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사람을 살다,
가사 한 벌 입은채로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3주기 추모제가 오늘(3월 7일) 성북동 길상사에서 있었다.
불교계는 물론 천주교계 사람들, 신도들, 나같은 일반인들로 길상사는 만원이었다.
길상사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오른쪽에 성모마리아상이 하나 서 있다.
이는 법정스님이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 교수에게 부탁해서 제작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불교의 관세음보살이나 천주교의 마리아나 무슨 차이가 있으랴...
종교의 벽을 넘는 스님의 넓은 마음이었다.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과도 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 천주교 관련 인사들도 많았다.
법정스님의 글을 다 좋아하지만 가장 좋았던 글은 산중일기였다.
따사로운 봄에 오대산 수류산방 자락에서 상추밭 매는 이야기였다.
스님은 상추를 직접 심어서 드셨다.
밭매는 것 자체야 별 이야기 아니었지만 그 느낌이 너무도 생생해서 잊혀지지 않는다.
나뭇잎 흔들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간지러움,
맨발로 흙을 밟을 때에 발바닥에서 느끼는 짜릿한 전률...
호미로 밭을 맬 때 사그락거리는 흙소리,
막 돋아나는 새싹과 나누는 이야기를 마치 연인과의 이야기처럼 쓰신 글이었다.
길상사에서는 오늘 하루 종일 스님의 육성을 확성기로 들려주었다.
글만 보면 낭낭한 목소리로 사람 애간장 녹일 듯 한데,
목소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톤이었다.
그냥 조금 낮고 투박하게 들리는 보통 사람의 목소리였다.
카페에서 나의 별명이 '경동시장 마늘장수'이다.
한창 삶의 방을 전세낸듯이 글을 쓸 때였다.
산행을 갔을 때 어느 여인 한 분이 나의 명찰에서 닉을 보더니 '세상에!' 하면서 쓰러진다.
나의 글만 보고는 얼굴도 뽀얗게 희고,
부끄러움도 좀 타고
말도 잘 못하는 그런 문학소년? 같은 사람으로 알았단다,
나 원~~
그런데 직접 보니 이건 완전히 경동시장 바닥에서 마늘이나 팔고,
그날 번 일당은 막걸리집 주모에게 다 갖다 바치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별명이 마늘장수가 된 것이다.
그래도 그 별명 덕분에 지난 가을에는 마늘값이 좋아 돈 좀 벌었다, ㅎ~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지금 입은 옷 그대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이것이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었다. 부디 극락왕생하셨기를!
노을~
길상사 마리아상, 비가와서 젖었음...
뒤에 보이는 건물이 법정시님이 입적하신 곳.
첫댓글 법정스님의 어록중,
우리들은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도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셨습니다.
그래도 꼭 한마디,
3월 12일 여행방 충주호 나들이는 꼭 같이 가고 싶습니다.
탄금대와 청충문화제단지, 그리고 월악산자락의 충주호 풍관을 함께
즐기면서 한 잔 하고 싶어요.
에고...쥔장님, 오랫 동안 안보이시길래 무슨 일 있나 했지요...충주호, 옛날 문경새재 넘어로 고향 오갈 때 많이 갔던 곳인데...조금 생각해 보고요...ㅎ~
법정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난지 벌써 3년이 되었네요.
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스님의 가르침은 많은 이들이 아직도 쫏아가고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자는 뜻이라구요.
글 올려 주심에 삶의 지침이 되는 그 분의 많은 말씀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감사!~ 내일 나오시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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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구...침이 말랐을 경우에는 물이라도 한 모급 마시면 입술이 촉촉해진답니다...어느 회원님은 나보고 저녀석의 정체가 뭔가 궁금하여 이틀 동안 내글을 모두 읽었다더군요, ㅎ~ 그 주제들 다 한 권씩의 책으로 남기고 죽어야는데~~~지금 7부 능선 넘는 중...지금이 가장 힘들어,...체중도 2-3kg 빠지고...난 안먹어도 살찐다는 사람들 젤루 부러버요~~~(토끼자!)
잘보고 갑니다~~
감사...서울 나들이 이야기 잼 있었답니다...난 경북 안동 촌넘~~~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님은 이야기방의 샛별, 조금만 더 갈고닦으면 보석이 될 글이더이다...이쁜 봄 맞으시기를~~~
마늘 장사 이야기가 한동안 안나오길래 장사 접으신줄 알았어요. ㅎㅎ
사실 글과 글을 쓰는 사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어리둥절한 적이 많이 있는데, 용예원 시인이 남자라는것도 그런데
쌀장수같은 모습에 아연실색하지요. 에리에리한 가려린 여인 같은 느낌의
이해인 수녀 시인님도... 실제로 보면 우람한 체구가 아니지요? ㅎㅎ
노을 이야기님은 이제는 그 모습이 딱 어울리시어
절대로 다른 모습은 상상할수가 없어요.
한 쪽 볼에 삶은 달걀 하나 꽉 물고, 울통불퉁한 그 모습이,
바로 노을 이야기님의 참 모습입니다. ^*^
그려~ 못생겨도 좋다~~어떤 분은 (제고향인) 하회탈을 닮았다고 하더이다, ㅎ~~~
에고고 노을이야기님이요~ 누가 못생겼다고 그럽니까요~
지는 우리 한국남자들 어쩜 그리 다 개성적으로 생겼는지...
못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참고로 전 꽃미남처럼 말쑥하게 생긴 남자는 남자같지 않아서 싫여요~ㅎㅎ
'경동시장 마늘장수'라~~~
별명이 참 친근감이 갑니다.
떠나신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란 세월이...
많이 그리운 분인데 저는 3주기조차 말랐으니...
감사히 읽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오~~
문학소년같은 경동시장 마늘장수님 ~ 법정스님의 뜻깊은 글 적어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노을이야기 닉처럼 참 고상하게 생겼을것 같았는데 경동시장 마늘장수 라고 하여 빵 터졌습니다 잼 나는글에 간만에 웃었어요...^^
새 정부 장관 청문회를 접하면서 느끼는 그들의 도덕 불감증!!!!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만분의일만 닮았으면 하는
생각은 저 만의 상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