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보도된 소식이지만, 진화론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상 도저히 대충 언급하고 넘어갈 수 없어 완역하여 보다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총 7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내일 아침까지 채워 놓겠습니다.
▶ 찰스 다윈은 1831년부터 1836년까지 HMS 비글호(왕립해군 군함 비글호)를 타고 전세계를 항해하면서, 그가 마주친 지질, 동물, 식물, 인간들에 대한 정보를 엄청나게 축적했다. 이러한 정보들은 후에 그가 자연선택 이론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 첫머리에서 비글호에 큰 공을 돌리는 말을 남겼다: "박물학자(naturalist)로 비글호에 승선함으로써, 나는 특정한 사실들(certain facts)에 큰 감명을 받게 되었다."
다윈이 일하고 잠자던 선실에는 도서관(서재)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는 이곳을 참고(reference) 및 영감(inspiration)의 장소로 사용했다. 도서관의 장서들은 여행 후 뿔뿔이 흩어져, 당시 어떤 책들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178년 후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존 밴 와이 교수(과학사)는 다윈이 여행노트에 기재한 주석에 의거하여, 그가 보유했던 장서의 가상버전을 재구축했다.
다윈의 가상도서관은 총 404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로 환산하면 195,000페이지가 넘는다. 이제 누구든 그의 장서를 검색하거나 열람하여 인용문, 장소, 사람, 종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도서관은 『다윈 온라인』이라는 광범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과학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꾼 위대한 여행`에 대한 유례없는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밴 와이어 교수는 말했다.
밴 와이어는 진화론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사가로, 『Dispelling the Darkness: Voyage in the Malay Archipelago』와 『Discovery of Evolution by Wallace and Darwin』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비글 도서관 프로젝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비글 도서관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아마 2006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글 노트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다윈이 비글호에서 작성했던 노트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북스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구글북스의 내용은 매우 부정확했다. 왜냐하면 내용이 매우 조잡하고 수백만 권의 `불필요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나는 "비글 도서관의 장서를 직접 검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구축한 비글 도서관에는 실제로 다윈이 보유했던 자료들만 수록되어 있다. 게다가 나는 비싼 돈을 들여서 필사(筆寫)까지 했다. 따라서 비글 도서관은 매우 정확하고 고품질의 연구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비글 도서관은 완성품이 아니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 도서관을 이용하여 흥미로운 일들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2) 비글 도서관이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
과학자와 역사가들은 이미 비글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흥미를 준다. 다윈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다윈의 인생에서 `비글호 항해시기'만큼 낭만적이고 흥미로운 시기는 없었다. 이용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비글호의 전체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윈이 뭘 썼고 뭘 읽었는지(책, 노트, 일기, 편지)`를 풍문으로만 전해 들오 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다윈에 대해 아는 지식은 피상적이며, 그가 처해 있던 상황과도 동떨어진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비글 도서관을 통해, 다윈에 대한 상황적합적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3) 비글 도서관의 하이라이트는?
내 생각에, 비글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미지다. 보통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과 텍스트르르 생각하기 쉽지만, 비글 도서관은 멋진 화랑(art gallery)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수천 가지의 아름다운 그림, 일러스트,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비글 도서관에 소장된 그림들만을 별도로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별도로 하나 만들었다(http://darwin-online.org.uk/BeagleLibrary/Beagle_Library_Illustrations.htm). 그림, 일러스트, 지도를 따로 뽑아내어 전시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들은 일일이 그것들이 게재되어 있는 책들을 찾아 봐야 한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꺼내어 한 자리에 전시함으로써, 이용자들로 하여금 `다윈이 실제로 뭘 봤고, 그것들이 다윈의 영감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4)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사항 중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다윈이 실제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탐정소설의 줄거리를 방불케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마지막 책이었다. 나는 2009년 출판된 다윈의 노트에서 그 책의 이름을 발견했는데, 다윈이 워낙 악필이어서 한 단어가 잘못 인쇄되는 바람에, 책 이름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윈의 악필은 워낙 해독하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나는 마침내 그 `암호`를 해독했다. 그 책은 셴스턴 산문집(Shenstone’s prose)이었다. 윌리엄 셴스턴은 일종의 선구적 낭만파 시인인데, 다윈이 그 책을 읽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5) 비글 도서관에 소장된 책(사본)에서 다윈의 친필 메모를 찾아볼 수 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건 불가능하다. 비글 도서관에 수록된 책들 중 다윈이 실제로 읽었던 책의 사본은 한 권도 없다. 비글 도서관의 장서는 여행이 끝난 후 모두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에, 그 책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래서 나는 다윈이 읽었던 책과 똑같은 책들을 다른 곳에서 복사해 와야 했다. 단,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도서관에서는 다윈이 보유했던 책들을 일부 소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책 들 중에는 다윈과 비글호에 동승하는 영광을 누렸던 것들도 있을 것이다.
(6) 비글 도서관의 책들이 실제로 다윈의 서재에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본래 이런 획기적 프로젝트의 특징은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는` 사례가 많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장서들에는 물음표가 찍혀 있다. 그 물음표의 뜻은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넓은 양해를 바란다.
(7) 『다윈 온라인』 프로젝트의 다음 주제는?
숨돌릴 기회를 좀 달라.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어떡하나.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윈이 평생 동안 보유했던 장서`의 목록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 왔다. 나는 간혹 `다윈이 소장했던 책이 맞지 확인해 달라`는 이메일 요청을 받곤 한다. 다윈이 평생 동안 보유했던 장서의 목록을 출판한다면, 그런 의문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다윈이 비글을 타고 세계일주를 한 나이가 23세, 선장은 26세 !!! 요즘 사람들의 정신적 독립연령이 늦어지는게 안타깝습니다. 일찍 실무에 접하면서 이론을 겸비하면 훨씬 지혜롭고 성숙한 삶을 누릴텐데요~
다윈은 어릴때부터 자연관찰을 해왔고 성인이 되어서도 동네 가축일을 잘 알았고 인근의 농장주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습니다.
인위적 선택에 의해 놀랍게 품종개량되는 가축(소, 돼지, 개, 비둘기, 닭 등) 을 보며 자연선택에 대해 생각한 것입니다.
실험정신이 충만하여 지렁이에게 청각이 있는지 알고자 지렁이에게 바이올린 연주도 해주었고요
개를 무척 사랑하여, 가정을 이룬 뒤 열네마리 정도를 키우며 자녀들이랑 따뜻한 애정교류를 했다고 합니다.
개들도 행복했을 겁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이상적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렸고 자녀들도 잘 키웠지요. - 아마 후손이 아직도 다윈생가를 돌보고 있다죠? 이웃들과도 관계가 좋아서, 진화론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친하게 잘 지내는 목사도 있었다고 하네요.
다윈의 아버지는 의사였는데, 청장년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맨 뻘짓만 하는 다윈을 보고 " 이 아무것에도 쓸 모 없는 녀석아" 라며 여러 번 분노와 실망을 표했다는데요... 다윈 가문에 최고가는 학자가 될 줄 짐작도 못했던거죠.
다윈을 성년기에 갑자기 학자로 등장한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지극한 자연사랑과 호기심에서 만물에 경외심을 가졌던 거죠. 성취는 그 다음의 단계고요. 저도 다윈을 무척 존경합니다. 다윈을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
다윈에 대해 읽은지 오래되어 대충 기억나는대로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