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으로 건강을 김자인 appleinja@hanmail.net
음식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우리 몸에 건강을 주는 비결이 숨어있는 걸 새삼 느낀다. 요즘 남자 셰프들의 인기가 대단하고 각종 음식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의사들은 색깔 있는 음식을 챙겨 먹으라 권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컬러푸드 음식이다.
그로 인해 나도 색 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날이 많아졌다. 검정색은 잡곡과 검정콩, 미역, 다시마, 김 등으로, 초록은 각종 나물류, 오이, 블로커리, 쌈 채소, 풋고추, 보라색의 가지나물, 적양파, 적양배추, 노랑의 호박, 고구마, 파프리카, 빨강의 피망과 고추, 토마토, 흰색의 감자, 도라지나물, 무나물 등을 만들어 밥상을 차린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도 매섭다. 이런 날 저녁 식탁에 잡곡밥에 따끈한 무 맑은장국을 올릴까 싶어 정육점에 들렀다. 쇠고기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국 끓일 요량이었다. 한데 먼저 온 손님이 불고기감을 잔뜩 썰고 있어 기다렸다. 그 사이 기계에서 얇게 저며 나오는 등심을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고기가 먹음직스러워 덩달아 불고기용으로 사고 말았다.
이것을 숙주나물, 쪽파, 느타리버섯 죽죽 찢어 넣고 일본식 스키야키를 만들어 간장 소스나 겨자 소스에 찍어 먹을까 하다가 전골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전골은 날씨가 추워지면 부쩍 당기는 음식이다. 오랜만에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전골을 만들려니 마음이 바쁘다. 배추 대신 양배추를 사고, 당근,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두부, 쑥갓, 대파 등의 재료를 사니 머릿속에선 전골냄비에 색스럽게 앉혀진 재료들이 삼삼했다.
먼저 멸치, 다시마, 마른표고로 육수를 만들었다. 쇠고기는 깨소금 뺀 불고기 양념에 재워놓았다. 모든 재료를 손질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고 당면을 삶았다. 노랑, 파랑, 빨강의 피망도 채 썰어 볶았다. 고구마 줄기는 옥상에서 줄기차게 자라나는 걸 잘라 삶아서 들기름에 볶고, 가지나물도 쪄서 간장양념에 무쳤다. 배추김치, 무청 김치. 파김치가 있으니 상 차릴 때 꺼내놓으면 되겠다 싶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프라이팬에 양념한 쇠고기를 슬쩍 볶아 전골냄비에 안치고 손질해놓은 재료를 차례로 돌려놓고 육수를 부었다. 육수 끓일 때 넣었던 마른 표고버섯은 채 썰어 같이 넣으니 또 다른 고기 맛이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을 때 거품을 걷어내고 당면을 넣고, 마늘, 파, 쑥갓을 얹었다.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간하여 한소끔 더 끓여 맛을 보니 음~ 담백한 맛에 입이 달다.
전골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조선 말기 장지연의『만국사물기원역사』에 상고시대 군사들의 전립(지금의 철갑모와 같은 것)에 음식을 넣어 끓여 먹었다고 한다. 그 후 여염집에서도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이를 전골이라 불러왔다고 한다.
전골은 대개 상위에서 끓이면서 먹는데 이번엔 부엌에서 끓였다. 평범한 솜씨 하나가 오감을 자극하여 만들면서도 군침이 돈다. 뚜껑을 열어보니 눈으로 먹고 입으로 또 한 번 먹는다는 말이 실감 난다. 흠흠 거리며 “으와! 맛있는 냄새” 밥 생각 없다던 식구들도 밥상 앞으로 모여들며 좋아하는 눈치다.
부엌에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서성이는 내 모습이 안쓰러운지 둘째 아들인 태희 아범이“엄마! 얼른 오세요.”한다. 빨리 먹고 싶어 그러는 줄 알았는데 다 같이 모여 앉아 먹고 싶어 그랬노라고 넌지시 말하는 걸 보니 흐뭇해진다. 앞 접시 하나씩 놓아주니 먹고 싶은 대로 떠먹으며 “진짜 국물이 끝내주네” 하며 맛있게 먹는다. 가족이 숟가락, 젓가락 부딪히며 먹는 소리까지 맛있게 들린다.
요즘 백세 시대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삶의 화두가 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며 좋은 음식 챙겨 먹고,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다닌다. 그래서인지 세계 5대 장수국가에 일본,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와 우리나라도 선정되었다. 장수 시대에 장수 국가라 한다. 이는 건강보험의 발달과 발효 음식을 즐겨 먹는 음식 문화도 한 몫 단단히 했으리라. 또한 섬유질이 많아 영양이 풍부한 한식 식단을 장수 비결 중 하나로 손꼽고 있어 다른 나라를 제치고 세계 최장수국으로 등극할 거라는 유엔(UN)의 전망도 있었다. 개인주의보다 공동체 문화가 발달하여 찜질방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라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제철에 나오는 음식이 보약이다. 각종 채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우리는 분명 복 받은 민족이다. 간장, 된장, 청국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과 색 있는 자연식을 볼 때마다 선조들의 해박한 지식에 감동하고 감사와 고마움이 절로 느껴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키면서 다양한 음식 골고루 섭취하고 건강한 백세시대 열어갔으면 좋겠다. 날씨가 추워지면 가끔 전골을 만들어 밥상에 올려야겠다. 되도록 기본적인 오색 음식으로 사랑과 정성을 담아 건강한 밥상을 차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