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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 지연의 일기 ◑
"지연아.."
잔디밭에 앉아있는데.. 은혁 선배가 다가온다.
"아.. 안녕하세요~"
"뭐하고 있어?"
"아.. 그냥 책보고 있어요.."
"어? 영화 이론 교본? 영화 공부 하는거니?"
"네.. 열심히 공부해서 담주에 씨네스터 테스트 다시 쳐야죠.."
"하하.. 열심이네.. 나도 도와 줄테니까.. 재대로 한번 해봐.."
"네.. 고마워요.."
"커피한잔 할래?"
"그래요.."
틈틈히 은혁선배와도 커피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게..
내 일상의 또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니까 그 시민케인이란 영화가.. 영화사적으로 엄청 좋은 작품이란거네요?"
"그렇지.. 씨네스터 형님들도 최고라고 극찬하는 영화거든.."
"아.. 그럼.. 미리 많이 공부해놓고 들어가야겠네용.. 홍홍.."
"하하.. 그렇지.. 그래야 이쁨 받을텐데.."
언제부터인진 모르겠는데...
알게 모르게 은혁선배가 편해져 버렸다.
"식사 안하셨죠?"
"어? 어.."
"그럼 가요.. 지금 봉구선배랑 밥 먹을껀데.. 같이 먹어요.."
"그녀석이 싫어할텐데.."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그리고 보니까 뭐 봉구선배님도 은근 은혁선배님 반기던 눈치던데요 뭘.."
"그럴리가.."
"맞다니까요.. 걱정 마시고 오세요.. 우리 밥먹으면서 재대로된 영화의 장을 펼쳐봐요..홍홍.."
"뭐야 너.. 왜 또와?"
................
"제가 같이 먹자고 한거에요.."
"아.. 그래? 흠.. 그래도.."
"야.. 너 왜 그렇게 실망한 표정이냐? 단둘이 못먹어서 아쉽냐?"
..................
"뭐 임마?"
"그만들 하세요.. 어휴.. 진짜..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싸우세요?"
"그거야 저놈이 원래 눈에 띄는것만으로도 화를 부르니까.."
"이씨.."
"아.. 알았어.. 암튼 가자.."
"쉬는 동안 공부 열심히 했냐?"
봉구 선배가 밥을 먹다말고 묻는다.
"네..."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은 뭐?"
"칼리하리 박사의 밀실.."
"칼리가리.."
슬쩍 은혁 선배가 옆에서 귓말을 해준다.
"아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오케이.. 그럼 한편의 영화에서 중심적인 인물은 감독이며 따라서 감독은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개념을 적용한 이론은 뭐?"
"작가주의.."
훗.. 이정도 쯤이야..
"그럼 그 작가주의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누구?"
헛..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아.. 그게.. 프란..."
"프랑수아 트뤼포.."
역시 슬쩍 힌트를 주는 은혁선배였다.
"야.. 방은혁.. 너 뭐해?"
................
에궁.. 걸렸넹..홍홍..
"뭐가?"
"우씨.. 옆에서 가르쳐 주지마.."
"나? 나 아무말도 안했는데.."
훗.. 이 선배들 은근 잼나게 논단말이지.. 훈훈해..
- 띵동 -
은혁선배에게 문자가 왔다.
"오.. 너한테도 문자같은게 오냐?"
..............
봉구선배가 또 시비를 건다..
으이그..
"너보단 많이와 임마.. 어? 근데 누구지? 야.. 경은이가 누구냐?"
"어? 제 동긴데.. 왜요?"
"오늘 자기 생일파티 한다고 좀있다 오라고 하네.."
"오늘 경은이 생일이냐?"
옆에 있던 봉구선배가 묻는다.
"네.. 아.. 기집애.. 선배들한테 죄다 문자 보내는 모양이네.. 선배님은 안왔어요?"
"어? 글쎄.."
폰을 꺼내 확인하는 봉구 선배..
"안왔는데.."
..................
"곧 오겠죠뭐.."
이 기집애가 설마 봉구 선배만 깜빡한건가?
"푸하하.. 너 뭐냐.. 애들한테도 왕따 당하고 사냐?"
...............
으이그 은혁선배님아..
눈치좀..
"조용히해 임마.. 내폰이 원래 문자가 좀 늦게 도착해.."
"그래? 그럼 기다려 보자.. 하하하.. 아..그나저나 안오면 불쌍해서 어쩌냐.."
"..................."
결국 선배에겐 아무런 문자도 오질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약속이 있으시겠죠?"
"어? 어.. 하하.. 이거참.."
"차라리 첨부터 매일 4시마다.. 수업이 있다고 하시든가.."
"어? 뭐가?"
"에휴.. 아니에요.."
이젠.. 나도 그려려니 하고.. 선배 역시도 그려려니 한다.
뭐.. 언젠간 얘기할테지..
"그나저나 오늘 경은이 생일파티 갈꺼에요?"
"안가.."
.................
삐지셨넹.. 에휴..
"섭섭해요?"
"뭐가?"
"문자 안와서.."
"삐지긴 무슨.. 깜빡 했나보지뭐.."
"근데 왜 안가요?"
"그냥.."
"에이.. 그러지 말고 가요.."
"안가.."
"가요.."
"너 공부 안하냐? 저녁 먹고부턴 죽으라고 과외하자며?"
"..............."
결국 잠깐만 얼굴비치고 선물만 전해주고 나오자고 합의를 본후..
얘기를 끝낸다.
경은이의 선물을 사기위해 태희와 함께.. 후문쪽으로 나왔다.
후문쪽에서 좀 걸어나가면 큰 선물가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작은 액자하나 살껀데.. 넌?"
"글쎄.. 일단 가서 결정하려구.. 지금은 딱히 생각이 안나네.."
"다이어리 같은건 어때?"
그럴까?
하긴.. 그게 그나마 제일 적당하겠네..
태희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총총걸음으로 선물가게로 향했다.
헛.. 저건..
태희와 선물을 산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길에..
낡은 건물 2층의 킥복싱 도장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혹시 봉구선배가 다니는 도장인가?
하긴.. 킥복싱 도장이 동네마다 몇개씩 되는건 아닐테니..
웬지 저기가 맞는거 같은데..
선배는.. 지금쯤 한참 연습할 시간일테고..
가서 아는척이나 해볼까?
"태희야.. 너 먼저 갈래? 나 잠깐 볼일이 좀 있어서.."
"아.. 그래? 그럼 좀있다보자.."
태희를 보낸후.. 다시 도장쪽을 바라본다.
................
흠.. 가도 되는건가?
혹시 선배가 쪽팔려 하는거 아냐?
..............
아니지... 어짜피 언젠가는 들통날 일인데뭐..
선배도 차라리 한번 챙피하고 맘편히 다니는게 좋은걸꺼야..
그래.. 뭐 어때.. 죄지은것도 아닌데..
조용히 발걸음을 도장이 있는 건물로 돌린다.
도장은 2층에 위치해 있었고..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 안쪽으로.. 선배가 앉아 있는게 보인다.
문을 슬쩍 열고 아는척을 해보려는 찰나...
헛..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맥주병을 들고 나타난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주춤해 버리는 나..
벽쪽으로 안보이게 몸을 피해 버렸다.
..................
나 왜이래.. 죄진것도 아닌데..
"준비는 됐냐?"
안에서.. 호탕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고..
"하하.. 이젠 뭐.. 암튼 빨리 하고 끝내죠.."
역시나 선배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오케이.."
뜻하지 않게.. 엿듣는 상황처럼 되버렸다
그나저나 뭘하길래 맥주병을 들고 저러는거야?
퍽~~
"으아아아아악~~~~~~"
힉~~~~~~
뭐..뭐야?
아저씨의 손에 들려있던 맥주병에 맞고 비명을 지르는 봉구선배였다..
"왜이래? 이제 시작인데.."
"아.. 빨리 쳐요.. 잠깐잠깐 멈추는게 더 싫어요.."
"오케이.."
퍽~~~
"으아아아아악..."
..............
지..지금 저 선배 왜 러고 있는거야?
미친거 아냐?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봐서인지..
몸까지 떨려오고 있었다..
퍽~~
"으아아아아아악~~~"
아.. 그만해요.. 선배..
왜이래요~
갑자기 무서워진다.
선배의 비명소리도 무섭고..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때리고 있는 아저씨도 무서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 말리고 싶었지만..
다리가 힘이 풀렸는지.. 움직일수도 없었다.
그자리에서..
그런 끔찍한 선배의 비명소리를 30번정도는 더 들어야만 했다..
아.. 선배님..
끔찍한 비명이 끝나자.. 선배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들어갈 타이밍을 놓친 나는.. 문 뒷쪽에 안보이게 서서.. 몰래 안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짜식.. 잘 버티네.."
그 무식한 아저씨가 선배에게 물병을 건네며 말을 건넨다.
"하하.. 제가 이정돕니다.. 낼은 10번 더가죠.."
................
뭐야 저선배..
제정신이야?
"그래? 하하 짜식.. 이제 요령좀 생겼구만.."
"맞는데 요령이 어딨어요.. 그냥 이를 악물고 참는거지.."
.................
"그러냐? 짜식.. 안그렇게 생겨가지구 잘 버틴단말야.."
"버텨야죠.. 버텨야 돼요.. 죽으라고 버텨서 하루 빨리 배워야되요.. 시간이 많질 않아요.."
"하하.. 근데 너 그렇게 목숨걸고 이거에 매달리는 이유가 뭐야?"
"저요? 아.. 뭐.."
"뭔데? 아무리봐도.. 그냥 단순히 운동 배울려는 놈의 눈빛이 아닌거 같은데.."
"그래요? 하하.. 사실은 누가 싸움좀 배우라고 해서요...."
"싸움을 배우라고?"
"네.. 저보고 자기대신 누구좀 한명 패달라더라구요.. 근데 제가 패줄 능력이 있어야 말이죠.."
"그래? 누가 그런 이상한 부탁을 다하냐? 혹시 애인?"
"아뇨.. 그냥 친한 후배에요.."
"후배?"
"네.."
"지금 애인도 아닌 후배 하나때문에 이러고 있는거라고?"
"네.. 이상해 보이나요?"
"당연히 이상하지 이녀석아.. 내 살다살다 후배가 부탁한다고 킥복싱 배우는 놈은 또 첨보네.. "
"그런가요? 하하.."
"근데 너 이러고 있는거 그 후배도 아냐?"
"아뇨.. 몰라요.. 걔는 저 싸움 잘하는줄 알아요.."
.................
"그래? 흠.. 거참 애처롭네.."
"애처롭긴요..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건데.. 암튼.. 빨리 해요.. 저 오늘은 빨리 끝내고 가봐야되요.."
"그래.. 알았다.."
선배가 몸을 일으키려 하기에..
후다닥 몸을 피한후..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온다..
.................
선배님..
정말이에요?
저 때문에.. 그렇게 힘든 고통 참아가면서 배우고 있는거에요?
정말로 제가 농담으로 했던 그 한마디 때문에?
왜요?
이유가 뭐에요?
제가 선배님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그 끔찍한 순간들을 이를 악물고 버티시는거에요?
제가 선배님에게 그렇게나 큰 존재인건가요 혹시?
알수없는 기분들이 몸을 휘감고 있고..
이런 기분들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벤치에 앉아 잠시 고민에 빠진다.
선배의 비명지르는 모습..
도장 바닥에 누운채.. 평온한 미소를 짓던 모습..
머리속을 떠나질 않는다.
그런 복잡한 머리속 한편에선 선배가 그 아저씨에게 했던 말들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있었다.
이 복잡한 실타래가 풀려야.. 봉구선배에 대한 마음을 알수 있는것이었고..
난.. 열심히.. 그리고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걸리진 않았다.
선배님..
있잖아요..
선배님이 그렇게 까지 비명을 질러가며
그 끔찍한 훈련을 버텨야 하는 이유 말이에요...
그거..
아무리 떠올리려 해봐도
한가지 이유밖에 없는거 같거든요?
제가 늘.. 궁금해 해왔고..
조만간 꼭 확인하려 했던...
웬지 그 이유 같은데..
...................
선배님.. 저 좋아하시는거 맞아요?
약국에 들러.. 약을 사면서.. 선배에게 문자를 보낸다.
* 선배님집 근처에 있을테니까 일마치면 집으로 와요.. *
* 어.. 알았다 *
그리곤 선배 방으로 향한다.
◐ 봉구의 일기 ◑
흠.. 요즘은 매일같이 새벽늦게 자다보니..
아침에 일어나는게 죽을맛이다.
근데 지연이는 어찌된건지..
8시만 되면 어김없이 출근을 하고 있는 터였다.
넌 잠도 없니?
제발 잠좀 자자 우리.. 흑..
오늘도 힘겨운 몸을 이끌고.. 7시 30분부터 일어나.. 청소를 시작한다.
"봉구 오빠.."
수업을 듣고자 강의실쪽으로 가고있는데..
멀리서 윤아가 부른다..
헐.. 민수녀석도 있네..
둘이 진짜 사귀나?
요즘은 그냥 시도때도없이 같이 다니네..
"아.. 오랫만이네.."
"네.. 잘 지내셨어요?"
"그렇지뭐.. 민수 넌 집에 안가냐?"
"하하.. 가야죠.. 근데 지연이는요?"
.................
"어.. 수업 들어갔어.. 니들은 어디 가니?"
"네.. 윤아가 아침을 안먹었다고 해서.. 같이 먹으러 가는중이에요"
어이쿠..
민수 이놈.. 윤아한테 푹빠진 모양이네..
같이 밥먹어주러가는거.. 뻔한거잖니... 훗..
"하하.. 그래.. 그럼 맛있게들 먹어.."
"네... 아참.. 오빠...."
"어.."
"오늘 경은이 생일이라 좀있다 파티할건데.. 오빠도 오세요.."
"어? 생일파티? 또 술이냐?"
"네.. 아마 좀있다 경은이가 연락할꺼에요.."
"그래? 알았다.."
어이쿠.. 간만에 또 술마실 껀수 생겼군... 훗..
수업을 마친후
경은이의 선물을 사기 위해 짬을 내서 정문밖 가게들을 돌아다닌다.
그나저나 경은이 선물까지 꼭 사야돼나?
...............
하긴뭐.. 그동안 친분도 있고하니.. 사주는게 맞겠지?
근데 뭘사나...
값은 싸지만 좀 있어보이는걸로 사야되는데..
흠..
갑자기 경은이의 트러블 심한 피부가 떠오른다.
그래.. 지금 경은이에겐 화장품이 필요하겠네..
근처 화장품 샵으로 들어갔다.
"아줌마.. 이거 얼마에요?"
이건뭐 화장품에 대해서 알아야 말이지..
"12만원이요.."
힉... 뭐야..
무슨 화장품이 12만원이나해?
금으로 만드나?
"이건요?"
"아.. 6만원이요.."
...................
아.. 나가서 딴거 알아볼까?
그래도 혹시나 더 싼게 있을까 이것저것 집어 가격을 묻는다.
"2만4천원이에요.."
오~~ 이거 괜찮네..
....................
흠.. 근데 이거 지연이도 아니고..
겨우 동아리 후배한테 이런 거금 쓸필요 있는건가?
.................
아니지..
그래도 평소에 갖은 애교 피면서 친한척 해주는 후밴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그래.. 이걸로 하자.
"아줌마.. 이걸로 포장해주세요.."
그나저나 생일선물 줬다고 또 옆에 바싹 붙어서 애교부리고 난리치는건 아니겠지?
훗..
가게를 나선다.
수업을 마치고 그녀와 점심을 먹기위해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그녀가 보이는데..
...................
은혁이 저놈..
또오네.. 우씨..
"뭐야 너.. 왜 또와?"
"제가 같이 먹자고 한거에요.."
................
아.. 지연아..
그냥 우리 둘만 다정히 먹으면 안돼겠니?
"아.. 그래? 흠.. 그래도.."
"야.. 너 왜 그렇게 실망한 표정이냐? 단둘이 못먹어서 아쉽냐?"
..................
"뭐 임마?"
"그만들 하세요.. 어휴.. 진짜..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싸우세요?"
"그거야 저놈이 원래 눈에 띄는것만으로도 화를 부르니까.."
"이씨.."
"아.. 알았어.. 암튼 가자.."
밥먹는 동안.. 그녀에게 테스트를 한다.
근데 은혁이 이녀석이 도와주는게 눈에 밟힌다.
.................
에라 이놈아..
그게 지연이를 위한거라고 생각하냐?
과잉보호.. 그게 얼마나 잘못된 교육방침인지.. 쯔쯧..
................
하긴.. 내가 이런말할 처지는 아닌가?
- 띵동 -
은혁이놈한테 문자가 온다.
그나저나 문자소리가 똑같잖아..
당장 바꿔야겠군..
"오.. 너한테도 문자같은게 오냐?"
괜한 시비를 붙여본다.
"너보단 많이와 임마.. 어? 근데 누구지? 야.. 경은이가 누구냐?"
엥? 경은이?
뜬금없이 경은이가 저 은혁이놈한테 웬 문자?
"어? 제 동긴데.. 왜요?"
"오늘 자기 생일파티 한다고 좀있다 오라고 하네.."
..................
아참.. 아까 윤아가..
경은이가 선배들한테 연락한다고 얘기했었지..
그나저나 나한텐 왜 연락이 안와?
아직 보내는 중인가?
"오늘 경은이 생일이냐?"
괜히 모르는척 한다..
"네.. 아.. 기집애.. 선배들한테 죄다 문자 보내는 모양이네.. 선배님은 안왔어요?"
"어? 글쎄.."
나한테 보내는 순서가 좀 뒤에 있나보군..
.................
그래도.. 어째 저 생전 안본 은혁이 놈보다 날 더 늦게 보낼수가 있어?
"안왔는데.."
"곧 오겠죠뭐.."
오기야 오겠지만.. 아.. 그래도..
.................
근데 왜 안오냐 불안하게..
"푸하하.. 너 뭐냐.. 애들한테도 왕따 당하고 사냐?"
은혁이 놈이 결국 조롱을 하고 있다.
아.. 짜증나..
"조용히해 임마.. 내폰이 원래 문자가 좀 늦게 도착해.."
나름.. 변명은 해보지만..
마음속은 이미.. 문자가 안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래? 그럼 기다려 보자.. 하하하.. 아..그나저나 안오면 불쌍해서 어쩌냐.."
"..................."
우씨.. 짜증나네 이거..
술마실땐 그렇게 친한척 달라붙어 난리더니.
이제와서 모른척이야?
결국.. 시간이 흘러도 나의 핸드폰엔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았다..
..................
아.. 선물 괜히 샀네 젠장..
아.. 이놈은 밥먹었으면 좀 가지..
왜 안가고 버티고 있냐..
잔디밭까지 따라와 함께 앉는 은혁이였다.
"우리.. 재밌는 영화 이야기 꽃을 피워봐요..홍홍.."
...............
"둘이 얘기해.. 난 잘꺼야.."
괜히 투정을 부려본다.
"이씨.. 뭐에요.. 치사하게.."
"냅둬.. 저놈 저래도 어짜피 다 듣고 있을꺼야.."
.............
"그런가? 홍홍.. 그럼 주무세요.. 어짜피 안주무실테지만.."
".................."
아.. 저 은혁이놈 저걸 어찌 떼어놓지?
결국.. 같이 영화 이야기로 2시간정도를 보낸후..
은혁이놈은 수업을.. 지연이는 태희와 만날 약속을.. 나는 킥복싱 도장을 위해
흩어지기로 했다.
"그나저나 오늘 경은이 생일파티 갈꺼에요?"
"안가.."
당연히 안가지.. 연락도 안해주는데 뭐하러가..
"섭섭해요?"
"뭐가?"
"문자 안와서.."
예리하긴..
"삐지긴 무슨.. 깜빡 했나보지뭐.."
최대한 태연한척 한다.
"근데 왜 안가요?"
자꾸 묻지마라.. 선배 힘들다.. 흑
"그냥.."
"에이.. 그러지 말고 가요.."
"안가.."
"가요.."
"너 공부 안하냐? 저녁 먹고부턴 죽으라고 과외하자며?"
뭐.. 그깟 경은이 생일보다야..
그래.. 너랑 과외하는 시간이 100배는 낫지..
맞아.. 생각해보니까.. 차라리 첨부터 안갈 생각을 했어야 했어.
하지만.. 지연이의 집요한 설득에 그냥 얼굴만 비치고 나오기로 했다.
물론.. 난 술자리엔 안들어가고..
밖에서 기다릴 심산이었다..
킥복싱 시작한지 5일째..
그 끔찍하던 정강이 단련훈련을 버틸 나만의 요령이 생겨버렸는데..
그건 바로 맞는 순간마다 지연이의 웃는모습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물론.. 본능적으로 비명은 나오지만..
지연이의 웃는 모습에 대한 흐뭇함이 정강이에서 오는 고통을 눌러버릴수 있다는걸..
어렵지 않게 깨달을수 있었다.
맞는 횟수가 많아지는만큼..
지연이의 환한 미소를 더 많이 상상할수 있었기에..
오히려.. 심적으론 더 즐거워지는 훈련이 되버리고 있는 중이었다.
"으아아아악...."
결국.. 오늘도 정강이 단련훈련이 끝나고..
난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하하.. 근데 너 그렇게 목숨걸고 이거에 매달리는 이유가 뭐야?"
관장님이 묻는다.
"저요? 아.. 뭐.."
한 여자 때문이랍니다.
"뭔데? 아무리봐도.. 그냥 단순히 운동 배울려는 놈의 눈빛이 아닌거 같은데.."
지켜주고 싶은 한 여자가 있거든요..
"그래요? 하하.. 사실은 누가 싸움좀 배우라고 해서요...."
그녀가 하라는데 해야죠..
농담으로 한 말인거 같긴한데..
모르잖아요..
앞으로 그녀를 영원히 지켜줘야 될지도..
그 혹시나 하는 가능성 때문에라도 전.. 열심히 배워야되요..
"근데 너 이러고 있는거 그 후배도 아냐?"
알아주면 좋긴 할텐데..
그래도 아직은 부끄럽네요.
좀더.. 재대로 된 실력을 갖추면 그때가서 보여주고 싶어요..
"아뇨.. 몰라요.. 걔는 저 싸움 잘하는줄 알아요.."
"하하.. 애처롭네 짜슥.."
몸을 일으켜.. 다시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려한다.
"어라? 근데 뭔소리냐?"
"네?"
갑자기 문쪽으로 다가가는 관장님..
"어? 뭐야? 왜 들어와보지도 않고 그냥가지?"
"누구 왔었어요?"
"어.. 막 계단으로 누구 내려갔어.. 잠깐 뒷모습만 봐서 잘 모르겠다.."
"그래요? 하하.. 여기 등록할려는 사람인가보죠뭐.."
"그런가? 하하... 자 암튼 시작해보자.."
"네.."
* 선배님 집 근처에 있을테니까 일마치면 집으로 와요.. *
훈련을 마치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지연이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근데 뭐야..
집엔 왜?
밥값없어서 내방서 먹을려는건가?
* 어.. 알았다 *
답장을 보낸후.. 집으로 향한다.
"다리 걷어봐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나의 바지를 잡아채는 그녀..
"어이 왜이래?"
"빨리 걷어봐요.."
"어? 야.. 그렇게 갑자기 올리면...."
"아.. 뭐야.. 완전 시꺼멓잖아.."
".............."
"도대체 뭐하고 다니길래 이렇게 피멍이 들어요?"
"어? 어.. 그게.. 가다가 좀 넘어져서.."
"이씨.. 계속 거짓말 할꺼에요?"
"어? 뭘?"
"다 알아요.. 선배님 킥복싱 배우는거."
"어라? 너.. 어떻게 알았냐?"
"아~ 속상해 진짜.."
"아.. 그게.. 그러니까.. 근데 너 우냐?"
"몰라요..."
"갑자기 왜그래? 나 괜찮아.."
"이씨.. 이게 괜찮은 거에요? 이러다 다리라도 못쓰면 어쩔려구 그래요?"
"에이.. 이정도 가지구 다리 못쓰고 그정도는 안돼지.. 봐봐.. 멀쩡하게 잘 걸어다니잖아.."
"장난해요 지금?"
".............."
"다리 이쪽으로 대봐요.. 약발라야 되니까.."
"약?"
"멍든데 직빵이에요.. 지금 발라놓고 아침되면 또 발라요.. 아셨죠?"
"어.. 근데 이거 나 줄려고 사온거냐?"
"집에 있던거에요.."
"그래? 근데 그 종이는 뭐냐? 약국 이름 써있는데?"
"................."
"뭐 암튼 고맙다.."
"알면 됐어요.."
"................"
"윽.. 그나저나 안돼겠다.. 이거 선배님이 발라요.. 전 소름끼쳐서 못하겠어요.."
"아.. 하하.. 그래.. 근데 나도 막상 보니까 좀 징그럽네.. 어휴 내 이쁜다리가 어쩌다.."
"이쁘긴.. 털만 덥수룩히 나가지고.. 흉칙하구만.."
"에이.. 남자가 다리에 털도없이 미끈하기만 하면.. 매력 없지.."
"그건..뭐.. 그렇죠.. 암튼 바르기나 해요.."
"오케이.."
"선배님.. 형광펜좀 없어요?"
"어.. 내 가방안에 있을꺼야.."
"대충 하고 들어와요... 그놈의 쌀 하루종일 씻나.."
"알았어.."
"어? 선배님.. 근데 이거 뭐에요?"
"뭐가?"
"이거요.. 선물 같은데.."
"어? 아... 그게.."
"혹시 제꺼에요?"
"아냐.."
"그럼 누구꺼에요?"
"어.. 그게.. 그러니까.."
"에이.. 말 더듬는거 보니까 내꺼 맞네뭘.."
"................."
"근데 갑자기 웬 선물이에요?"
"뭐.. 그냥.. 너 요즘 얼굴상태 보니까.. 안타까워서.."
"치.. 거짓말은... 그나저나 화장품인가보네.."
"어.. 뜯어보든가"
"아뇨.. 좀있다 집에가서 뜯어볼래요.."
"왜 지금 뜯지.."
"선물은 원래 풀러보기 직전까지의 설레임이 좋은거에요.. 잠시 간직하고 싶어요.."
"너 술먹었냐? 갑자기 웬 낯간지런 소리냐..."
"김낭만이라면서 그런것도 몰라요? 에휴.. "
"................."
"근데 이제 본격적으로 선물공세 시작하시는 거에요?"
"뭐?"
"참고로 얘기해드리는데.. 저 이정도 선물가지곤 안넘어가요.."
"뭐래는거야.."
"그리고 앞으로 선물하실거면.. 화장품 말고.. 딴걸로 좀 부탁해요.. 집에 화장품 널렸어요.."
"우씨.. 야.. 내놔.. 얘가 아까부터 왜자꾸 이상한 소리야.."
"이씨.. 내놔요.. 줘놓고 뺏는게 어딨어요?"
"됐어.. 이게 선물을 줘도 난리야.."
"내놔요 빨리.."
"너.. 한번만 더 이상한 소리하면 이거 딴애들 줘버린다.."
"알았어요.. 줘요 언능.."
"자.. 여기.."
"이상한 소리는 무슨.. 홍홍.. 암튼 계속 지켜볼꺼에요.. 잘해봐요.."
"................."
"근데 너 경은이 생일파티 안가냐?"
"그러게요.. 가야돼는데.."
"귀찮냐?"
"네..."
"암튼 게을러가지구.. 쯔쯧.."
"우리 그냥 과외나 해요.."
"아.. 그래 그럼.."
"어디까지 했죠?"
"여기.. 150쪽일꺼야 아마.."
"오케이.."
"어이? 너 왜자꾸 헤매?"
"아.. 몰라요.. 이상하게 오늘따라 집중이 안되요.."
"그래? 왜그러지?"
"아.. 그냥 오늘 쉴까나.."
"에이.. 그럼 안돼지.. 시간도 없는데.."
"하긴.. 에휴.. 자.. 다시 시작해요.."
"그래.."
밤늦게..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 뭐에요.. 이거 화장품 아니잖아요.. *
* 어? 뭔소리야? *
* 바디워시에요 이거.. *
* 바디워시? 샤워할때 쓰는거? *
* 설마 확인도 안하고 산거에요? *
* 아니..그러니까.. 그게.. *
* 이씨.. 이거 진짜 저줄려고 산거 맞아요? *
* 어? 어.. 당연하지.. *
* 어휴.. 진짜.. *
* 잘됐네뭐.. 안그래도 화장품 널렸다며.. 바디워시가 더 낫겠구만.. *
* 이씨... 바디워시는 더 많단말이에요.. *
* .............. *
* 이거 어디서 샀어요? *
* 어? 학교앞 화장품가게에서.. *
* 내일 같이가서 딴걸로 바꿔요.. *
* 어.. 뭐.. 그래.. *
* 어휴..진짜로.. 암튼.. 재대로 하는게 없어.. *
* .................. *
* 뭐 그래도 고마워요.. *
* 어? *
* 고맙다구요.. *
* 고맙긴뭘.. 어짜피 그거... *
* 네? *
* 아.. 아냐.. 암튼 자자.. *
* 그래요.. 잘자요.. *
* 어.. 너도 잘자라.. *
* 자.. 잠깐만요.. *
* 어 왜? *
* 아.. 아니에요.. 자요 언능 *
* 하하 싱겁긴.. 알았다 *
* 굿나잇 *
번외 3화
- 경은이 생일파티 -
"와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누구세요?" (경은)
"어머.. 경은아.. 은혁선배님이잖아.." (윤아)
"................" (은혁)
"아.. 우왕.. 반가요워 선배님.. 첨뵙겠습니다.." (경은)
"어.. 그래.. 생일 축하해.." (은혁)
"네.. 고마워요...." (경은)
"어이쿠.. 은혁아.. 너 이게 얼마만이냐.." (환수)
"네.. 오랫만이네요.." (은혁)
"잘 지내지?" (환수)
"하하.. 그럼요.. 근데 봉구녀석은 안왔나요?" (은혁)
"그러게? 왜 안왔지?" (환수)
"어머.. 봉구 오빠.. 아까 온다구 했는데.." (윤아)
"지연이랑 같이 있나본데.. 연락한번 해봐라.. 경은아" (환수)
"네..." (경은)
"봉구 삐져서 안올거에요..하하" (은혁)
"어? 왜?" (환수)
"어라? 나 왜 봉구선배 전화번호가 저장이 안되있지? 윤아야 너 혹시 봉구선배 전화번호 알어?" (경은)
"어.. 여기.." (윤아)
"경은아... 전화해서.. 선배님은 특별히 따로 전화해 줄려고 했다고 얘기해줘라.. 안그러면 안올거다 그놈.." (은혁)
"뭐? 하하.. 그놈 혹시 연락 못받아서 삐진거냐?" (환수)
"그럴거에요.. 아마.. 하하하.." (은혁)
"근데.. 지연이는 왜 셋트로 안와? 지연이도 연락 안했냐?" (환수)
"어? 아까.. 태희랑 선물까지 샀다던데.." (윤아)
"전화 안받는데요?" (경은)
"지연이 한테 해봐 그럼.." (환수)
"지연이도 전화 안받아요.. 제가 방금 해봤는데.." (윤아)
"................." (은혁)
"둘이 어디 밀월여행이라도 갔데냐?" (환수)
"................." (은혁.윤아.경은)
"선배님 자 한잔 하세요.. 호호홍.." (경은)
"어.. 야.. 근데 좀만 떨어지면 안돼겠냐? 날도 더운데.." (은혁)
"에이.. 부끄러워하시긴.. 자.. 받으세요.." (경은)
"..............." (은혁)
"윤아야.. 이 선배.. 성시경 닮지 않았니?" (경은)
"응.. 좀 닮은거 같애.." (윤아)
"..........." (은혁)
"아.. 어떰.. 이렇게 잘생기셨을까.." (경은)
",............" (은혁)
"어머.. 경은야.. 너 취했니?" (윤아)
"하하.. 왜.. 경은이 멀쩡한거 같은데.. 하하하하.." (은혁)
"나 멀쩡~해.. 안취했어.. 은혁선배님이 우리 동아리방에서 젤 잘생겼어.. 민수 선배랑은 쨉도 안돼...." (경은)
"..........." (은혁)
"기집애.. 생긴건 민수선배가 훨낫지.." (윤아)
"..........." (은혁)
"잘 생기긴 무슨.. 기생 오래비처럼 생겨가지고.. 흥!!! 은혁선배님이 짱이거든?" (경은)
"누가 기생오래비처럼 생겼단거냐?" (민수)
"어? 어머.. 민수선배님~~~ 언제 오셨어요?" (경은)
"오빠 언제왔어요?" (윤아)
"누.. 누구?" (은혁)
"아.. 나 방금 왔어.. 근데.. 전 00학번 정민순데.. 누구신지?" (민수)
"아.. 난 99학번 방은혁이야.." (은혁)
"우리 동아리 사람인가요? 첨뵙는데.." (민수)
"어.. 그게.. 동아리를 거의 안나와서.. 하하.. 암튼 앉어.. 만났는데 한잔하자.." (은혁)
"아.. 네.." (민수)
"윤아.. 이 기집애.. 민수 선배님 오니까.. 입이 찢어지네.. 그렇게 좋아?" (경은)
"아.. 아냐.." (윤아)
"..........." (민수.은혁)
우당탕탕..
"야이 자식아.. 일어나.." (재영)
"어머.. 재영선배 또저래.. 어뜩해.." (윤아)
퍽..퍽~
"쟤 누구냐?" (은혁)
"있어요.. 00학번 선밴데.. 맨날 애들 때리고 좀 싸이코 같은 선배에요..선배님이 가서 좀 말려주세요..흑" (윤아)
"그래?" (은혁)
"이 세끼가.. 죽을라고.. 어디서 까불어.." (재영)
"죄송합니다.. 악~~ 죄송합니다.." (민규)
"어? 서..선배님?" (윤아)
퍽~~~~~~~
"윽... 너.... 너 뭐야?" (재영)
"니 선배다 임마.." (은혁)
"뭐 이새끼야?" (재영)
퍽~~~~~~
"윽........" (재영)
"너 잠깐 나와봐.." (은혁)
"이게 죽을라고..." (재영)
퍽~~~~~~~
우당탕탕~~
"아~~~" (재영)
"까불지 말고 빨리 나와.." (은혁)
"..........." (재영)
"담배 피냐?" (은혁)
"네.." (재영)
"담배좀 꺼내봐.." (은혁)
"지금 없는데요.." (재영)
"가서 사와 그럼.." (은혁)
"아.. 네.." (재영)
휘리릭..
"봤어? 우왕.. 은혁선배 짱멋있어.." (경은)
"그러게.. 와.. 그 무서운 재영선배를 한방에 보내네.." (윤아)
"............" (민수)
"앞으로 은혁선배는 내꺼야.. 윤아 너 찝쩍대면 죽을줄 알아.." (경은)
"............" (윤아)
"............" (재영)
"왜? 할말있냐?" (은혁)
"아.. 아닙니다." (재영)
"너 애들 자주 패냐?" (은혁)
"네? 아.. 아닙니다.." (재영)
"애들 또 팰꺼냐?" (은혁)
"아뇨.. 절대 안건드리겠습니다." (재영)
"믿어도 돼?" (은혁)
"네.. 절대.. 절대 안그러겠습니다." (재영)
"흠.. 그래 그럼.." (은혁)
"감사합니다.." (재영)
"감사는 무슨.. 그나저나 봉구랑 지연이는 안오려나.." (은혁)
"네?" (재영)
"아.. 아니다. 들어가자.." (은혁)
제44화
◐ 지연의 일기 ◑
아침을 먹기위해 선배집에 와있다.
"뭘 그렇게 쳐다봐?"
밥을 먹다말고 빤히 쳐다보는 날보며 선배가 묻는다.
"아니에요..홍홍"
"............."
"선배님.. 선배님은 안경 써볼생각 없어요?"
"안경? 눈도 좋은데 무슨 안경이야.."
"에이.. 요즘 누가 안경을 눈나쁘다고 써요.. 다 패션에 일부지.."
흠.. 근데 아무리봐도 안어울릴거 같단 말이지..
짧은 머리에.. 시꺼먼 피부..
안경하곤 전혀 어울릴수 없는 요소들만 모여있네 이런..
"패션은 무슨..."
"에휴.. 아무리 뜯어봐도 지적인 면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네.."
"아침부터 뭐래는거야.."
"밥이나 먹어요 언능.."
"다린 좀 괜찮아요?"
"어.. 약이 좀 효과가 있나봐.. 일어나니까 산뜻하데.."
"다행이네.. 근데 그 맥주병으로 맞는건 안하면 안되요?"
"안돼.. 그게 가장 기본훈련.. 어? 뭐야? 너 어떻게 알았냐?"
"어제 봤어요.. 훈련하는거.."
"어제? 언제?"
"선배님 비명지를때요.. 그때 밖에서 보다가 놀래가지고 어휴.. 진짜.."
"하하.. 그럼 들어오지.. 왜 그냥갔어?"
"몰라요.. 암튼 그거 계속 하실꺼에요?"
"어.. 이젠 뭐 익숙해져서 괜찮아.."
"어휴.. 고집은 진짜.."
"하하.."
"어.. 선배님 잠깐 저기좀 들렸다 가요.."
안경점이 보이기에.. 선배를 끌고 들어간다.
"어? 안경점은 왜?"
"그냥요.. 안경 구경좀 하게.."
선배한번 씌워봐야겠어요.. 어울리나 좀 보게..
"어때요? 잘어울려요?"
이쁜 안경을 하나 써본후 선배에게 묻는다.
"이상해.."
치.. 이상하긴..
속으론 이쁘다고 생각하면서.. 훗..
"근데 너 안경 살라고 그러냐?"
아뇨.. 전 관심없어요..
선배님좀 써보게 하려고 이러는 중이에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홍홍..
"맘에 들면 도수 없는걸로 하나 사죠뭐.. 아.. 선배님도 잠깐 일루 와봐요.."
그리고선.. 제법 이쁜 안경을 하나 꺼낸다.
"왜?"
"선배님도 이거 한번 써봐요.. 어떤가 보게.."
그리고선 선배의 얼굴에 씌운다.
"야야.. 됐어.."
거절하려는 선배의 손짓을 뿌리친채 억지로 안경을 씌워버린다.
"어디 보자.."
...............
이씨..
뭐야..
"가요 그냥.."
"어? 어딜?"
"학교 안가요?"
"안경은?"
"관심 없어요.."
아.. 저렇게 안어울리는것도 쉽지 않은데.. 흑..
"지연아.. 너 어제 생일파티 왜 안왔어?"
강의실로 향하는데 경은이와 윤아를 만났다.
"어.. 깜빡 잠들어서..."
"치.. 기집애..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래? 미안해.. 아..그리고 이거 선물.."
"어머.. 고마워.. 근데 뭐야?"
"응.. 다이어리 하나 샀어.. 어제 가서 줬어야 했는데.."
"아냐.. 호호홍.. 괜찮아.."
"그나저나 기분이 왜이렇게 좋아보여?"
계속 방실방실 웃는 경은이의 모습이 신기해서 물어보았다.
"경은이 얘 사랑에 빠졌데.. 아침부터 난리도 아냐.."
옆에서 윤아가 대답해준다.
"사랑? 어머.. 누구?"
"은혁선배라고 알지? 그 동아리에 잘 안나오는.."
은혁선배?
"윤아야.. 그만해.. 부끄럽다얘.."
뭐야.. 또 이렇게 연결되는거야? 홍홍..
"어제 그 선배가 생일파티에 왔었는데.. 경은이 얘가 그냥 첫눈에 뿅가서.. 호홍"
"아잉.. 챙피하게.. 그만하라니까.."
...........
웬지 즐기는거 같은데?
"에구.. 축하해 경은아.. 잘해봐.."
"축하는 무슨..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일단 오늘 점심 사달라고 연락한번 해보려구.."
"아.. 그래? 홍홍.. 힘내.. 나도 도와줄수 있으면 도와줄께.."
"아냐.. 지연이 넌 그냥 안보이는게 돕는거야.. 저~얼대 은혁선배 옆에 나타나지도마.. 알었어? 호호홍"
..............
어쩐다니..
벌써부터 옆에 얼쩡대고 있었는데..
"지연아~"
은혁 선배가 부른다.
이젠 이시간만 되면 내가 잔디밭의 바로 이자리에 앉아 책을 본다는걸 깨달은건지..
어김없이 나타나 주신다.
.............
흠..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오셨어요?"
"어.. 공부는 잘 되가?"
"네.."
"어디.. 그럼 내가 문제들좀 내줄까?"
"그래요.. 여기.."
잔디밭에 앉아.. 선배와 퀴즈를 풀며 한가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 어디냐? *
점심시간에 맞춰 봉구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 잔 * (잔디밭)
* 오케이.. *
"누구? 봉구야?"
"네.. 밥먹을 시간이라.. 선배님은요?"
경은이가 연락을 했을텐데..
"아.. 나 오늘은 딴사람이랑 약속이 있어서.. 하하.. 니들끼리 먹어 그냥.."
오.. 뭐야... 경은이랑 만나기로 해준거야?
이거 웬지 분위기 좋네..
"오~~ 누군데요?"
"어? 어.. 경은이라고.. 니 동긴데.. 알지?"
"경은이요? 당연히 알죠.. 와.. 둘이 밥먹기로 했구나.."
"............."
"잘해봐요.. 경은이 귀여운 애에요.."
"하하.. 그런거 아냐.."
"아니긴..홍홍.. 암튼.. 맛나게 드세요.."
"어.. 그래.. 그럼 수고해.."
"넹..."
은혁선배가 인사를 한후.. 떠났다..
훗..
경은이는 좋겠네..
"뭘 그렇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앉았냐?"
"............."
"오늘은 그놈 안보이네?"
"누구요?"
"은혁이.."
.............
뭐야.. 없어서 섭섭하단거야.. 아님 좋단거야?
"데이트 있데요.."
"어? 데이트?"
"네.. 경은이랑.. 밥먹으러 갔어요.."
"진짜? 오.. 그놈이?"
뭘 그렇게 놀래..
"왜요? 부러워요?"
"어.. 부럽네..귀여운 경은이랑.. 밥도 먹고.. 짜식 복받았구만.."
.............
뭐야.. 지금..
나 질투하라고 이러는거야?
유치해요 선배님..
이제 선배맘 다 알거든요?
"복이야 선배가 더 받았죠.. 나랑 밥먹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뭐래.."
...........
에휴.. 이거 내가 적응을 해야되는건가..
"가요 언능.. 배고파요.."
"어.. 그래.."
"선배님.. 저 물.."
"근데?"
..............
"물좀 떠다달라구요.."
"발없냐?"
이씨 진짜..
뭐야..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이것도 못해?
어우..
"에휴.. 진짜.."
".........."
고개숙인채 밥만 먹는 선배..
답답해서 결국 내가 물을 뜨러 간다..
밥을 먹은후 선배가 어제 바디워시를 샀던 화장품 샵에 왔다.
"저기요.. 이거 어제 산건데 딴걸로 바꿀수 있죠?"
선배가.. 점원에게 묻는다.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저 이거 그냥 환불은 안돼요?"
화장품은 더이상 필요가 없을거 같아.. 돈으로 바꾸는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건 곤란한데요.."
...........
뭐야.. 박스 그대로 있는데..
"왜요? 이거 하나도 안건드렸어요.."
"그래도 안돼요.. 죄송해요..."
이씨..
"뭐해요? 말좀 해봐요.."
멀뚱히 서있기만한 선배 옆구리를 쿡 찌르며 속삭였다.
"야.. 웬만하면 그냥 딴걸로 바꾸자.. 환불 안된다잖아.."
............
넘쳐나서..
더이상 쌓아둘데가 없어서 이래요..
그러니까 그냥 빨리 같이 우겨봐요....
우기면 다 환불해주니까..
표정으로 선배에게 이런 나의 생각을 전달해 본다.
"저.. 딴걸로 바꿀께요..신경쓰지 마세요.. 하하하.."
..............
"아뇨.. 돈으로 바꿔주세요.. 저 바디워시나 화장품 필요 없어요.."
"야.. 그냥 하자니까.. 나 그돈 없어도돼.."
아.. 진짜..
답답해..
"차라리 그냥 조용히 있어요.."
슬그머니 선배귀에 대고 얘기를 한다.
".............."
"바꿔주세요.. 빨리.."
"안됀다니까요 손님.."
"바꿔주세요.."
"안돼요.. 규정상.."
"규정상? 규정이 뭔데요?"
"그..그러니까 그게.. 화장품 사고서.. 그 제품을 사용하면.."
"사용 안했어요.."
"사용 안했어도.. 그래도 박스를 뜯으면 .."
"규정좀 보여줘봐요.."
"............."
"빨리 환불해 주세요 그냥.. 저 화장품 하도 많이 사봐서 환불규정 다 알아요.."
".............."
"앞으로 저 여기 자주 올지도 모르는데.. 이러시면 곤란해요.."
"네.. 죄송합니다 고객님.."
돈을 건네는 점원..
에궁.. 너무 민망하게 했나..
그러게 빨리 환불해줬으면 얼마나 좋아..
"야.. 너 무섭드라.."
..............
"뭐가요?"
"아까.. 점원한테 말할때.. 오.. 막 섬찟섬찟하데.."
"원래 그렇게 하는거에요..."
"그러냐? 하하.. 그래도 너 그런표정 자주하지마라.. 이거뭐 무서워서 옆에 있기나 하겠나.."
"이씨.."
"또또.. 그표정 무섭다니까.."
"............."
어쩌라구요..
원래 이 표정인걸..
"그나저나.. 돈굳었네.. 저녁은 내가 쏠께.."
"뭐에요? 제 선물 환불한건데.. 왜 선배돈이 굳어요?"
"뭐래.. 내돈주고 산거니까 내꺼지.."
"이씨.. 선물이란게 일단 받은 사람 수중에 넘어오면.. 소유권이 넘어가는거 몰라요?"
"몰라.."
"뭐야.. 그런 기초상식도 모르고.. 암튼.. 이돈은 엄연히 제꺼니까 신경끄세요.."
"어이.. 설마 그거 너혼자 다쓰려는건 아니지?"
"저 그렇게 치사한애 아니에요.. 근데 어짜피 저 선물주려고 산돈인데.. 왜 자꾸 아까워해요?"
"그러게.. 왜이렇게 아까워졌을까.."
...................
아.. 진짜 이선배의 속마음을 뜯어보고 싶다..
왜..
대체 왜 내눈엔..
이 선배가.. 나보다.. 단돈 몇만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것 처럼 보이냔말야..
아.. 증말..
웅성웅성..
잔디밭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뭐지?
"야.. 저기 뭐 하나보다.."
"그러게요.. 가봐요 우리.."
사람들이 몰려있는곳으로 가본다.
"내 마음을 받아줘..."
.............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목격한것은..
어떤 남자가.. 한 여자에게 무릎을 꿇고..
장미꽃을 건네며 프로포즈를 하고 있는것이었다.
"야.. 프로포즈 하나부다.."
"그러게요.."
멋지네.. 사람들 이렇게 많은데서 저런 용기있는 고백을 다하고..
아.. 받아줘야 할텐데...
"미안해요.. 선배님.."
힉...
거..거절이야?
갑자기 뒤를 돌아 뛰어가버리는 여자..
웅성웅성..
"아이고.. 쪽팔리겄네.."
선배도 옆에서 안타까운듯.. 혀를 찬다..
"웬만하면 받아주지.."
"그러게.."
남자는.. 그자리에 주저 앉아버렸고..
사람들은.. 재밌던 구경이 끝나서인지.. 각자 갈길들을 가버린다.
아.. 불쌍해..
"저기요..."
괜히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 남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네?"
놀랜듯.. 나를 쳐다보는 남자..
"힘내서 다시한번 해보세요.. 사람 없는데서요"
"네?"
당황한듯.. 되묻는 남자..
"여자들이라고 다.. 사람많은데서 고백받는거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조용히.. 둘만 있는데서 다시 해보세요.."
"아.. 네.. 고맙습니다.."
멋적은듯.. 머리를 긁으며 자리를 일어서는 남자..
그리곤.. 터벅터벅.. 길을 떠난다.
"야.. 안그래도 쪽팔린 사람한테 그런말 하면 좀 그렇지 않냐?"
...............
"아니에요.. 다시 하면 웬지 될거 같아서 얘기해준거에요.."
"뭐?"
"아까 그여자 눈빛보니까.. 뭔가 보였어요 살짝.."
"뭐가?"
"훗.. 몰라도 돼요.. 암튼 가요.."
에휴.. 그나저나 봉구선배는.. 이런 용기나 있으려나 몰라..
뭐 나야.. 그렇게 안해주는게 좋긴 하지만..
수업이 좀 일찍끝났다.
선배는 지금쯤 한참 킥복싱을 하고 있을 시간인데..
흠.. 저녁먹을때까지 뭐하나..
심심한데.. 선배 훈련받는거나 구경하러 가볼까?
................
윽.. 그 비명지르는거 또봐야돼?
괜시리 고민이 된다.
하지만.. 결국.. 선배의 도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가는길에 슈퍼에 들러 음료수와 과자들도 사간다.
"어라? 너 왜왔냐?"
한참 선배가 발차기 연습을 하던중이었다.
흠.. 다행히 비명지르는건 안보는군..
"그냥요.. 할것도 없고해서.."
"누구?"
옆에 있던 아저씨가 날 보더니 묻는다.
"아.. 아는 후배에요.."
...........
뭐.. 후배가 맞긴 한데..
흠.. 뭐 딴 표현좀 없나?
그냥 아는 후배로 불리기엔 뭔가 아쉬운데..
"오.. 그래? 하하.. 반가워요.. 저 봉구녀석 가르키는 관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캬.. 그나저나 봉구가 왜이렇게 이를 악물고 하나 했더니.."
"관장님~"
급하게 말을 막는 봉구선배..
훗... 제법 귀엽네..
"잠깐 이거 드시고 하세요.. 오다가 사왔어요.."
"오.. 너 웬일이냐?"
............
"웬일은 무슨.. 그냥 아까 환불받은 돈으로 인심좀 썼어요.."
".............."
"하하.. 잘먹을께요.. 야.. 이거 먹으면서 좀 쉬고 하자.."
이 아저씨.. 웬지 재밌어 보인다.
"그래요.."
"안가냐?"
...........
왜 가라고 떠미는거야 대체..
어짜피 나가도 갈데도 없는데..
"어짜피 저녁먹을때 다됐는데 여기 있다 같이가죠뭐.."
"그래? 흠.."
"왜요? 저 그냥 가요?"
"아니뭐.. 꼭 그런건 아닌데.. 니가 있으니까 좀 신경쓰여서.."
............
"저 신경쓰지말고 하던거 해요.. 전 어짜피 영화책 보고 있을꺼에요.."
"그래 그럼.."
그러더니 다시 훈련을 받으러 간다.
"발 똑바로...."
.............
"야.. 더 올려야지.."
...................
"다리 왜떨어.. 버티고 있어.."
........................
괜히 가라고 등떠민게 아니었군..
안쓰럽네 진짜..
선배님..
힘내세요..
제가 이렇게 옆에서 응원해 드릴께요..
그리고
이왕 배우시는거
썩히지 마시고
저나 지켜주시구요..
안그래도 보디가드좀 필요했는데..
잘됐네요.. 홍홍..
그나저나..
땀흘리는
선배님의 모습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는거야..
아.. 이러면..
눈을 뗄수가 없잖아.. 힝..
..........
자.. 잠깐..
뭐야..
나..
왜이래?
잉?
◐ 봉구의 일기 ◑
"뭘 그렇게 쳐다봐?"
오늘따라 유난히 내 얼굴을 자꾸 처다보는 그녀..
"아니에요..홍홍"
"............."
뭐야.. 갑자기..
"선배님.. 선배님은 안경 써볼생각 없어요?"
..............
시력이 양쪽 합쳐 4.0 이란다..
"안경? 눈도 좋은데 무슨 안경이야.."
"에이.. 요즘 누가 안경을 눈나쁘다고 써요.. 다 패션에 일부지.."
"패션은 무슨..."
하긴.. 환수형도 도수없는 안경끼고 다니긴 하던데..
흠.. 나도 한번 써봐?
혹시 알어? 성시경 뺨칠지..
"에휴.. 아무리 뜯어봐도 지적인 면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네.."
...............
"다린 좀 괜찮아요?"
그나저나.. 얘는 나 킥복싱 배운단거 누구한테 들은거야..
환수형말곤 아는 사람 없을텐데..
"어.. 약이 좀 효과가 있나봐.. 일어나니까 산뜻하데.."
"다행이네.. 근데 그 맥주병으로 맞는건 안하면 안되요?"
괜찮아.. 이젠 적응 됬단다..
"안돼.. 그게 가장 기본훈련.. 어? 뭐야? 너 어떻게 알았냐?"
잉? 뭐야?
"어제 봤어요.. 훈련하는거.."
................
"어제? 언제?"
"선배님 비명지를때요.. 그때 밖에서 보다가 놀래가지고 어휴.. 진짜.."
아.. 그래서 어제 그렇게 오자마자 다리를 보고 난리를 친거였구나..
에휴..
그렇다고 뭐 그렇게까지 울고 그러냐..
얘도 알고보면 마음이 참 여린거 같단말야...
이거 설마 지나다니는 거지들 보고도 우는건 아니겠지?
지연이가 나를 데리고 안경점으로 향한다.
얘 안경에 엄청 관심 많나보네..
아침부터 왜이렇게 안경타령이야..
"어때요? 잘어울려요?"
안경을 하나 쓰더니 나에게 묻는다.
후아..
얘는 어째 안어울리는게 없네..
뭘 해야 이상해 보이려나..
"이상해.."
하지만.. 역시나 반대로 말해버리고 마는 나였다.
"근데 너 안경 살라고 그러냐?"
"맘에 들면 도수 없는걸로 하나 사죠뭐.. 아.. 선배님도 잠깐 일루 와봐요.."
나를 끌어당긴후 안경하나를 꺼내는 그녀..
"왜?"
"선배님도 이거 한번 써봐요.. 어떤가 보게.."
그리고선 내 얼굴에 씌우려 한다.
"야야.. 됐어.."
아.. 쑥스럽게 왜이래.. 안어울릴지도 모르는데..
아니지.. 혹시 알아? 잘어울릴지..
뭐..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녀가 안경을 씌우도록 놔둔다.
"어디 보자.."
나를 관찰하던 그녀..
"..............."
잉? 뭐냐 그표정?
"가요 그냥.."
그러더니 갑자기 안경을 빼고는.. 문을 나서려 한다.
"어? 어딜?"
"학교 안가요?"
"안경은?"
"관심 없어요.."
..............
뭐야..
안어울린다는거야 지금?
우씨..
그녀를 만나러 잔디밭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설마 오늘도 같이 있는건 아니겠지?
이젠 점심시간만 되면 신경이 쓰이는 나였다..
어? 오늘은 안보이네..
멀리.. 잔디밭엔 그녀 혼자 앉아있었다..
유후~
"오늘은 그놈 안보이네?"
그녀에게 다가가 묻는다.
"누구요?"
"은혁이.."
"데이트 있데요.."
오잉? 데이트? 그놈 애인도 있어?
"어? 데이트?"
"네.. 경은이랑.. 밥먹으러 갔어요.."
..............
뭐야.. 경은이?
우씨.. 경은이 고게 그새 은혁이로 갈아타?
"진짜? 오.. 그놈이?"
그나저나.. 인형이나 끌어안고 사는놈인줄 알았더니..
여자랑 단둘이 밥도 먹는단말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왜요? 부러워요?"
부럽긴..
그놈 없어지니까 너무 좋아서 그런거지.. 흐흐...
"어.. 부럽네..귀여운 경은이랑.. 밥도 먹고.. 짜식 복받았구만.."
괜한 농담한번 건넨다.
지연이 뾰루퉁한 표정이나 한번 더 보고 싶기도 했고..
"복이야 선배가 더 받았죠.. 나랑 밥먹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
하긴.. 니말이 맞다..
선배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뭐래.."
하지만 언제나처럼 마음과는 정반대의 말들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온다.
"가요 언능.. 배고파요.."
"어.. 그래.."
식당에서 그녀와 밥을 먹는 중이다.
"선배님.. 저 물.."
............
이거 지금 떠다달란거?
"근데?"
흠.. 내 스타일 알지?
몇번만 더 졸라봐..
"물좀 떠다달라구요.."
그래.. 한번만더..
"발없냐?"
흠.. 이건 좀 과했나?
"에휴.. 진짜.."
어라? 반응 왜이래?
언능 갖다줘요..
이래야 돼는거 아니니?
".........."
오늘 얘 좀 이상하네..
결국은 직접 물을 뜨러 가버리는 그녀였다..
...............
화났나?
"선배님.. 어제 이거 산데 어디에요?"
밥을 먹고 나오자 그녀가 어제 내가 준 선물을 꺼내며 묻는다.
"어.. 저쪽.."
"가요.."
"어.."
그녀와 화장품 가게로 향했다.
.................
평소에도 뭔가 좀 날카로운 모습을 보긴 했지만..
오늘 가게에서의 지연이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야.. 너 무섭드라.."
"뭐가요?"
"아까.. 점원한테 말할때.. 오.. 막 섬찟섬찟하데.."
눈빛은 고정한채 목소리를 낮게 깔고 할말만 턱턱 해대는 그녀가.. 뭐랄까..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좀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
이거 웬지 조심해야겠어.. 흐..
"원래 그렇게 하는거에요..."
"그러냐? 하하.. 그래도 너 그런표정 자주하지마라.. 이거뭐 무서워서 옆에 있기나 하겠나.."
뾰루퉁한 표정을 넘어서면 그런 무서운 표정이 나온다는걸..
이제서야 알게된 거였다.
"이씨.."
"또또.. 그표정 무섭다니까.."
그 표정보단 좀 부드럽게 해봐..
니 트레이드 마크표정 있잖니...
선밴 너의 그 표정만 보면 귀여워 미치겠던데..
솔직히
지금 니표정은 무서워.. 흑..
"야.. 저기 뭐 하나보다.."
잔디밭에 사람이 모여있기에 그녀를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내 마음을 받아줘..."
.............
헐.. 뭐냐 이건..
한 남자가 여자앞에서 무릎꿇고 프로포즈를 하고있다.
"미안해요.. 선배님.."
어이구.. 이게 웬 망신이야..
"아이고.. 쪽팔리겄네.."
"웬만하면 받아주지.."
"그러게.."
남자는.. 그자리에 주저 앉아버렸고..
사람들은.. 재밌던 구경이 끝나서인지.. 각자 갈길들을 가버린다.
흠.. 우리도 가던길 가야지뭐..
지연이를 데리고 가려는 찰나..
"저기요..."
..........
뭐야.. 말은 왜걸어..
"네?"
"힘내서 다시한번 해보세요.. 사람 없는데서요"
.............
오지랖은.. 으이그..
"네?"
남자도 당황을 했는지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여자들이라고 다.. 사람많은데서 고백받는거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조용히.. 둘만 있는데서 다시 해보세요.."
............
뭐야.. 너도 그런거냐 혹시?
"아.. 네.. 고맙습니다.."
남자가 감사의 표시를 전한후 자리를 뜬다.
"야.. 안그래도 쪽팔린 사람한테 그런말 하면 좀 그렇지 않냐?"
지연아..
남자들은 저런상황에서 누가 말걸면 엄청 쪽팔려 한단다.
아무리 충고가 좋아도.. 할때 안할땐 구분해야지..
이번엔 니가 좀 오버했어..
"아니에요.. 다시 하면 웬지 될거 같아서 얘기해준거에요.."
.............
"뭐?"
"아까 그여자 눈빛보니까.. 뭔가 보였어요 살짝.."
뭔소리야...
"뭐가?"
"훗.. 몰라도 돼요.. 암튼 가요.."
그녀는 수업을 갔고.. 나는 킥복싱을 하기 위해 도장에 와있다.
정강이 단련훈련은 마치고.. 한참 발차기 연습중이었다.
"선배님~"
잉?
지연이?
문을 열며 그녀가 들어오고 있다.
"어라? 너 왜왔냐?"
"그냥요.. 할것도 없고해서.."
진짜?
지금 날 위해서 여기까지 와준거니?
"누구?"
관장님이 지연이를 보더니 묻는다.
"아.. 아는 후배에요.."
에휴.. 언제까지 아는 후배로 불러야돼나..
여친입니다!!!
이 말이 하고 싶다고.. 흑..
"오.. 그래? 하하.. 반가워요.. 저 봉구녀석 가르키는 관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캬.. 그나저나 봉구가 왜이렇게 이를 악물고 하나 했더니.."
헛... 아.. 안돼~
"관장님~"
급하게 말을 막았다..
아.. 눈치없게시리..
그나저나 지연이가 눈치챈건 아니겠지?
"잠깐 이거 드시고 하세요.. 오다가 사왔어요.."
흠.. 다행히 별 생각없나보군..
오.. 근데 웬 과자래?
지연아..
너 이렇게 자꾸 선배 감동 시킬꺼니.. 흑..
누가보면 니가 나 좋아하는줄 알겠다야..
............
진짜로 나 좋아하는거니 혹시?
"오.. 너 웬일이냐?"
"웬일은 무슨.. 그냥 아까 환불받은 돈으로 인심좀 썼어요.."
............
설마 이걸로 쫑치려는건 아니겠지?
"안가냐?"
그녀가 와준건 좋은데..
그렇다고 훈련하는걸 지켜보게 하고 싶진 않았다.
쪽팔리잖아.. 흑..
"어짜피 저녁먹을때 다됐는데 여기 있다 같이가죠뭐.."
..............
안가려나보네..
아.. 이럼 나의 형편없는 실력이 들통나 버릴텐데..
"그래? 흠.."
"왜요? 저 그냥 가요?"
응.. 웬만하면 좀 가줘..
"아니뭐.. 꼭 그런건 아닌데.. 니가 있으니까 좀 신경쓰여서.."
이쯤 얘기하면 알아듣고 가겠지?
"저 신경쓰지말고 하던거 해요.. 전 어짜피 영화책 보고 있을꺼에요.."
..................
안갈 모양이군.. 에휴..
"그래 그럼.."
부디.. 책에만 집중하길 바라며.. 훈련을 시작한다.
"발 똑바로...."
아.. 오늘따라 왜이렇게 자세가 안잡히냐..
지연이가 볼텐데..
"야.. 더 올려야지.."
아.. 최대한 올린거에요..
지연이도 보니까.. 제발 좀 쉬운걸로 해요 관장님..
"다리 왜떨어.. 버티고 있어.."
아... 지연이가 날 뭘로 생각하겠어..
슬쩍 그녀를 보니..
나를 보며 비웃기라도 하듯 미소를 짓고 있다..
젠장..
괜히 싸움 잘한다고 뻥쳐서.. 이게 뭔 망신이야.. 흑..
"선배님..."
집으로 가는길... 그녀가 말을 걸어온다.
"어"
"선배님은 첫사랑한테 어떻게 프로포즈 했어요?"
"프로포즈? 뜬금없이 그런건 왜묻냐?"
"아뇨뭐.. 아까 낮에본 프로포즈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요.."
"아..그래? 글쎄다.. 난 어떻게 했더라?"
"치.. 기억 안나는척 하긴.."
".........."
"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반지에 장미꽃다발 주면서 나랑 사겨줄래.. 했을테죠.. 안그래요?"
"어? 어.. 그랬나? 하하.."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그건 글치.."
"근데 요즘은 그런거 잘 안먹혀요.."
"어? 뭐가?"
"프로포즈 말이에요.. 그런 평범한걸론 여자들이 안받아준다구요.."
"그래?"
"네..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그러냐? 하하.. 거참.."
"선배님도 만약에 여자한테 프로포즈 할꺼면.. 그렇게 하지 말고 딴걸로 해요.."
"어? 딴거?"
"네.. 딴거요.. 좀 신선하고 획기적인걸루요.."
"아.. 그래? 뭐.. 하하.."
"알려줄까요?"
"뭘?"
"신선하고 획기적인 프로포즈 비법.."
"............."
"흠.. 선배님만 특별히 알려줄께요.."
"관심없는데.."
"이씨.. 그냥 알아둬요.. 혹시 알아요? 조만간 프로포즈 할지.."
"에이.. 여자도 없는데 무슨.."
"그래서 듣기 싫단거에요?"
"아.. 하하.. 아냐.. 어디 해봐.."
"이씨.. 뭐야.. 듣기 싫은거 억지로 듣는거 같은데.."
"아냐.. 사실 좀 궁금했어.."
"진짜요?"
"어.. 이런거 당연히 알아놔야지... 하하"
"좋아요.. 그럼 알려줄께요.."
"오케이.."
"우선.. 차를 타고 멋진 들판으로 가요.."
"차? 차 없는데.."
"그럼 버스라도 타고 가요.."
"여자가 안갈려고 하면?"
"걱정마요.. 웬만하면 갈테니까.."
"어?"
"아.. 아니에요.. 암튼.. 여자가 간다고 치고.."
"근데 뭐하러 가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냐?"
"그냥 대충 들판 풍경 찍으러 간다고 둘러대세요.."
"풍경을 찍어?"
"아참.. 그 얘기를 안했네.."
"응? 뭐?"
"갈때.. 캠코더 들고 가셔야돼요.. 들판을 찍는척 하면서.. 사실은 그녀의 모습을 담아서 프로포즈 하는 거거든요.."
"그래?"
"네.. 선배님 촬영 잘하시잖아요.. 그녀한테는.. 들판 촬영 해야하니까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한다음에.. 선배님은 몰래몰래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는거에요.."
"이야.. 웬지 뭔가 있어보이는데?"
"그쵸? 암튼.. 한참을 담을때쯤 되면.. 그녀가 궁금해서 와서 물어볼꺼에요"
"뭐라고?"
"선배님 다 찍으셨나요? 요렇게.."
"선배님?"
"아.. 아참.. 뭐 딱히 후배랑만 사귀는건 아닐테니.. 뭐 암튼 다 찍었냐고 와서 묻겠죠.."
"그러면?"
"그럼.. 보여주세요.. 선배님이 찍은걸.."
"오.. 그럼 그 여자는 자신의 모습들이 담겨있는 영상을 보고 놀래한다.. 뭐 그런 레파토리냐?"
"그쵸.. 근데 중요한건 그 상황에서의 결정적인 멘트에요"
"뭔데?"
"여자가.. 뭐에요 이거? 왜 제가 찍혀있는거죠? 라고 물으면.. 선배님은 이렇게 대답하시는거에요.. 응.. 내 마음이 온통 너뿐인가봐.. 이렇게요"
"................."
"멋있죠?"
"내 마음이 온통 너뿐인가봐.. 이거?"
"안멋있어요?"
"오글거리는데.."
"이씨.. 그건 선배님이 남자라 그런거죠.."
"근데 언제부터 여자들이 저런 유치한 멘트를 좋아했냐?"
"요즘 트렌드에요.."
"트렌드? 첨들어보는데?"
"잘 모르실꺼에요.. 여자들 사이에서만 공공연히 돌아다니는 얘기니까.. 그나저나 어때요? 괜찮죠?"
"뭐.. 괜찮은것도 같긴한데.. 근데 이거 혹시 니취향은 아니지?"
"네?"
"아니 뭐 너무 상세하게 설명하니까 꼭 니가 저렇게 받고 싶어하는거 같아서.."
"아.. 아니에요.. 저건 그냥 일반적인 여자들을 위한거에요.. 전 다..당연히 저정도 가지곤 어림도 없죠.."
"그래? 뭐.. 참고는 할께.. 하하"
"이씨.. 참고만 하지말고.. 꼭 저렇게 해요.. 알았어요?"
"알았어.. 하하.. 내 마음이 온통 너뿐인가봐? 아이고 닭살이야.."
"이씨.."
"지연아.. 내 마음이 온통 너뿐인가봐.. 푸하하"
"이씨.. 장난 할꺼에요?"
"지연아.. 니 마음도 온통 나뿐인가봐.. 푸하하하하하"
"저 갈래요.. 흥!!"
"어이? 어디가? 같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