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방영된 KBS드라마 “태조 왕건”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중견배우가 우리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해장국집을 차렸습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TV에 나오는 사람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습니다.
사극의 인기 때문인지 음식점은 항상 붐볐습니다.
탤런트였던 남편은 촬영 때문에 늘 외지에 있었고 아내가 음식점을 지켰습니다.
믿음도 있어서 모(母)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남편보다 신앙이 좋았습니다. 믿음대로 살려고 애썼고 새벽기도회도 나왔습니다.
남편은 마지못해 가뭄에 콩 나듯 따라다녔습니다.
한편, 우리교회는 시골에서 비교적 큰 규모였기에 마을잔치 때마다 장소를 빌려줬습니다. 지역을 섬기고자 했고, 담임목사님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어느 날,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과 대접하는 사람이 뒤엉켜 정신없었습니다.
배우 아저씨도 왔습니다.
같이 온 일행 없이 혼자 축의금만 내고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삼삼오오 함께 모여 앉았지만, 이분은 외딴 곳에 혼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홀서빙 보던 우리교회 성도가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곳 말고 저쪽으로 가 합석해서 드시면 어떨까요?”
이 말을 듣자 언짢은 표정을 짓고는 자리를 박차고 그대로 나가버렸습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얼음이 됐습니다.
그 후로 교회에선 그 아저씨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교회가 운영의 미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분의 마음이 옹졸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해하려 해도, 어떤 누가 보더라도,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한 영혼에 대한 긍휼과 배려와 섬김이 아쉬웠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
교회의 섬김과 봉사를 왜곡해서 받아들였다는 사람도 있을 테죠.
일을 하면 할수록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장관표창까지 받은 봉사단체장이 있습니다.
화성시에서는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입니다.
대인관계도 좋아서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습니다.
페이스북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분을 치켜세워주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이 사람만 보면 학을 뗍니다.
그렇게 욕을 해대고 다닙니다.
왜 그럴까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습니다.
욕먹는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은 욕과 오해와 삿대질을 받는 부분이 있는데 이제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점심 무료급식 준비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11시부터 입장해 식사를 합니다.
공간이 좁아서 순서대로 입장해야합니다.
순서표를 나눠주고, 가이드라인을 치는 등의 질서유지에 각별히 신경씁니다.
당일 무료급식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양을 준비해둡니다.
모든 사람이 무료급식을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을 준비합니다.
식사를 못해서 뒤돌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잠깐만 기다리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데,
몇 분을 못 참아 세치기하고 싸우고 무질서한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을 들여 보내냐?”며 봉사자들에게 욕하고 침뱉고 멱살 잡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다 먹을 수 있는데 그걸 못 참습니다.
이용자들 역정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서 병에 걸렸습니다.
이용자 출입에 관한 노이로제가 생겼습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입니다.
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입니다. 신경안정제 먹어야 할 상황입니다.
나에겐 입장질서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매일매일이 전쟁 치르러 나가는 심정입니다.
이것만 아니면 무료급식 천년만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무료급식소 욕하고 다니는 사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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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새마을금고(경기서부) 임직원일동이 봉사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