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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과학자 13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지은이 : 슈테판 클라인
옮긴이 : 전대호
분 야 : 과학일반
판 형 : 153*223 / 328쪽 / 17,000원
출간일 : 2014년 6월 20일
■ 책 소개
스티븐 와인버그, 제레드 다이아몬드, 로알드 호프만, 마틴 리스 등
세계적인 과학자 13인과 유럽 최고 저널리스트의 색다른 인터뷰!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독일 최고의 과학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 활약하는, 이 시대 최고의 과학자 13인과 수수께끼 같은 우리 존재와 삶 그리고 자연과학에 관해 나눈 대화를 묶었다. 인터뷰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독일 주간지 ≪차이트 마가진ZEIT Magazine≫에 먼저 실린 바 있다.
오늘날 과학은 우리 삶을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은 과학에 대해 정작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시피 하다. 이에 관해 저자는 ‘과학이 우리 실존과 무관하며 어려운 학문’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이를 과학자의 삶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과학에 접근한다.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을 뿐 아니라 삶에 관한 통찰에 도달한 과학자들, 즉 시인으로도 유명한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 유럽 최후의 궁정 천문학자인 마틴 리스, 생리학자이면서 파푸아뉴기니의 원시림에서 문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분쟁과 협동의 본성에 대한 연구로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행동과학자 라가벤드라 가닥카, 뇌가 경제적 결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는 신경경제학의 대가 에른스트 페르, 과학과 종교에 대한 유려한 에세이로 끊임없는 논쟁을 일으킨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 거울뉴런의 발견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 등 자신의 연구를 더 큰 맥락 안에 놓는 솜씨가 돋보이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만나, 과학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러나 과학자의 삶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동안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수수께끼 같은 주제들, 예컨대 아름다움, 정의, 이타심, 공감, 모성, 통증, 의식, 기억, 세계의 시작과 끝, 역사의 우연과 필연, 과학과 종교 등에 대해 과학자의 객관적인 연구 결과와 주관적인 삶을 결부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여기에 질문자인 슈테판 클라인은 꽤 오랫동안 과학자로 활동한 덕분에 과학자와 자신을 격리하거나 경청하는 태도가 아니라, 동등하게 마주 앉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한다. 그래서 인터뷰는 겉돌지 않고 향기와 악취, 빛과 그림자, 부드러움과 까칠함이 어우러져 생생한 현실을 빚어낸다.
한마디로 이 책은 과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협한 시각으로 과학을 등한시했던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실존적 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답하는 동시에 색다른 관점과 통찰을 제공한다. 거기에 과학의 보편성과 과학자의 개별성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저자 소개
※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 독일 과학전문 기자) _ 질문
1965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들에게 어떤 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한 현실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싶어” 연구자에서 저자로 전향한 그는 현재 독일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칼럼니스트다.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에서 과학기자로 일했으며, 1998년에 최고 과학 언론인에게 주는 게오르크 폰 홀츠브링크 상(Georg-von-Holtzbrinck-Preis)을 받았다. 저서로 『행복의 공식』, 『우연의 법칙』, 『시간의 놀라운 발견』, 『다빈치의 인문 공부』등이 있다.
※ 세계 최고의 과학자 13명
1. 로알드 호프만(Roald Hoffmann/ 화학자 & 시인)
1937년 폴란드生. 하버드대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현재 코넬대 화학과 교수다. 그는 1965년, 아직 27살이 채 되기 전에 동료 로버트 우드와 함께 화학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우드워드-호프만 법칙’을 발견했다. 이 발견의 공로로 1981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가 쓴 500여 편의 글에는 과학 논문뿐 아니라 아름다움, 예술, 유대 사상사에 관한 에세이와 4권의 시집도 있다. 그 중 국내에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가 소개되었다.
2. 마틴 리스(Martin Rees/ 우주론자)
1942년 영국生.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천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대 천문학 교수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식인 단체 ‘왕립학회’ 회장이며, 왕립천문학자다. 천문학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부루스 메달과 왕립천문학회 골드메달, 하이네만 천체물리학상, 아인슈타인상 등을 받았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 『태초 그 이전』, 『우주가 지금과 다르게 생성될 수 있었을까?』, 『여섯 개의 수』 등이 있다.
3. 한나 모니어(Hannah Monyer/ 신경생물학자)
1957년 루마니아生.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현재 하이델베르크대 임상신경생물학 교수다. 그녀는 기억의 파편들인 과거의 장면, 냄새, 느낌을 재조립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2004년에 독일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라이프니츠상을 비롯 필립모리스리서치상 등을 받았다.
4.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예술가 & 공학자)
1452년 이탈리아生. 1519년에 사망했다. 당시 유명 화가였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에 입문하며 미술을 시작했다. 이후 밀라노, 로마, 프랑스 등에서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공학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등으로 활약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화>, <모나리자>, <암굴의 성모>, <최후의 만찬> 등이 있다.
5. 라가벤드라 가닥카(Raghavendra Gadagkar/ 행동과학자)
1953년 인도生. 인도 방갈로르에 있는 인도 과학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 분쟁과 협동의 본성에 대한 연구로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행동과학자인 그는, 정신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방갈로르에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 과학원 생태학 교수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 『동물 사회의 생존 전략』이 있다.
6.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 경제학자)
1956년 오스트리아生. 빈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뇌가 경제적 결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는 신경경제학의 대가다. 그의 논문은 현대 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축에 들며, 최고 권위의 상을 여럿 받았다. 또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학 중에서 그에게 임용을 제안하지 않은 곳이 없다시피 하지만, 그는 1994년 이래 줄곧 취리히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일해 왔다.
7.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 생화학자)
1946년 미국生. 캘리포니아대에서 생화학을 공부했다. 뉴욕주립대 의학 교수, 미국 국립보건원, 벤처기업 셀레라 제노믹스 회장을 지냈다. 2000년에 백악관에서 인간 게놈지도 완성 결과를 발표하였고, 그해 파이잘상을 받았다. 현재 크레이그벤터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는 『크레이그 벤터 게놈의 기적』이 있다.
8. 비토리오 갈레세(Vittorio Gallese/ 신경과학자)
1959년 이탈리아生. 파르마대학교에서 인체생물학을 공부했다. 1996년 거울뉴런이라는, 상대방이 자신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모방, 공감, 말하기 능력 등이 그 뉴런에서 유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거울뉴런의 발견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유럽이나 미국의 교수직을 꿰차는 대신 이탈리아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파르마대학교 신경생리학 교수다.
9. 발터 치클겐스베르거(Walter Zieglgansberger/ 신경약리학자)
1940년 독일生. 뮌헨대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아직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가장 유명한 통증 연구자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막스플랑크 정신의학연구소에서 임상신경약리학 분야를 이끌고 있다.
10. 세라 허디(Sarah Hrdy/ 인류학자)
1946년에 미국生. 하버드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인도의 수컷 랑구르원숭이에서의 영아 살해 행동을 관찰, 분석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그녀는 감정적 폭약이 도처에 널린 “모성”이라는 분야에서 권위자로 통한다. 1984년에 캘리포니아대 인류학 교수로 임용되었지만, 50세라는 이른 나이에 교수 경력을 마감했다. 왜냐하면 연구와 가정생활과 학생 교육의 충실한 병행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의 한 농장에서 호두 농사를 짓고 책을 쓰면서 산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 『어머니의 탄생』이 있다.
11.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nyanur Ramachadran/ 뇌 과학자)
1951년 인도生. 인도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신경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신경심리학 교수며, 뇌인지연구소 소장이다. 그의 주요 무대는 뇌 과학이지만, 여유 시간에는 인도 조각상 수집가, 천문학자, 고생물학자로도 활동한다. 그는 실험을 위해 수백만 유로를 지출하는 다른 과학자들과 달리, 아주 간단한 수단(거울 2개, 나무 상자 1개, 거즈 약간)만 가지고도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는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등이 있다.
12.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생리학자 & 지리학자)
1937년 미국生. 하버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1968년부터 캘리포니아대 생리학과에서 연구해오면서, 다른 한편으로 새의 진화를 연구했고, 더 나중에는 인간 문명의 발전도 연구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 지리학 교수다. 경력의 대부분 동안 쓸개에 관한 전문가로 명성을 누린 그가 파푸아뉴기니를 24번이나 탐사한 후에 『총, 균, 쇠』와 『문명의 붕괴』을 내놓았다. 그밖에 국내 소개된 책으로 『어제까지의 세계』,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등이 있다.
13.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물리학자)
1933년 미국生. 프린스턴대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했다. 현재 텍사스대 물리학 교수다. 1979년 노벨물리학상 외에도 오펜하이머상, 대니하이네만 수리물리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과학자뿐 아니라 자연철학자와 저자로도 탁월한 업적을 이뤘다. 빅뱅 직후를 다룬 베스트셀러 『최초의 3분』은 한 세대가 물리학에 열광하게 했다. 지금도 과학과 종교에 대한 유려한 에세이로 끊임없는 논쟁을 일으킨다. 그밖에 국내 소개된 책으로 『최종 이론의 꿈』, 『과학전쟁에서 평화를 찾아』 등이 있다.
※ 역자: 전대호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同)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현재는 과학 및 철학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로지코믹스』,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의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 『기억을 찾아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수학의 언어』, 『산을 오른 조개껍질』, 『아인슈타인의 베일』, 『푸앵카레의 추측』, 『초월적 관념론 체계』, 『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 『우주는 수학이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 『숫자의 문화사』, 『데미안』, 『물리학 시트콤』,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질문?!』, 『물리와 세상』,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등이 있다.
■ 목차 소개
옮긴이의 말
서문
01. 분자에서 읽어내는 시
- 아름다움에 대하여 화학자 겸 시인 로알드 호프만과 나눈 대화
02.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세계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우주론자 마틴 리스와 나눈 대화
03. 기억하나요?
- 기억에 대하여 신경생물학자 한나 모니어와 나눈 대화
04. 사랑은 앎에서 싹튼다
- 근대 자연과학의 시작에 대하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나눈 대화
05. 헌신의 법칙
- 이타심에 대하여 행동과학자 라가벤드라 가닥카와 나눈 대화
06. 정의를 향한 갈망
- 도덕에 대하여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와 나눈 대화
07. 홀로, 모두에 맞서
- 인간 유전체에 대하여 생화학자 크레이그 벤터와 나눈 대화
08. 머릿속의 타인들
- 공감에 대하여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와 나눈 대화
09. 가장 강렬한 감각
- 통증에 대하여 신경약리학자 발터 치클겐스베르거와 나눈 대화
10. 진화의 여성적 측면
- 모성에 대하여 인류학자 세라 허디와 나눈 대화
11. 거울로 된 방에서
- 의식에 대하여 뇌 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과 나눈 대화
12. 반항적인 얼룩말
- 역사의 우연과 필연에 대하여 생리학자 겸 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나눈 대화
13. 세계의 통일성
- 과학과 종교에 대하여해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와 나눈 대화
감사의 말
■ 책 속으로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라는 우주론자 마틴 리스의 문장은 이 책의 제목으로 격상하기에 충분하다. 과학 특유의 서늘하고 고요한 감동을 자아내는 멋진 말이다. 길어야 백년을 살고 기껏해야 천년이나 만년을 돌아보는 우리에게 수십억 년 전에 폭발로 생을 마친 어느 별을 기리고 그 별의 죽음 덕분에 우리가 존재함을 되새길 기회를 준다. 과연 과학은 지고의 가치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과학은 엄연히 인간의 활동이며 따라서 삶이라는 더 큰 맥락 안에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마틴 리스의 문장 옆에 이 문장을 나란히 놓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전하고 싶었을 법한 메시지, 내가 이 책에서 읽었고 바라건대 많은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메시지다. “과학은 우리 모두의 삶이 남긴 흔적입니다.”
- 역자의 말(10쪽)
과학자들은 자갈을 휘감아 도는 물살을 지배하는 법칙이 별의 형성도 지배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작은 앎 조각이 더 큰 앎의 단서가 된다. 판자벽에 난 틈새가 바깥 풍경 전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만난 과학자들은 그런 경험을 “갑자기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는 경이로운 순간”으로 거의 똑같이 묘사했다. 아주 시시한 듯한 문제가 우리를 훨씬 더 큰 수수께끼로 이끄는 경우가 흔히 있다. 또 때로는 그런 문제가 그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여기 모아놓은 대화는 작은 것 속에 들어 있는 큰 질문에 관한 이야기다. - 서문(19쪽)
아름다움이나 추함 같은 범주는 부분적으로 유전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원래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특정한 식용 식물에 끌렸을 뿐 아니라 생동하는 자연 전체에도 끌렸을 테고요. 어떤 동물 종도 혼자서 생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연유로 우리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 불규칙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플라스틱보다 꽃과 목재를 더 좋아하지 않나 싶어요. (로알드 호프만, 30쪽)
과학자는 색다른 관점을 제공합니다. 예컨대 저는 천체물리학자로서 아주 긴 세월을 돌아보거나 내다보는 일에 익숙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는 서기 2050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이 먼 미래에요. 반면에 저는 우리가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늘 의식합니다. 또 지구의 미래가 최소한 40억 년만큼 남아 있다는 점도요. 우리 다음에 또 얼마나 많은 세대가 지구에 거주할 수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둔다면, 현재의 많은 문제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겁니다. 현재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테니, 굉장히 신중해질 거예요. (마틴리스, 71쪽)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냄새에요. 저는 갓 깎은 풀밭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어릴 적에 살던 마을이 생각나요. 하긴, 더 강력한 요인으로 왁스 냄새도 있네요. 우리 집은 토요일마다 마룻바닥에 왁스칠을 했거든요. (한나 모니어, 77쪽)
애벌레에게 먹이를 주는 말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고요해져요. 그 곤충은 내가 공동체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항상 다시 일깨워주죠. 다른 과학자들, 예컨대 오로지 분자만 다루는 과학자는 이 사실을 쉽게 망각해요. 또 동물을 보살피다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덜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 보살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보답을 합니다. 반면에 말벌은 아무 보답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말벌을 보살피면, 참된 헌신을 배우게 돼요.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라가벤드라 가닥카, 134쪽)
복수심이란 다름 아니라 정의감의 어두운 측면입니다. 바꿔 말해 복수란 공동체 내부의 무임승차자에 맞선 방어 행동이에요. 우리 팀이 여러 실험에서 보여주었듯이, 집단 안에 이기주의자가 있으면 집단 내부의 협동은 대개 순식간에 붕괴합니다.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무임승차자들을 처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협동이 안정화되지요. (에른스트 페르, 155쪽)
행복이 사적 재화라면, 정의는 공적 재화입니다. 당신은 개인으로서 당신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혁명과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지요. 반면에 정의를 얻으려 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싸워야 합니다. (에른스트 페르, 157쪽)
당신네 물리학자들은 머릿속에 종교적 철학적 안개가 끼어 있어도 괜찮겠지만, 우리는 다윈주의자입니다. 잡아먹느냐, 아니면 잡아먹히느냐, 둘 중 하나죠. (크레이그 벤터, 176쪽)
우리의 모든 생각과 느낌은 우리가 타인의 몸을 보는 것에서, 우리가 물체를 붙잡고 다루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운동능력이 심지어 언어능력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도 많습니다. 우리의 정신은 오직 물체의 세계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비토리오 갈레세, 205쪽)
대다수의 경우 허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통증 자체가 병이에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시작됩니다. 문제는 그 이력이 악화되는 것인데, 환자에게 불안을 심어주는 의사도 적잖은 책임이 있어요. 의사도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글쎄요, 환자분의 허리가 최선의 상태는 아닙니다. 아직은 별 문제가 없지만, 20년 뒤에는 아마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러면 환자는 겁이 나서 늘 허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통증을 프로그래밍 하는 거죠. 또 이제부터는 몸을 아껴야겠다고 마음먹기 때문에, 환자의 근육이 약해져요. 덕분에 다음번에는 근육경직이 제대로 일어납니다. (발터 치클겐스베르거, 214쪽)
나는 진화를 비유적으로 ‘어머니 자연(mother nature)’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머니 자연은 우리에게 자식을 갖고 싶은 바람을 심어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자연은 우리가 배란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먹을거리와 지방조직을 확보하고, 섹스를 하고, 섹스를 통해 저절로 자식을 얻도록 우리를 창조했어요. 그리고 타인을 통제하고 지위를 추구하는 것을 우리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어요. 왜냐하면 그 과제를 해결하면 번식 확률이 향상되니까요.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위 획득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여성이라면, 첫 출산을 가능한 한 미루려 애쓰지요. (세라 허디, 240쪽)
우리가 자아나 그 비슷한 것을 감지한다면, 그건 아마도 착각일 거예요. 벌써 우리 자신의 몸에 대한 관념만 해도 몹시 불안정합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과정의 절대다수는 좀비에 의해 전혀 무의식적으로 처리됩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자아가 아니에요. 오히려 두개골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게 뒤얽힌 과정이 우리를 움직여요.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271쪽)
동료들이 나에게 자주 묻습니다. “라마, 자네는 왜 그런 걸 연구하나? 그런 건 전부 허튼소리야.” 그러면 내가 대답하죠. “솔직히 자네들도 잘 모르잖아.” 만약에 당신이 2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초원에서 인간의 조상인 호모하빌리스 몇 명과 마주쳤다면, 언젠가 그들의 후손이 교향곡을 작곡하고 우주를 이해하고 의식을 이해하려 애쓰게 되리라는 생각을 당신 역시 못했을 겁니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278쪽)
우리가 젊을 때는 모두가 여러 방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역사도 좋아했고 여러 고전어와 현대어도 좋아했어요. 그 언어는 학교 선생님인 우리 어머니가 가르쳐주었죠. 세월이 지나니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더군요.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심의 폭이 좁아지죠. 나는 생리학을 전공하고 나서 내부 장기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박사 논문을 쓰고 나니까 내가 평생을 쓸개에 바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더군요. 끔찍한 기분이었어요. (제레드 다이아몬드, 281쪽)
자연법칙 속에는, 우주에서 우리의 자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아무리 봐도 없거든요. 이건 내가 내 삶을 무의미하게 여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의미를 우리의 삶에 스스로 부여해야 합니다. 혹시 아실지 모르지만, 당신이 인용한 문장 다음에 한 문장이 더 나와요.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삶을 광대극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하고, 인간의 삶에 한 가닥 비극의 품위를 불어넣는다.” (…) 한때 사람들은 자신을 우주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여겼어요. 우리가 창조되었고 죄를 지었고 구원받는다고 믿었어요. 참으로 거창한 이야기였죠. 반면에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이 오히려 어떤 대본도 없이 무대 위에서 어슬렁거리는 배우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저기에서 즉흥으로 드라마도 조금 지어내보고 코미디도 조금 지어내보는 것뿐임을 깨닫는 중이죠. 나는 이것이 상실이라고 느낍니다.
(스티븐 와인버그, 317쪽)
■ 출판사 리뷰
아름다움, 기억, 이타심, 정의, 공감, 의식, 모성, 역사, 종교…
이 시대의 권위 있는 과학자들과 우리 존재의 수수께끼를 이야기하다!
애초부터 자연과학은 우리 존재의 수수께끼를 다뤄왔다. 다만, 우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과학을 멀리했을 뿐이다. 그러면 강력하게 나의 삶을 바꿔놓는 과학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저자는 ‘과학’ 말고 ‘과학자’에 초점을 맞췄다. 즉 과학자의 삶에서 과학과 신비로운 우리 존재를 만나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한때 과학자였고 지금은 잘나가는 과학저널리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이 묻고, 세계적으로 과학적 성과를 이룬 동시에 삶에 관한 통찰이 돋보이는 과학자들이 대답하였다. 대화는 보통 과학자의 연구실이나 식당, 박물관, 별장 등 일상적인 공간이나 산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질문은 크게 2가지였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가?”
◆ 세계적인 과학자와 나눈 대화① 아름다움, 세계의 시작과 끝
유기화학 반응의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우드워드 호프만 법칙을 발견하여 198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알드 호프만은 재미있게도 시인이다. 그와는 ‘아름다움’을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그는 ‘아름답다’는 느낌은 관심과 유용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즉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욕구,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한편 그는 전쟁을 겪은 어린 시절과 화학보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 시절 이야기도 들려준다.
퀘이사 연구를 통해 빅뱅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마틴 리스와는 ‘세계의 시작과 끝’에 관해 이야기했다. 재미있게도 우리가 그동안 우주론자에게 궁금했던 것을 슈테판 클라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연구해볼 만한 경이로운 대상이 눈앞에 쌔고 쌨는데, 왜 저 멀리 있는 별을 연구하냐고 말이다. 이에 마틴 리스는 “우주는 우리의 생활공간이고,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인간이 본 별과 지금 우리가 보는 별은 똑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라고 답한다.
◆ 세계적인 과학자와 나눈 대화② 기억, 이타심
독일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는 라이프니츠 상을 받은 한나 모니어는 과거의 장면과 냄새, 느낌이 어찌어찌 재조립되어 다시 전체를 이루는 과정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녀는 독일계 소수민족인 지벤뷔르거 작센 족이며, 모질게 고향을 등지고 하이델베르크로 와서 과학자로 성공했지만, 사라진 고향을 기억하며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녀는 인간이 무언가 경험할 때마다 참여하는 수천, 수백만 개의 뉴런이 조화롭게 활동하도록 만드는 중간뉴런을 연구 중이다. 중간뉴런이 잘 협동해야만 우리가 과거 장면을 회상할 수 있다.
‘로팔리디아 마르기니타’라는 원시 말벌 종을 연구하는 라가벤드라 가닥카는 취미 삼아 관찰했던 말벌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학자다. 그는 말벌 관찰을 통해 비용과 이익의 비율이 협동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원리를 밝혔다. 말벌 사회에서도 친척관계는 협동을 유발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그러므로 사람들이 이타심을 발휘해 서로 협동하기를 바란다면 적당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세계적인 과학자와 나눈 대화③ 정의, 인간유전체
현대 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의 쓴 학자, 바로 에른스트 페르다. 정의로운 낙원보다 지상의 정의로운 세상이 중요했기에 성직자에서 과학자로 삶의 방향을 바꾼 그는, 사람들이 정의와 부정의에 대한 판단에 어떻게 도달하는지 연구한다. 그동안 진행한 실험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지금은 경제보다 도덕적 위기가 더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크레이그 벤터는 우리 시대에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는 과학자다. 그는 자신의 유전체 전체를 알게 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인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유전자를 해독한 인물로 찬양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신의 역할을 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슈테판 클라인은 공격적으로 묻고, 크레이그 벤터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 세계적인 과학자와 나눈 대화④ 공감, 통증, 모성, 의식
인간의 모방, 공감, 말하기 능력 등을 설명해주는 거울뉴런의 발견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비토리오 갈레세는 그 거울뉴런을 발견하게 된 일화부터 들려준다. 그는 청소년들이 영화와 게임에서 본 폭력을 모방할 위험보다 가상세계의 득세를 더 걱정한다. 공감능력은 직접 대면하느냐와 무관하지 않은데,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는 와중에 전화와 컴퓨터로 소통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중에서도 감정적 폭약이 도처에 널린 ‘모성’ 분야에서 권위자로 통하는 세라 허디는 진화가 여성과 아동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연구하는 과학자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 무조건적인 유대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기주변의 여성들, 즉 자기를 비롯하여 딸과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인도의 랑구르 원숭이 집단의 영아살해에 관한 연구로 명성을 얻은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세계적인 과학자와 나눈 대화⑤ 역사의 우연과 필연, 종교와 과학
『총, 균, 쇠』와 『문명의 붕괴』의 저자로 잘 알려진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쓸개 전문가로 명성을 누리면서 파푸아뉴기니 섬에 24번이나 탐사한 이야기, 탐사하는 동안 위험에 처했던 일화 등을 들려준다. 또한 역사가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특수한 사건이 아닌 큰 맥락에서 다뤄야한다며 사람보다 주변 환경, 개별사례보다 일반적인 패턴이나 규칙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공개한다.
우주의 탄생과 물질의 구조에 관해 오늘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준모형을 발견하여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스티븐 와인버그는 슈테판 클라인이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다. 스티븐 와인버그를 만나는 날, 저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과학자의 연구실에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주변을 서성였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표준모형을 발견하게 된 일화와 과학 교육, 종교, 궁극의 이론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펼친다.
첫댓글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