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폴더 인사는 없었다. 지난 1월 23일,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뜨와네뜨’에 비유한 비대위 발언 파동 이후 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난 윤대통령 앞에서 90도 허리를 굽혔던 한동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처럼 고개를 조금 숙이는 정도였다.”
전당대회 속보를 전한 한겨레 기사는 “”는 제목을 뽑았다고 합니다. 한동훈 대표가 폴더 인사에서 보통 인사로 전환하기까지 6개월이 지난 셈입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한지 7개월만, 4월 총선 대패 이후 103일만인데,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을 강조했던 한동훈은 이제 집권당 전당대회를 거쳐 ‘선발투수’ 당 대표로 돌아왔습니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혼탁했던 전당대회 분위기로 결선투표 가능성이 점쳐지던 당 대표 경선결과는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한동훈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득표율 62.84%, 1차 투표로 끝나버린 여당 대표 경선 결과를 모든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현재권력 대신 한동훈이라는 미래권력을 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여사 문자 ‘읽씹’논란으로 대표되는 윤심 개입 논란과 ‘공소 취하 청탁 폭로’같은 한 후보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압승으로 끝난 결과를 전하는 동아일보는 집권 3년차에 집권 후반기 여권지형이 요동 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todaypick/14828
과연 한동훈 대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기대반, 우려반인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가.
지난달 설립 50주년을 맞은 한국갤럽은 5∼10년마다 같은 설문으로 여론조사를 해왔다. 30주년이었던 2004년에는 박정희(48%) 김대중(14%) 노무현(7%·현직) 순이었다. 그때까지 대다수 조사에서 박정희는 부동의 1위였다.
2014년 조사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노무현(32%) 박정희(28%) 김대중(16%) 순으로 뒤집혔고,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올해 조사 결과는 노무현 31%, 박정희 24%, 김대중 15%로, 그 비율도 대체로 유지됐다.
보수 성향이 강할수록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정희 시대를 함께했던 60대 이상도 그럴 것이다. 실제로 세대 단층선이 뚜렷하다. 올해 조사에서 60대 이상에서만 박정희(49%)가 1위였고, 다른 세대에선 모두 노무현이 1위였다.
지역별로는 영남에서만 박정희가 노무현을 앞섰다(대구·경북 49 대 19, 부산·울산·경남 40 대 36). 호남에선 노무현·김대중이 각각 41%였고, 박정희는 1%뿐이었다.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국민의 정치 정서가 2010년을 전후해 급변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보수 정당이 최근 총선에서 연전연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보수의 성지라는 TK 지역 60대 이상 세대의 이승만·박정희 존경은 흔들림이 없다. 이런 정서에 의존한 정치는 ‘낙동강 전선’바깥 지역, 50대 이하 세대엔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보수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한동훈 대표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을 외쳤고, 압도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감한 변화가 자동으로 계속되는 건 아니다. 작은 변화를 결집해 변화의 태풍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한 대표의 성패가 달렸다. 실제로 정치는 바람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스스로 태풍이 되어 당을 이끌겠다”고 했다. 이승만과 박정희보다 노무현과 김대중 인기가 높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런 점에서 51세인 한 대표는 장점을 갖고 있다. 60대 이상은 ‘하면 된다’는 박정희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동훈 세대는 다르다. 공정과 과정을 중시한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분배중요성이 커졌다.
기성세대는 ‘삼국지 읽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고 하는데, 한 대표는 “삼국지 게임의 맹획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놔야 한다”고 할 정도로 구사하는 언어도 다르다.
한 대표가 보수 재구축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지기반이 약하고 서로 충돌하는 과제도 많기 때문이다. “웰빙 정당 소리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체질 개선을 외쳤지만, 뒷짐 진 현역 의원들을 견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경쟁자들을 끌어안는 화합과 기득권 박탈이 전제인 개혁은 상충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관계” 설정도 말처럼 간단치 않다.
윤 대통령의 각별한 김건희 여사 사랑, 그 주위의 비선 사조직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에 맞서는 일은 더욱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는 것인데, 야권에는 선동과 술수의 귀재가 수두룩하다.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지키면서 그들을 능가하려면, 몇 배 더 노력하고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경청했던 대표 수락 연설에 빠진 게 있다. 논리적 구성에선 빈틈이 없었지만, 긴 장마와 무더위로 고생하는 국민, 특히 서민의 어려움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는 한마디도 없었다. 그런 삶의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에겐 논리적 눈높이보다 정서적 눈높이가 더 중요하다. 헌법 앞에 국민정서법이 있다. 그게 정치와 수사의 차이다. 윤 대통령이 맥주 대신 제로 콜라를 마시는 한 대표에게 “문상도 많이 가고 밥을 자주 먹는 등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취지다.
한 대표의 출발은 신선하나 앞길은 험난하다. 거친 파도가 유능한 선장을 만들고, 혼돈의 시대에 위대한 리더가 탄생한다. 보수판 제3의 길을 시작하고, 정국 구도를 윤석열 대 이재명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바꿀 수만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문화일보. 이용식 주필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이용식의 시론, 박정희-노무현 호감도 역전과 한동훈의 길
더민당에도 젊은 사람은 많지만, 이준석이나 한동훈 같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혹 두어 사람 이름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재명 호위무사들에 의해 손발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준석과 한동훈은 상당히 다른 결을 가진 차세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차이가 큽니다.
둘 중 하나는 이미 ‘재승박덕(才勝薄德)’의 굴레를 스스로 쓰고 있지만 다른 하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자기 길은 자기가 만드는 겁니다. 누구 앞에도 장미를 뿌려 놓은 탄탄대로는 없을 겁니다. 한동훈이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는 오로지 본인의 선택일 것이고, 그걸 평가받는 것은 오래지 않을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