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냉장고는 1978년에 집에 들어온 것이었다. 마루 앞쪽에 놓였고, 처음 몇번 문을 열고 시원한 사이다를 꺼내 먹었다. 그때 나는 냉장고와 그 안에 든 식품에 관심갖지 않아서, 집. 안에 가전 제품 하나 들어와 좋다, 뭐 이런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결혼하며 180리터 크기의ㅈ냉장고를 하나 갖게 되었고, 두사람이 쓰다. 3년후 아이가 태어나도,그저 넉넉했다. 그러다 5년 후 이사를 하게 되고. 집이 넓어지니,그 작은 냉장고가 어울리지 않는다하여, 조금큰것을 사서 이사했다. 그때 냉장고용량은 기억이 안나지만 3ㅡ400리터 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고전적인 스타일ㅡ위아래 문이 있는 ㅡ의 백색가전.
한번은 백색가전은 대체 무슨 말이야? 하고 옆에있던 이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그 답은 얼마나 충격이었던지ㅡ
ㅡ 응. 하얗다는 말이야.
두번째 냉장고를 구입한게 1994년이었다. 그 몇년 후 백색가전 시대가끝나, 냉장고는 인테리어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하며, 표면이 화려해졌다. 보는 사람눈 뒤집히게.
2004년여름, 냉장고를 열다 한쪽 벽을 짚어보니 뜨끈하다. 니는 놀라, 고장났구나, 그래도 10년은 썼으니, 판단을 내리고, 가전매장으로 가서는 앞면 문양이 너무나 화려한 냉장고를 구매했다. 7백 리터 가까이 되는. 이 냉장고가 지난 주 말 병들어 시름시름앓는 냉장고다.
20년전 백색이 아닌, 화려한 문짝의 냉장고를 설치하러 오신 기사분 반응이 그날 조금 의아했다.
ㅡ여름엔 냉장고 벽이 열받아 뜨겁기도 해요.
나는 고장난게 확실하다고 판단해서, 수리점에 전화 한 번 없이, 교체했는데, 이 분 뭐야?.마치 내가 잘못했다는 듯한 말투네.
어쨌든 그렇게 들어온 20년된 냉장고를 어제 기사 불러 손보고,지금은, 조금 버텨달라, 냉장고한테 애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