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기관장 14명 중 11명, 해수부 출신이 獨食
해수부 마피아' 왜 문제인가]
-"큰 부처들 안 부러워"
해수부 관할 규제만 1491건… 정부 전체 규제의 9.7% 달해
-끈끈한 결속력 자랑
규모 작고 정권에 따라 부침… 선후배끼리 끌어주는 문화
-유관 민간단체까지 독차지
선박 안전·운항 업무 장악… 견제·균형 사라져 안전 위협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선박과 여객선사에 대한 관리·감독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해수부
마피아(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마치 마피아처럼 활동하는 것을 의미)'가 해운 분야를 독식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이 선박의 안전이나 운항을 맡는 각종 민간단체를 독차지하는 바람에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병폐를 이번 기회에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수부 산하 11개 기관장 접수
21일
본지가 해수부 산하 공공 기관 14곳의 기관장 이력을 점검한 결과, 11곳의 기관장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었다.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등 지방 항만공사 4곳의 사장을 모두 해수부 마피아가 차지하고 있다.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공단 이사장 3명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연수원·해양과학기술진흥원·항로표지기술협회·어촌어항협회 등도 해수부 출신이 장악했다. 또
한국해운조합 등 주요 유관 기관 4곳의 수장도 해수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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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터 굳게 내려진 해운조합 - 21일 저녁 서울 강서구 한국해운조합 출입문의 셔터가 굳게 내려진 가운데 건물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바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태경 기자
이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선박 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사단법인)은 1960년 출범한 이후 수장 11명 중 1·2대와
현직 전영기 회장을 제외한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1980년부터 작년 전 회장이 취임하기까지 33년간 내리 해수부 마피아가
독식했다. 해운선사들의 이익 단체로서 여객선사들에 대한 감독권을 쥐고 있는 한국해운조합도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현 이사장도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이다.
◇
"폐지·부활 거듭하며 잘 뭉쳐"해
수부 마피아들이 득세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해수부 출신들의 결속력이 다른 부처보다 끈끈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 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해수부가 규모가 작은 데다 정권에 따라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면서 아픔을 겪다 보니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 분야가 독자적 영역인 데다, 정치권에서 눈독을 들이지 않아서
해수부 마피아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쉽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에너지, 철도, 주택 분야는 워낙 덩치가
커서 정치인들이 욕심을 내지만 해양수산 분야는 규모가 작은 데다 업무의 고유성이 있어 해수부 출신들만 잔치를 벌인다"고 말했다.
전국 4곳에 있는 지방항만공사는 지자체도 지분을 갖고 있지만 지자체에 해운 관련 인력이 없어 사장을 해수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해수부는 '숨은 알짜 부처'라는 말도 나온다. 해수부는 소관 법률이 92개에 이르고, 규제를 정부 전체 규제의
9.7%에 이르는 1491건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2443건) 다음으로 규제가 많다. 규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공무원들의
권한도 크다는 의미다. 해수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우리처럼 지방 조직(지방해양항만청을 의미)을 잘 갖춘 부처는 없다"며 "큰
부처들이 안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해수부 마피아 독식이 안전 관리 부실 불러문제는
해수부 출신들이 산하기관에 재취업하면서 민·관 커넥션이 형성되다 보니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해수부는 여객선사들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해운조합에 맡겨 놓고 있는데, 해운조합은 여객선사들이 낸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
단체이기 때문에 여객선사들의 안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에 해운조합의 이사장이 선배 관료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감독하기 어렵다. 해운조합은 세월호가 출항에 앞서 화물 적재량을 500t 적게 써내는 등 엉터리로 기재한 점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현장 점검 없이 출항을 허가했다.
선박의 안전 진단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선급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검사를 해야 하지만 어차피 같은 식구라 업무를 제대로 하는지 감독하기가 여의치 않은 구조다. 세월호는 침몰 당시 구명정
46개 중에서 단 한 개만 펴졌지만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안전 검사에서 44개가 정상이라고 진단했다. 정연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양 안전과 관련한 기관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감독 당국과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