 하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 하나...
그리고 공항가는 길 지하철역 구내 서점에서 구입한 책 한권...
숙소 예약도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헤매이다 찾은 제주 구좌읍 해안가에 자리잡은 소박한 게스트하우스.
주중임에도 숙소마다 모두 빨간불이 켜져있어
스마트 폰 아니었다면 대략난감 할 뻔 했던 시간들...
인생에서 여행이란 내가 나에게 베푸는 가장 귀중한 선물같은 것.
긴 한숨이 쉬어질 때 깜깜한 인생의 항로에서
만나는 등대불과도 같은 것...
어느 詩 노래 가사 한 구절처럼 실로 인생이
비로소 나에게 술 한 잔 따라주었다.
뱃 속의 허전함...
피곤함을 안은 채, 설쳤던 잠.
아침 햇살 내려앉은 앞 마당.
2인실 방 4개와 4인실 방 달랑 한 개.
그리고 안 채와 여행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 하나...
찬타와 제이...
해외 배낭여행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제주에 내려와 생활하는 젊은 부부의 별명이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되었다.
뒷 뜰에 쉼터도 마련되어 있었고
시원스레 청하한 하늘이 보이는 매우 특이했던 샤워장과 화장실
볼 일을 보자니 천정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안 주인 찬타님이 아침 식사로
정성스레 준비해 준 직접 구운 빵과 사과 몇 조각
그리고 오믈렛과 우유 한 잔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선다.
여기저기 둘러 볼 의향으로
대중교통을 뒤로 한 채, 앞 선 욕심에 선택하였던
나의 발을 대신해 줄 렌터카.
이력이 났는지
낯선 사람보고 짖지도 않은
무덤덤한 흰둥이의 배웅을 받으며 고고씽!!!
제주 올레 길 1코스가 시작되는 시흥마을 앞.
1코스는 오름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 올레중의 올레로
가장 인기있는 코스중 하나였지만
작년 사고이후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제주 올레 길을 이끄는 안내 표식인 간세따라
등산화 끈을 졸라매자니
초여름 날씨처럼 때 이른 아침 더위에 숨이 턱 막힌다.
여기저기 흩어져 활짝 피어있는 무우꽃.
오밀조밀 화산석 돌 담으로 둘러져 있는 잘 가꾸어진 밭들...
말미오름(두산봉) 이 떠억하니 버티고 있다.
보기드문 맑은 제주 날씨였지만
엷은 해무가 깔려있는 성산포 앞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 샷, 한 장 찰칵!!!
조금 이른 철에 왔더라면
노랗게 펼쳐져 있는 유채밭을 볼 수 있었지만
구획정리로 정형화 된 육지의 다른 고장의 밭들 보단 정겹게 다가선다.
산불 감시요원의 배웅을 받으며
숲을 지나, 공동묘지를 거쳐
구릉에 다가서자 모자(母子) 일행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저만치 뒷쪽엔 또 다른 일행이...
헉!! 나만 혼자네.
어차피 내 자신이 선택한 길 아니었던가?
그래!! 느긋하게 철저히 혼자 즐기고 가는거다...ㅠㅠ
종달 오름에 다다르니
긴 해안도로를 따라 우뚝 솟아있는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청보리 밭을 지나,
어느정도 힘든 코스를 지나
한적한 도로를 따라 털래털래...
그새 따라온 젊은 친구들과 합류하고,
드디어 종달마을
종달리 옛 소금밭에서 숨 좀 고르고
길 가에 핀 샤스타데이지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
적당히 불어주는 한 줄기 바람...
물이 너무 맑다.
이런 걸 볼려고 떠나 온 것 아니었나...?
혼자 놀기의 진수...ㅠㅠ
해안가 이쁜 펜션들과 잘 어우러진
종달리 해안도로.
걷는자에겐 자전거나,승용차가 때론 부러움을 안기기도 하지만
여행동안 만큼은 철저히 외면하고 싶은 생각이다.
참, 맑다!!!
참, 푸르다!!!
내 마음의 Peace !!!
여행동안 만큼은 난 자유인이다.
함께 한 젊은 친구들과...
남는 건 사진뿐인지라...
갑문을 지나,
성산포 항 도착.
늦은 점심 한 술 뜨고
드디어 성산일출봉 도착!!
우와!!
이게 얼마만인가...? ㅠㅠ
인증 샷 한 장 남기자니
괜시리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전화 한 통!!
여보 나 혼자서 잘 놀고 있어.
이렇게 멋진 모습 혼자만 봐 미안하네...
걱정 붙들어 메고 푸욱 쉬고 오세요.
고마워!!!@@
수학여행 온 학생들,
수 많은 내 외국인 관광객들 틈에 휩쓸려
드디어 일출봉 전망대까지 도착.
좋다!!!
참! 좋다!!!!
그런데
혼자라 그런지 참으로 어색하네...
인천에서 온
요눔들과 즐거운 한 때 보내고,
오늘 걸었던
지나온 길 더듬어 보기도 하고...
몸부림 한 번 더!!!
하산 길에 만난 이름모를 꽃
또 언제 온다냐...
한번 더!!!
1코스 종착지인 광치기 해안으로 가는 길에 만난 유채꽃밭
웬 횡재냐 싶어 사진 마구 찍자니
천 원 달랜다...ㅠㅠ
알고보니 관광객들 상대로
유채꽃밭 조성해 놓고 사용료를 받고 있단다.
그래도 제주에 와서 유채꽃밭에서
사진 한 장 안남기고 가면 섭섭하니 마구마구 샷!!1
조금 더 걷자니 터진목 이정표를 만난다.
제주 4.3 사건!!
이처럼 아름다운 이곳이 그렇게 크나큰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라니...
200여명의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된 비극의 현장임에도
세월을 달리한 지금.
드라이브와 산책, 그리고 도보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기에
여행객들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이 느껴져 가슴 한 구석이 시리다.
일출봉 멀리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서로 잘났다고,
수평선 끝에서 부터 아름다움을 경쟁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계절풍에 실린
쫍지롱한 선선한 저녘 바람이 얼굴을 간지르는 광치기 해안가.
초록 물감을 뿌려 놓은듯한 해변을 산책하는 한 가족이 무척 평화롭다.
광치기 해안은
일출봉의 화산 분출시 생긴
기묘한 모양의 화산지형을 이룬 곳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제주 제1의 일출명소로 손 꼽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제주 올레의 기점으로 1코스와 2코스를 이어주는 가교로서
수 많은 도보여행자들의 손길이 닿았던
스탬프 인증 장소로
남자도, 여자도
외로운 사람도, 행복한 사람들도
쓰담으며 어루 만졌던 인증의 현장이기도 하다.
광치기 해안은 올렛길 제 2코스의 시작을 알린다.
더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면서
그래도 더 먼 길을 걸었다고 자랑하리...
렌터 카 세워 놓은 시흥초 입구까지 돌아가자니
리턴 코스라 영 불편하기만 하다.
놀멍쉬멍 털래털래 걸으며, 행여 버스가 올까 뒤돌아 보고...
요동치는 버스 안에서 하루를 정리해 본다.
오늘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적당히 받쳐 주었던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그 모습 속에 숨겨져 있었던 지난 기억들...
그런데 요눔의 차가 배터리가 방전되었는지 도대체 시동이 안 걸리네.ㅠㅠ
숙소도 그렇고, 승용차 고장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자.
훗날, 제주여행을 추억할 때 한 페이지를 장식하리...
어렵게 어렵게 렌터카 회사 통해 긴급출동 겨우 불러 조치해 놓고
허겁지겁 늦은 저녁식사.
제주도에서 만난 돌솥밥과 청국장.
난 그 날,
그렇게 맛있는 청국장을 처음 먹었다...
※ 만조(萬朝) ☏ 064-784-9793~4 .성산읍 소재, 청국장 돌솥밥 정식 : 만원
한 달 전에 경기 가평 남이섬 관광지에서 영업하다 이사 와 개업한 집
성산읍내 웬만한 갈치,고등어구이 집 보단 훨씬 나음.
<둘째 날 처음여행 끝>
2013. 05.10.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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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우드님처럼 용기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요즘 다리가 고장나 우드님 사진보니 슬그머니 눈물이 나네요~ㅠㅠㅠ
작년까지만 해도 새벽이고 저녁이고 훌쩍 나가 사진 찍고 했는데 말이지요
마음도 몸도 게을러지고
조용한 음악과 홀로 걷는 우드님의 제주길이 너무 좋았어요
몇 해전, 향기야 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과 함께 한 제주여행이 생각났답니다.
언제 와 보아도 좋은 제주 길.
이번에도 마음을 나누었던 그 분들과 함께했음 얼마나 좋았을까? 바람도 지녔지만
조용히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내 마음을 누이고 싶었답니다.
그래도 향기야 님 께선 마음 가라앉이지 않으시고 전원생활 하시는 것이
보기 좋답니다. 언제나 건강 유념하시고 밭일도 건강 돌봐가며 조금씩 하시도록 하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역쉬~~~ 우드 님 멋져!!!!! 보고 싶네요~~ ㅎ
앙!! 아낙니임~~~
언제 유럽여행 가셨대요?
늘 가고 싶은 열망있지만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내 자신이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하지만 모놀통해 대리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여행통해 마음 가라안은 건 좀 가셨죠??
언제나 건강 유의하며 오랫동안 함께 하며 뵙고 싶답니다.
뵙고 싶어요~~~ ^^*
혼자 놀기의 진수!!! 언제적 얘긴지...이제는 혼자 안 놀고 싶어요...
이궁...^^;;
제주도 이곳 저곳을 둘러본 느낌입니다인덕원 참새님 후기 잘 감상하고 갑니다`
헐!!! ㅠㅠ
?
인덕원참새님이 쓴 후기가 아니고 제가 쓴 후기인데요. ㅠㅠ
죄송 제가 착각했나봐여~~
이제야...봤씀다...멋져부러~~~
음악 들으러 왔다 흔적 발견!!!
Day Dream 의 피아노 곡은 언제 들어도 좋듯, 언제보아도 좋은 벗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