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닮은 황토집
글과 사진ㆍ최효영
우리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천연 소재인 흙을 비롯해서 나무, 돌 등을 이용하여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지향적이면서 자연과 가장 닮은 생활공간을 만드는 일은 바로 황토집을 짓는 일이다. 여기에 현대식 생활이 가능하도록 편리한 기능과 아름다운 조형미로 인테리어를 구사한다면 자연소재로 지은 그럴듯한 집이 탄생되는 것이다.
황토집이 자연친화적이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사용되는 건축자재가 다시 자연으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땔감용으로 이미 전락해버린 적송을 그대로 살려 아름다운 구조물로 사용하고 구하기 쉬운 흙을 건축소재로 사용하면 비용면에서도 경제적이다.
이렇듯 통나무와 혼용해서 지어진 흙집은 인테리어를 굳이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매력이다. 이미 흙이나 통나무, 돌이라는 소재 자체가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 구조를 가지고 있어 벽지를 바르거나 마감재를 별도로 써야할 필요가 없다.
흙이 주는 색감과 질감, 그리고 적송에서 풍겨 나오는 원형미와 선명하게 동심원이 드러나는 나무의 나이테 가 훌륭한 인테리어 요소가 되어준다. 흙과 어우러지는 전통미나 토속미를 갖춘 몇 가지 소품만 장식해놓아도 분위기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자연 친화적인 소재, 흙
산자락을 사이에 두고 해질녁에 살랑대는 바람으로 가볍게 이는 처마끝 풍경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에 가까운 전원주택이 바로 황토흙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욱이 황토흙집을 시공할 때 천정과 벽체에 커다랗게 창을 낸다면 바깥 정경을 안에서도 훤히 감상할 수 있고 밤하늘의 별들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자연과 일체를 이루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설계시 주거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집에서 좀 더 자연과 친숙해지도록 구성하는 것 또한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잘 살린 주택을 갖는 방법이겠다.
전남 화순 황토집에 사용된 건축자재
아스팔트로 깔려진 도심을 제외한 전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는 흙이다. 이중 건축자재로 쓰일 수 있는 질 좋고 건강한 상태의 흙으로는 황토를 들 수 있다. 최근 건강자재로 황토바람이 부는 이유에는 흙이 보온성, 열전도율, 습도조절 능력이 탁월하여 사람에게 이롭다는 점으로 가장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장점을 갖기 때문이다.
황토집에 사용되는 재료로는 흙과 나무, 돌, 물, 짚 등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소재로 폐자재나 악독가스가 배출되는 건축자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자연과 사람에게 친화적이다. 황토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현장 근처의 황토를 구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다. 단 황토를 구할 때 오염되지 않고 너무 붉지 않은 것(적토)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황토집이라 해서 황토만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을 더욱 단단하고 안전하게 짓기 위해서는 돌과 나무 등의 견고한 자재가 필요하다. 돌은 자연석을 이용하여 기초, 석축, 조경석, 계단, 구들, 아궁이, 굴뚝, 돌탑, 봉당 등에 주로 사용된다.
나무는 벽체용 통나무로 홍송(여기서는 국산 소나무인 적송)을 사용하였다. 단면의 나이테가 아름답고 나무향이 좋으며 비틀림과 갈라짐이 다른 것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서까래는 낙엽송을 이용하였는데, 낙엽송은 매우 단단한 성질을 갖는다.
천장판은 삼나무(기스목)와 편백목 판재를 이용하였고, 삼나무는 붉은 색 무늬가 아름답고 향도 좋아 인테리어 장식재로도 좋고 습기에 강하다. 너와는 홍송 피죽을 사용하였다. 건축면적 20평을 기준하여 황토가 5대(15톤 덤프트럭), 돌이 2대(15톤 덤프트럭), 통나무가 20톤(5톤 차량으로 2대분, 약 25백토막), 서까래가 150개, 천장판이 약 50평, 너와가 약 100평 규모로 시공하였다.
시공과정
1.정지작업
우선 집터를 마련하였으면 설계도에 따라 건물을 앉힐 위치를 굴삭기 등을 동원하여 평탄작업(절토나 성토)을 한다. 전남 화순 흙집은 본채(약 25평 규모) 앉을 자리가 직사각형의 철근 콘크리트로 기초가 되어 있는 상태(건축주가 4~5년전에 전원주택을 지을려고 기초를 이미 해 놓은 상태)라 정지 작업이 필요 없지만 별채만 굴삭기를 이용하여 정지작업을 하였다.
2.기초공사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 먼저 설계도 대로 선긋기 작업을 하는데, 건물의 중심선을 먼저 긋고 줄 등을 이용하여 원형을 그린 후, 직선부는 나중에 그린다. 그런 다음, 기초를 쌓는다. 기초는 통나무가 들어간 흙집의 벽체 두께가 40㎝ 폭으로, 높이를 30㎝ 이내에 잡석 또는 자연석으로 시공한다. 본채의 경우 이미 시공된 철근 콘크리트로 기초를 하였고, 별채는 자연석(40~100㎝ 내외)을 이용하여 기초공사를 하였다.
돌쌓기 작업이 끝나면 돌과 돌사이를 시멘트몰탈로(시멘트1에 모래4~5의 비율) 채워서 돌이 움직이지 않도록 기초를 만든다. 이때 아궁이와 굴뚝자리는 약 30㎝ 폭으로 비워둔다. 몰탈이 양생하도록 1~2일 정도 지난 후 벽체쌓기를 시작한다.
3.벽체쌓기
황토준비
기초가 양생되면 굴삭기로 황토를 적당한 점도로 반죽한다. 너무 질면 벽체를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반죽이 다 되었으면 기초 쌓을 안쪽에 최대한으로 준비해 둔다. 통나무(홍송이나 잣나무 등)는 45㎝ 길이로 잘라 벽체 쌓을 위치와 가까운 곳에 놓아 둔다.
벽체쌓기
황토와 통나무가 준비되면 벽체쌓기를 한다. 먼저 황토를 폭 40㎝(벽체의 두께), 두께 7~8㎝로 깔고 통나무 단면을 내벽면에 맞게 놓아 망치로 다져서 고정한다. 통나무와 사이 간격은 약 10㎝ 정도 유지해 바깥쪽으로 약 5~10㎝정도 노출이 되도록 한다. 벽체쌓기는 하루에 60~100㎝ 이내로 쌓는다. 매일 작업이 끝나면 반죽된 황토를 비닐로 덮어서 굳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벽체쌓기와 병행해서 출입구 문틀과 창문틀을 제작해서 설치한다.
4.서까래 설치공사
벽체쌓기가 완료되면 서까래를 설치한다. 낙엽송을 이용한 서까래는 껍질을 벗겨 세워서 건조시킨다(약 20~30일 소요). 건조가 다 되면 샌딩머신을 이용하여 표면을 매끄럽게 손질한다.
서까래 준비가 다 되면 서까래를 설치한다. 방의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24등분하여 동일한 간격으로 설치한다. 먼저 90도 간격으로 4개를 설치하고, 그 사이에 45도 간격으로 4개를 설치한다. 8등분된 45도를 3등분하여 15도 간격으로 서까래를 2개씩 설치하면 24개가 다 완성된다.
5.천장판 설치공사
천장판은 목재소에서 육송, 스기목(삼나무), 편백목을 판재로 가공한다. 폭 8~15㎝, 두께는 12~15㎜, 길이는 9자(약 270㎝)로 준비한다. 한쪽면(내부에서 보이는 면)을 전기대패나 샌딩기로 면처리를 한다. 천장판은 서까래 끝단(처마쪽)에서부터 설치한다.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를 톱으로 잘라서 못으로 양쪽에 고정한다.
천창을 설치하고 싶으면 유리를 끼울 수 있게 각목으로 틀을 만들어 서까래에 고정하고, 유리를 끼운다.
6.지붕방수공사
천장판 설치가 완료되면 굴삭기를 이용하여 황토와 톱밥을 섞어 지붕에 올린다. 이때 하중이 한 곳에 집중이 되지 않도록 골고루 흙을 놓는다.
흙 올리기가 완료되면 방수시트(두께 3㎜, 폭 100㎝, 길이 10m)를 가운데에 먼저 깔고, 좌우로 계속해서 깐다. 시트와 시트는 약 10㎝ 정도 겹쳐서 시공하고, 겹친 부위는 부탄가스 토오치를 이용하여 시트를 가열하여 붙인다.
7.너와 설치공사
목재소에서 변죽(또는 피죽이라고도 한다. 원형의 목재를 제재하면 발생되는 껍질 부분)을 구해다가 지붕에 설치한다. 크기는 폭 10~30㎝, 두께는 2~10㎝, 길이는 6자(180㎝)의 변죽을 사용한다. 먼저 변죽을 3등분하여 길이가 60㎝ 되게 자른다.
너와가 준비되면 처마끝에서부터 1열을 설치하고, 다음 2열은 반정도(30㎝) 겹치게 놓는다. 이렇게 시공해야만 바람에 날라 가지 않는다.
8.구들공사
기초에서부터 너와설치까지 골조공사가 끝나면 내부공사로 구들, 아궁이, 굴뚝설치 공사를 한다. 원형으로 된 방에 열기가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고래를 만들고 그 위에 구들돌을 놓는다. 연기가 새지 않도록 구들돌 사이의 틈을 황토로 개어서 막는다. 아궁이는 무쇠솥을 걸 수 있도록 둥글게 쌓아서 마감한다. 굴뚝은 내부에 연통을 세우고 외부는 돌과 흙으로 쌓아서 마감한다. 굴뚝은 지붕보다 약 50㎝정도 높게 쌓아서 통풍력이 좋도록 한다.
9.내부마감공사
화장실은 액체방수에 타일로 마감한 뒤, 위생 도기류를 설치했다. 바닥의 경우 본채의 거실, 주방, 복도는 난방코일에 카리장석(맥반석)자갈을 깔고 황토미장 위에 원목마루판을 깔았다. 방은 원목마루판 대신에 대나무 돗자리로 마감했다.
황토집 공법과 디테일
공간적 특색
본 건물은 전남 광주에서 사업을 하는 B씨의 의뢰에 의하여 목천흙집연구소에서 설계 및 시공한 작품이다. 주 용도는 주말전원주택으로 가족구성원들이 사용할 본채와 손님을 위한 별채로 구성했다.
본채는 원형으로 구성된 방(4평), 거실(6평), 방과 거실 사이의 주방, 화장실, 복도, 현관, 난방을 위한 보일러실로 설계했다. 거실은 전면과 측면에 큰 창(페어그라스 고정문)을 2개 설치하고 천장에 천창을 내어 내부에 채광이 잘 들게 하였다. 천장 높이는 3.4m로 높게 처리하였다.
대들보를 열십자로 걸고 가운데 동자기둥을 세워 그 위에 서까래를 돌려서 설치하여 내부에서 보았을 때 아름답도록 처리하였다. 방과 주방 사이에 수납장을 만들어 옷장이나 이불장으로 사용하게 하였고 거실과 화장실 사이에 벽난로를 설치하였다. 현관은 나무로 막아서 문을 달고 조그마한 창고를 만들어 공간을 최대한 살렸다.
주택의 주된 콘셉이 된 원
이 집의 특색은 수많은 원으로 구성되었다는 점. 방바닥, 천장이 모두 원형이요, 벽체에도 수많은 원형의 통나무로 구성되었고, 그 통나무의 단면에는 나이테의 원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곳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침대, 책상, 탁자 등의 모난 것을 버릴 때 마음의 모난 것들을 버리듯 둥근 이 집을 닮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구상하였다.
시공별 특색
나무와 흙이 혼용된 황토흙집의 특색은 벽체쌓기이다. 특히 구조상 취약함을 없애기 위해 적송을 통째로 잘라서 이를 흙과 벽체의 구조물로 사용함과 동시에 벽체 두께를 40㎝ 이상 나오도록 설계하여 튼튼한 구조가 되도록 했다.
벽체 두께가 40㎝이기 때문에 별도의 구조체(목구조나 철구조 등)없이 3층까지도 시공이 가능하다. 주 평면을 원형으로 설계한 이유는 지붕의 하중을 벽체에 고르게 분포시키기 위해서다. 동일한 면적의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보다 원형의 변의 길이가 제일 짧다. 즉 벽체의 시공량이 가장 적게 든다는 말이다. 또 흙집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있는 습기와 벌레 퇴치를 위하여 참숯과 소금을 이용한 바닥처리를 통하여 습기는 물론 탈취까지 이루어 완벽히 해소함으로 쾌적한 실내를 구현하였다.
또한 현대건물과의 퓨전화를 통해 입식 취사시설 및 욕실, 좌변기 등을 조화롭게 흙집에 배치하여 생활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불편하다는 흙집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로써 흙과 적송의 조화로 이루어 낸 두터운 외벽으로 인해 바깥온도와 실내온도의 차이를 건물 스스로 호흡하게 하여 사람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게 하였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통하여 아름다운 전통의 미와 아늑한 조형미를 함께 갖춘 것도 특징이다. 벽체에 넣은 통나무가 자연적인 인테리어 효과를 갖기 때문에 별도의 벽체마감이 필요하지 않다.
이 집의 백미는 기둥이 없는 시공인 무주공법이다. 특수하게 제작된 요철통(목재로 가공)으로 서까래를 방사형으로 연결하여 지붕의 하중이 방사형으로 분산하게 했다. 이런 설계는 천장을 아름답고 안전하게 해 준다.
둥근 적송의 나이테가 드러나도록 흙과 흙 사이에 크고 작은 적송을 배치하여 기존 흙집이 갖는 외벽의 단조로움을 해소한 것이다. 또한 방사선 모양의 지붕과 천장의 목재 배치를 통해 누워서 그 아름다운 방사형태의 균형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이는 통나무 흙집만이 지니는 탁월한 미적 완성도를 확인시키는데 주요한 몫을 한다. 지붕은 통나무 흙 벽체에 잘 어울리는 피죽 너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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