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그렇다고 스타워즈에서 본 것처럼 어느 행성이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진 적은 없습니다. 지구 자체는 남아있고 그 안에 살던 생명체들이 멸종을 당하는 종말을 말합니다. 그런 이야기로 나오는 영화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잘 아는 ‘혹성탈출’도 어찌 보면 핵전쟁으로 인류사회가 멸망을 당한 후 나타난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환경이 바뀌어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구조로 변한 것입니다. 지구가 종말을 당하는 여러 가지 경우들이 있습니다. 언급한 핵전쟁뿐만 아니라 환경 오염으로, 기후 변화로 아니면 질병으로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우주 행성의 충돌입니다. 그런 일이 실제 지구 역사 속에 있었다고도 말합니다.
아무튼 그런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이 사회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요?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려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입니다. 물론 종교인들은 일반사람들과는 좀 다르게 반응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일단 그런 일을 사전에 국가정보기관에서 미리 알게 된다면 보도통제부터 시행할 것입니다. 그런 사실이나 예측을 결코 보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혼란이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하여 예측도 대책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먼저 보도통제부터 하는 게 순서입니다. 혼란부터 막아놓고 대책을 강구하겠지요. 그러나 길게 버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지난 세기를 살아오면서 지구 종말에 대하여 많은 상상들을 하였습니다. 그 덕에 그것을 주제로 영화도 많이 나왔지요.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들과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 덕에 볼거리도 풍성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네 상상도 더 넓어지고 깊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라는 것이 단순히 볼거리만으로 승부하지는 않습니다. 그와 더불어 이야기가 가미되어야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 거의 공통적으로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공감과 더불어 감동까지 곁들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족의 사랑이나 연인의 사랑을 경험하고 또 꿈꾸며 살아갑니다. 늘 관심거리지요.
그런데 아무리 급해도 글쎄, 우주로 나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입니까? 우주비행사들이 얼마나 긴 시간 고된 훈련을 받는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지구와 우주하고는 환경이 전혀 다릅니다. 갑자기 나갔다가 어떤 변화가 몸에 일어날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환경을 설정하며 훈련을 받는 것이겠지요. 일단 기본적으로 중력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차이가 대단히 크리라 짐작합니다. 평범한 사람이야 이런 이야기나 영화나 보면서 그저 상상할 뿐입니다. 그러나 긴 시간의 적응훈련을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어마어마한 속도로 우주선을 타고 나가야 합니다. 속도를 견디는 일도 두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종말의 시간이 18일 앞이라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행해야 할 임무는 단순히 우주비행이 아닙니다. 지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고 있는 소행성에 다가가 착륙하여 그곳 땅 깊은 곳을 파서 핵폭탄을 설치해야 합니다. 사실 지질도 잘 모르는 가운데 그 소행성을 굴착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단순한 우주비행사를 보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소위 굴착전문가를 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작업이 한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관련된 전문가들이 합작을 해야 합니다. 소위 힘을 쓰는 전문가들이니 가만히 앉아 사무를 보눈 사람들과는 습성이 다릅니다. 그런 사람들을 우주에 보낸다?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단기간 집중훈련을 시킵니다.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합니다. 어느 일부 사람들도 아니고 일부 국가를 살리는 일도 아닙니다. 이 지구촌 전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그 사이에도 자그마한 운석과 같은 행성들이 세계 여기저기 떨어져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제 온 세계가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출발시간입니다. 아무리 티격태격했던 가족도 이웃도 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인데 사소한 미움도 다툼도 쓸모없는 일입니다. 살고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 셈이지요. 위대한 사명을 띄고 우주로 향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순탄한 일이 아닙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여기저기서 발생합니다. 그 모든 것을 이기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르릅니다. 소행성에 도착하고서도 위험은 계속됩니다. 한편 지상에서는 또 다른 선택을 기다립니다. 안 되겠다 싶은 때에는 사명을 가지고 떠난 그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얼마나 믿고 기다려주느냐 하는 문제도 따르는 것이지요. 난해한 모든 순간들을 이겨내고 예정 장소에 굴착하여 소행성에 핵폭탄을 투입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을 담당해야 할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영화 ‘아마겟돈’(Armageddon)을 보았습니다. 1998년 작입니다. 당시 이만한 볼거리를 만든 것도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