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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박물관
먹잇감을 싹쓸이 하는 용치놀래기. 수 십 마리의 용치놀래기들이 한 번에 달려들어 노출된 먹잇감들을 싹쓸이 해버렸다. |
-육식성이라 육질 단단해 횟감·구이용 인기
- 수컷 죽으면 암컷→수컷 성전환 무리보호
- 두툼한 입술·뾰족한 이빨 생김새 독특
술뱅이라는 사투리로 더 잘 알려진 용치놀래기는 부산 바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어류이다. 무리지어 다니는 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눈치가 빠르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무리 전체가 탐색전을 벌이다가 조금이라도 허점을 발견하면 한꺼번에 달려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덩치가 큰 바다동물이 사냥한 먹이를 가로채기도 하는데 이를 보고 있으면 백수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가 사냥한 먹이까지 가로채 가는 아프리카 초원의 하이에나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용치놀래기는 식탐이 강하다. 잠수 도중 멍게나 성게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있으면 가장 먼저 용치놀래기 떼가 달려든다. 워낙 식탐이 강한지라 먹이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용치놀래기를 쉽게 잡을 수도 있다. 양파 망에 멍게 조각을 넣어서 망의 주둥이를 벌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용치놀래기들이 망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망의 주둥이 부분을 끈으로 조여 버리면 한 망태기의 용치놀래기를 잡을 수 있다. 낚시꾼들에게 용치놀래기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그럴싸한 대물을 낚으려는 데 식탐 강한 용치놀래기들의 입질이 부산하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은 용치놀래기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는 흔하디흔한데다 현란하게 번들거리는 체색으로 횟감으로 먹기에는 다소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식성인 이들은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하여 먹는 느낌은 괜찮은 편이라 횟감뿐 아니라 구이나 매운탕 재료로도 쓰인다. 제주도 어민들은 여름철 별미로 물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용치놀래기가 속해있는 놀래기류 어류들은 뾰족한 입에 두툼한 입술이 돌출되어 있다. 놀래기류는 이런 두툼한 입술 때문에 영어명이 늙은 아내란 뜻을 가진 래스(Wrasse)이다. 아마도 처음 래스라 이름 지었던 사람의 아내가 나이가 들면서 심술보가 터져 늘 입을 삐죽 내밀며 다닌 듯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놀래기류의 튀어나온 입이 돼지 입 모양을 닮았다고 보아 호그피시(Hogfish)라고도 한다. 용치놀래기의 용치라는 이름은 송곳니가 용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기 때문인데 서구에서는 번들거리는 몸빛이 무지개를 닮았다 하여 레인보피시(Rainbow fish)라고도 부른다.
용치놀래기의 몸 색깔은 암컷과 수컷에 차이가 있다. 수컷은 등 쪽이 청록색이고 배 쪽이 황록색이지만, 암컷은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강하고 등과 배 쪽 모두 황록색을 띤다. 수컷은 가슴지느러미 끝에 검은색 반점이 있어 암컷과 구별되며, 암컷은 몸 옆면을 따라 기다란 갈색 띠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러한 색은 놀래기 과에 속하는 물고기의 특징인 2차 성징에 의한 것이다. 용치놀래기는 보통 서너 마리의 암컷이 한 마리의 수컷과 함께 살다가 우두머리격인 수컷이 죽으면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이는 다른 무리 중에서 수컷을 데려오는 것보다 무리 중에 있는 암컷 한 마리가 수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것이 종족을 유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컷이 죽고 나면 남아 있는 암컷들은 서로 시각적 자극을 통해 크기에 따라 큰 것은 수컷으로 변하고, 작은 것은 암컷으로 그대로 남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각적 자극 후 1시간 정도가 지나면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어 수컷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2~3일이 지나면 완전한 수컷이 된다고 한다.
# 용치놀래기의 먹이활동
상황1. 전복을 노리는 용치놀래기
태종대 감지해변 수심 15m. 암반에 납작하게 몸을 붙이고 있는 전복을 뒤집어 부드러운 몸을 드러냈다. 주변을 맴돌고 있던 한 무리의 용치놀래기가 전복의 위기를 눈치채고는 공격을 시작했다. 용치놀래기의 날카로운 이빨에 당황한 전복이 몸을 바로잡으려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반동을 주기 시작했다. 40여 초가 지나자 전복은 몸을 다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전복을 공격하던 용치놀래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물러서야 했다.
상황2. 바위를 들추자
나무섬 해역.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용치놀래기들이 덩치가 큰 바다동물이 사냥할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을 얻어 챙기려는 듯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기자의 주변을 맴돈다. 용치놀래기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큼직한 바위를 들추어 주었다. 바위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갯지렁이, 새우, 작은 갑각류 등이 한 번에 노출되었다. 이들은 용치놀래기가 가장 즐기는 먹잇감이다. 수십 마리의 용치놀래기가 한 번에 달려들어 노출된 먹잇감들을 싹쓸이해버렸다.
상황3. 손바닥 위의 먹이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 앞바다. 성게를 잡아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성게를 잡을 때부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치놀래기들이 성게 배를 가르자마자 달려들었다.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성게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상황4. 해파리를 뜯어 먹는 용치놀래기
용치놀래기들이 쥐치와 함께 해파리를 뜯어 먹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파리의 천적은 쥐치로 알려졌는데 식탐 강한 용치놀래기로부터 해파리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쥐치보다 개체 수나 번식력이 강한 용치놀래기들을 제대로 활용하면 해파리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상황5. 불가사리와의 먹이 경쟁
불가사리는 천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용치놀래기의 공격 대상이다. 불가사리가 포식하는 먹이를 용치놀래기가 노리고 있다.
상황6. 소라를 노리는 용치놀래기
소라를 발견한 용치놀래기가 딱딱한 패각을 입질해 보며 빈틈을 노리고 있다.
상황7. 갇힌 자와 바라보는 자
주체할 수 없는 식탐으로 통발 안으로 들어갔다가 갇혀버린 용치놀래기. 이를 지켜보는 동료의 눈빛.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용치놀래기의 용치라는 이름은 송곳니가 용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
용치놀래기의 몸 색깔은 암컷과 수컷에 차이가 있다. 수컷(왼쪽)은 등쪽이 청록색인 반면, 암컷은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