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블루마운틴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호주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블루마운틴 인근에는 호텔학교로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블루마운틴 국제호텔경영학교가 있다. 1991년 설립된 이 학교는 숲 속에 위치해 고즈넉한 휴양지를 연상케 한다. 학생들에게 “훌륭한 풍광 속에서 늘 여유와 낭만을 즐길 것 같다”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다. “그런 환상은 입학 후 첫 학기 만에 다 깨지죠. 하루 12시간 동안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을 닦다 보면 녹초가 되거든요.”》 프런트데스크-레스토랑-제복 등 학교 자체가 호텔과 똑같은 환경 총 24과목 이수위해 종일 강행군 ‘학비 1억’ 비싸지만 취업률 97% ○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전 같은 실습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모두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고급 레스토랑을 옮겨놓은 듯한 식당에 학생들이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 전채와 음료, 메인요리를 차례로 설명했다. 종업원들은 모두 ‘식음료 실습수업’을 받는 이 학교 학생들이다. 같은 시간 주방에서는 ‘주방 실습 수업’ 중인 학생들이 셰프의 지시에 따라 요리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주방에서는 셰프 3명과 학생 10여 명이 하루 700인분의 식사를 만든다. 계산대도 학생들의 실습공간이다. 식비는 이미 등록금에 포함돼있지만 계산 실습을 위해 학교에서 나눠주는 가짜 돈을 이용한다. 돈은 가짜지만 계산 프로그램은 실제 호텔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과 똑같다.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들을 식당 한쪽에서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식음료 부문 실습강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권병모 씨(27)였다. 권 씨는 일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다 수시로 잘한 부분과 잘못한 부분을 지적해줬다. 그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지낸다. 오전에는 하루 계획을 함께 세우고 점심식사 때는 실습, 이후 2시간의 이론 강의를 한 뒤 저녁 준비에 들어가는 일과다. “유니폼이 더럽거나, 지각을 하거나, 아프다고 허락 없이 수업을 빠지면 반드시 보충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보충수업이 많으면 시험을 못 보게 하는 경우도 있죠.” 권 씨가 진행하는 식음료 분야의 시험은 1시간 10분 안에 2개의 식탁을 차리고 손님의 추가 주문에 완벽히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냅킨 접는 방법, 손님을 맞는 태도, 메뉴의 설명과 와인을 따르는 자세까지 모두 채점 대상이다. 권 씨는 “처음엔 저도 유명 호텔의 총지배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학교에 왔지만 가르치는 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마운틴 호텔학교의 특징은 학교가 일반 호텔과 똑같은 환경으로 구성돼있다는 점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호텔과 같은 프런트데스크에 제복을 입은 학생들이 서있다. 프런트데스크 수업 중인 학생들은 학교를 찾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부터 학생들의 불편사항을 접수해 처리하는 일, 기숙사 예약을 받는 일을 한다. 기숙사 청소 또한 정규 수업의 하나다. 침대보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방법부터 세탁, 청소 방법 등을 지도 강사에게서 배운다. 학생들은 교실 가운데에 침대와 가구가 놓여진 특별교실에서 지도 강사의 방 정리 시범을 지켜보고 실습할 수 있다. ○ 1년에 6개월은 실제 호텔에서 일해 이 학교에는 20여 명의 한국인을 비롯해 3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 있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학년별로 60∼70%에 이른다. 대부분 고교 졸업 직후 또는 대학을 다니다 온 20대 초중반 학생이다. 학교 관계자는 “한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학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는 호텔학교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은 학교가 실제 호텔과 똑같다는 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학생들은 1학년 때 6개월, 2학년 때 6개월의 호텔 인턴을 거치도록 돼 있다. 김민주 씨(26)는 “일도 하면서 학비도 벌 수 있는 시간”이라며 “시드니에 있는 한 호텔에서 6개월간 일했는데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1주일에 100만 원 정도를 벌었다”고 말했다. 호주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이 처음 학교에 들어오면 언어나 문화가 달라 적응하기 어려운데 6개월 인턴을 하고 오면 자신감이 붙어서 완전히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1년 중 6개월을 호텔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1년 치 수업을 나머지 6개월에 몰아서 받아야 한다. 2년 반 동안 24개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수업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저학년 때는 실습수업이 대부분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영학, 회계학 등의 이론 과목 비중이 높아진다. 올해 입학한 김현규 씨(20)는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1년간 어학연수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했는데도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첫 현장 인턴십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력서 쓰는 수업을 받으면서 입사 인터뷰 실습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만만하게 생각하고 오면 안 된다”며 “놀면서 학교를 다닐 생각으로 온 친구들은 한 학기도 못 채우고 나간다”고 말했다. 정진선 씨(21·여)는 “호텔리어가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들어왔는데 매일 청소하고 요리하다 보니 ‘내가 식모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장아영 씨(22·여)는 “호주 호텔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도피유학’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하는데 뚜렷한 목표 없이 도피유학을 왔다면 빡빡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입학하려면 고교 졸업자로서 국제영어능력시험(IELTS) 6.0 이상의 성적이 있어야 한다. 수업료는 기숙사와 식비 등을 합해 2년 반 과정에 약 1억 원이 든다. 일반 대학에 비해 훨씬 비싸다. 가이 벤틀리 학교 최고경영자(CEO)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3년의 투자로 평생의 직업이 보장된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며 “졸업생 취업률이 97%인데 포시즌이나 메리엇 같은 유명 호텔의 총지배인이나 이사에 오른 동문들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루라(호주)=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첫댓글 배울것도 많고 취업도 잘되고..비싼값을 할 것 같아요ㅎㅎ
그래도 1억은 너무 비싸다...
사진 보니깐 학교 이쁘게 생겼네요.
1억 이면 차라리 ~ 1억 몇번 모아서 모텔이나 차리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