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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운다
임성용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 통장과 육십만 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음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아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 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만나지를 말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하나씩 부러지는 아내의 뼈
진짜 아픈 건 뼈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지
허약한 꿈을 믿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악몽인가
차라리 악다구니를 쓰고 멱살을 잡고
집을 뛰쳐나가 끝장을 내는 것 보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씽크대 서랍에 약봉지를 숨겨놓고
또 아침이면 일하러 나갈 때
나는 솔직하지 못한 그 꿈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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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를 보는 것 같아요~!.. "진짜 아픈 건.....뼈 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정..... 꿈을 믿고 살아야 하는 ...."...많이 운다~!
요즘은 문학을 떠나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진솔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진솔이 전달력과 공감을 끌어내는 으뜸 조건이 아닐까 싶어서요. 잘 읽었습니다.
그러게요, 문학의 전달력은 바로 진솔함에서 온다는 것, 저도 깊이 공감해요.
곁에 있는 남편이 이렇게 눈물을 읽어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울면서 견디겠는데...허약한 꿈을 믿는 것이 무서운 악몽이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하겠습니다만..그나마 그걸로 용기를 얻으니...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