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하록
깃털로 만든 집
얼마나 포근하던지 따뜻하던지
꿈결 같았단 말엔 짜증이 났어
나는 다만 꿈속의 사람
숨을 쉬기엔 너무 희미한
불에겐 뿔이 있어서
너를 할퀼 수 있을 텐데
먼지 한 톨이 아쉬워 털지 않고 줍는다
불어 만든 달빛을 청량하게 식혀가는
나는 일월의 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지독하게 외로울 거야
울지 말란 이야기가 의아할 거야
아 너를 사랑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행복해
그래도
--하록 시집, {설원과 마른 나무와 검은색에 가까운 녹색의}(근간)에서
오늘날의 지구촌을 생각하면 아찔하고, 이처럼 살아서 숨쉰다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할 뿐이다. 무목표, 무의지, 무책임은 우리 늙은이들의 ‘삼대 지주’이며, 이 ‘삼대 지주’로서 우리 젊은이들의 목을 비틀고 미래의 희망을 다 빼앗아 버린다.
이 세상의 소년과 소녀, 이 세상의 신사와 숙녀들이 가장 싫어하고 증오하는 부류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산송장들일 것이다. 이미 너무나도 늦었고, 더 산다는 것이 수치와 치욕이 된 인간들이 모든 국가의 부와 천연자원을 다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은 깃털이 되고, 깃털은 이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포근하고 따뜻한 잠결은 꿈결과도 같지만,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은 이 꿈결 속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불에게는 뿔이 있어서 너를 할퀼 수 있지만, 나는 “먼지 한 톨이 아쉬워 털지 않고 줍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먼지 한 톨이라도 줍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어거지로, 어거지로, 떼를 쓰듯이 “불어 만든 달빛을 청량하게 식혀가는” “일월의 손”,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고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희망----.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지독하게 외로울 거야/ 울지 말란 이야기가 의아할 거야”. 희망, 희망, 절망----. 하지만, 그러나, 이 절망을 먹여 살리는 것은 희망이고, “너를 사랑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한 것이다. 희망과 절망----, 즉, 절망은 없어도 살 수가 있지만, 희망이 없으면 우리는 단 한순간이라도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는 좋은 집과 좋은 직장과 좋은 친구(배우자)일 것이다. 좋은 집과 좋은 직장과 좋은 친구는 단순한 ‘좋음’이 아니라, 그 모든 천재지변과 그 모든 질투와 시기와 다툼의 여지가 제거된 ‘최고의 선’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러나, 이 좋음은 좋음 그대로 존재하지 않으며, 천길 벼랑끝의 풍경처럼, 이 세상의 어중이 떠중이들에게는 좀처럼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좋음은 천길 벼랑끝의 풍경과도 같으며, 그 모든 나쁨을 딛고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 요컨대 고통을 찾아나서고 고통을 굴복시키고, 그 고통을 충신으로 거느리며, 모든 파리와 벌떼와 야수들을 다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최고의 선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동시대의 악마’가 되지 않으면 안 되고, 이 ‘악마의 탈’을 ‘어진 현자의 탈’로 바꿀 수 있는 마술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천재는 ‘인간 중의 인간’이고, 황제는 ‘왕 중의 왕’이다. 천재와 황제는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에서 최종적인 승리를 한 ‘악마 중의 악마’이며, 그 더럽고 추한 얼굴을 어진 현자의 얼굴로 변모시킨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아름답고 멋진 탄생과 아름답고 멋진 삶과 아름답고 멋진 죽음이 모든 인간들의 최고의 희망일 것이다. 탄생과 삶과 죽음----, 이 삼원일치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모든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다 폐기하고, 자기 스스로 자기 목숨을 결정하는 ‘인간수명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이 지구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다.
요컨대 지구촌의 적정 인구는 2, 30억 명이면 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