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에 하나님은 여호수아를 통해 열두 지파에게 가나안 땅을 분배하여 정착하게 하였는데, 이 일은 아론의 셋째 아들인 제사장 엘르아살(Eleazar)과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의 각 지파들의 족장들이 참여하여 분배하였습니다(1절). 그리고 그 분배의 방식은 제비를 뽑는 것이었습니다(2절). 이미 모세로부터 요단강 동쪽 지역에 땅을 분배받은 두 지파와 반(半) 지파(므낫세)를 제외한 나머지 아홉 지파와 반(半) 지파(므낫세)에게 요단강 서쪽 지역의 땅을 분배하였습니다. 레위 지파는 하나님의 집에서 섬기는 일들을 맡은 자들이기에 땅을 분배받지 않았고 그들의 가축을 키울 수 있는 목초지와 거주지만 받게 되었는데, 여섯 개의 도피성을 포함하여 48개의 성읍이 주어졌습니다(4절, 민 35:1~8).
레위 지파를 빼면 열한 개의 지파이지만, 요셉 지파는 요셉의 두 아들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두 지파가 되었기에 레위 지파를 빼도 열두 지파에게 땅이 분배된 것입니다(4절). 이렇게 하여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시고 약속하셨던 가나안 땅을 지파별로 나누어 정착하게 하였습니다(5절).
그때 유다 지파에 속한 갈렙(Caleb)이 여호수아에게 나아와 아낙(Anak) 자손들이 살고 있는 고산 지대인 헤브론(Hebron) 지역을 달라고 요청합니다(12절). 헤브론은 예루살렘의 남서쪽 30km 정도의 위치에 있는 해발 1,000m가 약간 안 되는 고산 지대입니다. 크고 견고한 요새들로 세워진 성읍들이 많아 정복하기에 조금 까다로운 지역인데다가, 아낙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정복을 위한 전투를 벌이기에 조금 꺼려지는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5절에 헤브론의 옛 이름은 기럇 아르바(Kiriath-Arba)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아르바(Arba)는 아낙 자손의 시조(始祖)로 아낙 사람들에게는 영웅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손들인 아낙 자손들은 크고 장대한 사람들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쉽게 넘볼 수 없는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갈렙은 이렇게 힘이 세고 까다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견고한 요새가 많은 지역을 주면 당당히 가서 그들을 물리치고 그 땅을 차지하겠다고 요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갈렙은 민수기 13:1~14:25에 나오는 가데스 바네아(Kadesh-Barnea)에서의 사건을 상기(想起)시키고 있습니다(6절~9절). 민수기 14:24에서 하나님께서 헤브론 지역의 땅을 갈렙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상기하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대로 그 땅을 차지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이 지역은 산지이고, 견고한 성읍들이 많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크고 강하기에 일반적으로 오히려 그 땅을 분배 받고 싶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인데도 갈렙은 담대히 그 땅을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그때 갈렙의 나이는 85세였습니다(10절). 가데스 바네아에서 그 땅을 정탐하러 갔던 갈렙은 다른 열 정탐꾼들과는 달리 여호수아와 더불어 그 땅을 하나님께서 주셨으니 가서 점령하자고 했었습니다. 다른 열 정탐꾼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서늘하게 했었습니다(8절). 이 사건은 여호수아도 갈렙과 같은 의견을 이야기했었기에 여호수아도 잘 기억하는 사건입니다.
여호수아도 이미 하나님께서 갈렙에게 이 땅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을 알고 있기에 갈렙을 축복하고 헤브론을 갈렙과 유다 지파에게 주어 기업을 삼게 하셨습니다(13절). 갈렙은 이 지역의 성읍들이 크고 견고하며,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12절). 45년 전에도 그 땅을 정탐할 때도 이미 알았던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 땅의 성읍이 너무 견고하고, 그 땅의 사람들이 너무나 강한 것을 알았기에 잔뜩 겁을 먹고 애굽으로 되돌아가자고 할 정도로 헤브론 지역은 만만치 않은 지역이었고, 오늘 본문이 기록된 그 당시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옛날에 겁먹었던 것처럼 지금도 지레 겁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45년 전에도 담대하게 그 땅을 쳐서 멸하자고 했었던 것처럼, 나이가 85세가 된 지금도 그 땅을 쳐서 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담대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갈렙이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그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12절, 민 14:8, 9). 갈렙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여호수아의 마음도 매우 든든했을 것이고, 참으로 기뻤을 것입니다. 그래서 흔쾌히 허락한 것입니다.
결국 갈렙과 갈렙이 이끄는 유다 지파는 그 지역을 차지했습니다(14절).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14절은 “이는 그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온전히 좇았음이라”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갈렙은 “나는 여전히 강건하여 전쟁을 치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하긴 했어도(11절), 이 말은 갈렙이 교만했다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는 말아달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갈렙은 여전히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능히 그들을 쫓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12절). 그래서 성경은 갈렙이 전투 능력이 뛰어났다거나, 갈렙이 매우 용맹스러운 장군이었다거나, 갈렙이 이끄는 유다 지파의 군사력이 탁월했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갈렙은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랐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견고한 성이라고, 아무리 크고 강한 적(敵)이라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면 얼마든지 무찌를 수 있고, 진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과 비전(Vision)이 분명하고, 하나님과 함께 행한다면 당연히 넉넉한 승리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문제가 크다고 겁먹지 말고, 해결해야 할 상황이 너무 크고 광대하다고 주눅 들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며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대적이, 상황이, 문제가 아무리 크고 견고할지라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면 내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넉넉히 진멸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나아가는 나 자신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