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시즌이다. 교회에는 ‘새생명 전도 축제, 총력 전도 운동’ 현수막이 걸리고, 담임 목사님은 연신 전도에 관한 설교를 하신다. 전도 용품으로 교회 스티커가 붙은 물티슈와 교회 소개 브로셔가 나왔다. 이걸 가지고 성도님들과 근처 공원과 거리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나눠준다. 저희가 물티슈를 만들었는데 한 번 써보시라고. 교회에 한 번 와보시라고. 10월 29일에 특별한 예배를 드리는데 꼭 와보시라고.
‘전도란 무엇일까’를 매번 이 시기마다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전도란 쉽게 말해 하나님을 전하는 거다. 내가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란 분이 나를 존재하게 했다는 것. 죽음이란 게 두렵고 우리는 모두 죽지만,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 진정한 자유함과 행복은 예수님에게서 온다는 것 등을 전하는 게 전도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어떻게 전할 것인가’이다. 일단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물티슈 같은 전도 물품을 주면서 “한 번 와보시라고” 말을 건네는 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어딘가를 향해 가는 사람들에게 10여초 내외의 순간에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이 “교회에 한 번 와보세요” 같은 말 뿐인 거다. 조금 더 몇 마디 대화가 진행된다 한들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 이유 같은 내용을 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전도와 관련해서 같이 언급되는 건 간증이다. 간증은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신앙 경험을 이야기하는 거다. 간증에는 서사가 있어서 위기와 절망이 있고 회복과 극복이 있다. 이야기이기에 기승전결이 있는 셈이다. 한병철 교수는 인간이 서사적 동물임을 말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 안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전도를 하려면 바울처럼 내가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밑바닥에 있었던 것 같은 때에 이 하나님이란 분을 만나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거리 전도도 좀 더 효과적인 전도가 되려면 서사가 생겨야 한다. 매년 10월에 세 네 번 나가는 게 아니라 매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짤막하게라도 계속 반복해서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다보면 언젠가는 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전도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는데 별로 기쁨이 없는 나에게도 부족한 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고, 절망과 좌절 의 시간 가운데서 그래도 지금의 나로 존재하게 되었는지 나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면서, 오늘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내 전도 대상자에게 연락을 한 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