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세계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줄여서 연준은 현지 시간 7월 3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인 2023년 7월까지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5.25~5.50%입니다. 그 이후 그러니까 지난해 9월부터 이번까지 8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해 왔습니다.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기준금리 3.50%와의 금리차이도 역대 최대인 2%포인트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금융당국이 금리인하를 간절히 바라지만 미국 연준은 때가 되지 않았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 연준 의장은 조건이 만족되면 이르면 9월에 금리인하 논의를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얼마전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공개적으로 파월 연준 의장에게 경고했습니다. 대선때까지 절대로 금리를 인하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만일 그렇게 해준다면 파월의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고 달콤한 당근도 제시했습니다. 금리인하가 미국 국민들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 한 것입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일반 국민들의 상황은 좋아집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고금리속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경우 금리인하가 주는 메시지는 매우 큽니다. 오는 11월 대선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 그런 상황을 우려한 트럼프후보가 파월에게 강력한 경고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파월 연준의장의 결의는 단호합니다. "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기준 금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50자밖에 안되는 이 말속에 특정 나라 공무원의 덕목 그리고 가치관이 그대로 함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의 성향을 잘 알지 못합니다. 한국은행 총재의 성향도 모르는데 먼 외국 미국의 연준의장의 성향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가 정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로 오로지 미국의 건전한 경제만을 바라보며 행동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거대 권력으로 급부상하는 트럼프후보의 그 대단하고 강력한 압력앞에 굳굳하게 미국 경제 공무원으로서의 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시사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요즘 한국 공무원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과 너무도 비교가 됩니다. 오로지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자를 위해 온 몸을 다 바치는 것이 마치 공무원의 덕목인양 여기는 무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공무원이 무엇입니까. 공적인 임무를 위해 국민을 대신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일컷는 말입니다. 공적인 임무란 무엇입니까. 국민과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 아닙니까. 비록 자신들을 임명한 것은 특정 권력이지만 그 일을 수행하는 대상 그리고 목표는 바로 국민들이고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일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국민보다는 자신을 임명해준 특정인에대해 모든 것을 걸고 모든 판단을 행하는 것이 한국의 공무원들의 실상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물론 공무원의 덕목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공무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공무원들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대단히 슬프게도 한국에 그런 공무원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고위공무원으로 올라갈수록 더한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지금도 한국 곳곳에서 임명권자를 위한 무리수를 두는 고위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기준 금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의 이 말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들의 입에서 이런 언급을 언제나 듣게 될 지,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 것인지 궁금하고 너무도 기다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8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