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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끌어안고 감격에 젖어있는 지현에게 제이가 소리쳤다
"헤이. 섹.시.한. 스트레잇. 티셔츠값은 레이편으로 보내도록 하고, 여기 얼쩡대지마.
아무때나 널 구하러 나같은 천사가 달려오는 곳이 아니야.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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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의 일당들이 먼지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 레이가 나타났다.
레이를 발견하자마자 지현은 온 몸에서 긴장이 풀려 엉엉, 엉엉 소리를 내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레이!!!!!!!!!!!! 어엉엉웅음ㅇ훟응훙흥.. 저 나쁜년이 ㅎ아머어허엉엉. 그그래 그전에 내가 실수로 할멈을 쫓아..
헝어엉어엉. 여긴 너무 외롭구 춥구.허어어엉ㅇ 하지만 저년이 지방에 밤비가 내리네 마네 어엉어엉"
레이는 가엾은 듯 제이를 안고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당최 뭐라고 지껄이는 알 수 없는 미지세계의 방언을 듣고 있었다.
그래 이게 ..이게 한민족이지...
그렇게 지현은 레이에게 몸을 의지하다 시피 하여 도미토리로 돌아왔다.
레이는 지현을 방에 안전하게 데려다준 뒤 자신의 방에서 맥주 두캔을 들고 지현의 방으로 갔다.
지현은 자신이 오늘 목숨을 건 위태로운 관광을 했다는 사실과 애써 부정하던 제이와의 만남. 현재 자신의 처량한 꼴을 되새기며 뜨거운 물로 몸을 씻어냈다.
촤아아아악..
뒤덮힌 먼지와 눈물 콧물을 모두 씻어 내자 정신이 조금 드는 거 같았다.
서둘러 옷을 입고 침대 끝에 멍~ 하니 앉아 있다 보니 레이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레이는 곧바로 지현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들었다.
80%가 제이는 갱스터. 조심하라는 당부.
10%가 산토니뇨성당의 아름다움.
8%콜론스트릿의 인상
나머지 2% 자신의 아이같은? 순진함이었다.
긁적긁적대며 지현의 한풀이를 모두 들어준 레이는,
"후아...제이가 잘못했네~.. 제이가 잘못했어!!!"
하고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레이는 제이가 갱스터라는 강력한 지현의 주장에 두세번 정도 '그럴리 없..'
하면서 반박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그 상황에 심각하게 몰입해서는
얼굴이 벌개진채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지현의 틈새를 끼어들 아주 작은 구멍조차 없었다.
그로부터 지현은 2틀 동안을 꼬박 침대에 몸 저 누었다.
놀래기도 한것이 난생처음 맞닥뜨린 생에 커다란 위험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한없이 나약하고 연약한 존재인지
알게된 이유에서인데.
늘 TV 뉴스의 시사.사회면의 무시무시하고 황당한 사건을 읽어 내려가면서도 본인이 만약 그 상황에 처했다면?
하면서 자신을 투영시켜 머리를 굴려보고 아이디어를 내보고 그러면서 그래도 본인은 나름 꽤 잘 처신 하겠다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본인에게 위험이 닥치자 아무것도 손쓸 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는 것이 더 큰 공포감을 줬던 모양.
너무 놀랜 탓이었을까.
매일, 매시간 뜨거운 나라에서 그만 감기몸살이 걸려버렷는데,
2틀 밤 낮 사경을 헤매면서 악몽에 시달렸고, 그 악몽속에는 언제나 제이가 무시무시한 화장을 하고 커다란 오토바이를 부릉부릉 끌고와서는 갱스터처럼 온몸에 문신을 한 채,
"지방시 내놔~~ 지방시 내놔~~" (내다리 내놔, 내다리 내놔 ver.)
거렸다. 자세히 보면 팔뚝 문신도 -지방시
아.. 저거 분명히 지방 촌도시에 살던 기지배일꺼야
그놈에 지방시가 뭔지.. 그래도 백만원이 넘는 티셔츠는 너무했지. 화장실 들어올 때 나갈 때 틀리다는 게 이런걸까
진품이 확인되지도 않은 티셔츠값을 물어내자니 여간 속이 쓰린게 아니었다.
하지만........또 상황인지라..
'그래 핸드폰 하나를 찾아줘도 사례를 하는데 통장 잔고좀 확인하고 사례하고 더이상 마주치지 말아야겠다.
위험한 인물이야.'
어쨌든 워낙 튼튼한 편인 지현은 간혹 들여다보며 챙겨주는 레이 덕택에 2틀만에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날도 어김없이 레이가 점심을 챙겨 지현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 탁자에 앉으며 지현에게 안부를 물었다
"누나. 이제 괜찮아?? 나 이번주에 놀러갈건데 누나도 머리도 식힐겸 같이 가지 갈래?"
지현은 꽤 기력을 되찾고, 주린 배를 채우느라 우걱우걱 입속에 음식을 구겨넣으며 레이를 바라보구 입을 스윽 닦구선,
"너 친구랑?.. 누나 수줍음 많은데.. 헤~~"
하며 되도 않는 말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물론 레이는 푸핫하고 말이 되냐며 콧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
"큭. 착한 친구야" ^^
지현은 음식을 오물오물 거리며 생각하는 척 했다. 하지만 머리속은 아직 멍~ 하다.
이틀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 자신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기분이었다.
우엑.. 그러자 눈앞에 봄날 5교시 언어 시간때 불었던 산들바람 보다 기분좋은 바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새하얀 백사장에 발을 내딛자 종일 뜨겁게 달궈진 따뜻한 모래가 지현의 발에 포근히
달라붙었다. 멀리서는 푸른 바다와 새카맣게 태운 비키니족들, 야자수밑의 달콤한 칵테일과 통기타를 들고 알수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리의 음악가..아~~ 기분좋음이 그녀에게 손짓하며 부르고 있었다.
그래 기분전환이래도 해야지. 여기를 잠시 벗어나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오케이.좋아!!"
그렇게, 몇일 뒤 <여행 당일>
지현은 간만에 세부시티를 벗어난다는 사실에 조금 흥분해서는 덤벙대느라 출발당일 여권을 도미토리에 두고 오는
실수를 해서 택시를 돌려 되가져오고 하느라 비행시간에 간당간당 맞춰 탑승 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 올라 탄 지현과 레이는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숨을 헐떡이고는 서로 키득키득거리며 티켓을 꺼냈다.
하늘거리는 얇은 흰색 티셔츠에 짧은 청 핫팬츠를 입고 자신의 등짝을 모두 가릴만한 커다란 백팩을 둘러 멘 지현은 늘씬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이 간혹 대학생 처럼 보이기도 했다.
몸 저 누웠다가 외출을 해서 그런지 지현은 상쾌함이 들고 간만에 뛰었더니 온몸에 에너지가 뭉치는
느낌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지현은 먼저 좁은 기내 통로를 앞서 걷고 레이가 바로 뒤에 따라 걸었다.
손으로 티켓의 좌석번호를 확인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 중간쯤에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지현은
레이에게 찾았다며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켰다.
자리를 보니 자신은 중간 자리였고 레이가 통로쪽이었다.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머리위 선반으로 올리려 팔을 쭉 뻗었다. 뭐에 걸렸는지 커다란 백팩이 지현의 시야를 가린 채 어디상 올라가지 못하고 공중에 걸려있는 듯 했다.
낑낑 거리고 있자 레이가 바로 커다란 손을 들어 걸려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가방을 쑥 하고 밀어 올렸다.
"휴우 됐다. 이제 앉자. 내가 먼저 들어갈게"
지현은 손을 툭툭 털고는 자리에 앉기위해 몸을 굽혔다.
그런데 비행기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저 승객.. 낯설지 않은. 실루엣..
아담하지만 보기좋게 볼륨있는 몸매에 화려하게 수 놓여진 야자수 꽃남방을 타이트하게 입은 젊은 여성.
자신의 얼굴을 반이상 가려버린 새카만 선그라스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하얗게 빛나는 피부색.
반들거리며 붉게 빛나는 촉촉해 보이는 입술........그리고....... 짧은 단발머리
지현은 눈을 가늘게 만들어 앉아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이상하게 방금 전까지도 뜨거웠던 자신의 몸에서 열기가 한번에 빠져나가며 한기가 느껴지는 기분이 엄습했다.
...................????????????????
'..........제이..??'
쿠쿵!!!!
제이!!!!!!!!
들고있던 비행기 좌석표를 다시한번 빠르게 훑었다. 슉,슉 다시봐도 본인자리가 확실하고 옆에 앉은 여자도
귀신이 아니라면 제이가 맞다.
(좌석번호가 제이 - 지현 - 레이)
'왓더뻑!!!!!!!!! 쟤가 왜 여길?????'
커다란 선그라스통에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던 지현.
그런 멍청한 표정으로 기분나쁘게 자꾸 자신을 바라보는 옆자리의 여자가 지현이란 사실을 알게된 둘은
서로 보자마자 헉!하고 놀랬고,
지현은 눈알이 튀어나올듯 커다랗게 변해서는 저도 모르게 '꺅'!!!!!!!! 소리를 질렀다,
지현의 목소리에 덩달아 놀랜 제이도 선그라스를 훽 잡아 빼고서는 꺅!!!!!!!!! 하고 에블바리 스크림.
레이가 주변 승객들이 들을새라 잽싸게 둘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쉬이이잇!! 레이디스 착하게 여행가자. 깜짝이야!!
둘이서 도대체 클럽에서 나 뻗은 날 무슨일이 있었길래 서로 그렇게 으르렁 대는지 모르겠는데 난 둘다 좋단말야. 이 여행으로 오해를 풀자구^^"
......... 우읍,,!!!
'오마이갓.레이.. 왜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하니 얘야 ..하아.'
아직 놀랐던 심장이 진정이 되지 않은 제이와 지현은 동시에 입에 걸려있는 레이의 손을 뿌리쳤고,
인상을 팍 쓰며 '퉤퉤' 거리더니 뭐라 말하려는 제이의 입을 이번에는 재빠르게 지현이 손을 뻗어 막았다
웁!!
"무.무슨일은. 아무일도 없어!!"
지현은 망연자실했다. 또다시 두통이 밀려왔다. 저 기지배만 보면 자꾸 머리가 아프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여자랑 호텔에서 뒹굴 거린 추억은 지현에게는 쿨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이 들어서 성정체성 혼란속에 빠질 수 없었다. 이미 그녀에게는 이걸 굳이 치지 않는대도 혼란스럽고
신경써야될 일이 많은 그런 20대 후반 직딩이다.
게다가 타국에서 관광객 피나 빨아먹는 여자 갱스터의 인맥기차에 탑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난 그냥 평범하게 살래. 응? 평범한 여자란 말이야.
제이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잇는 지현의 손을 툭 하고 건드리며 사나운 눈빛으로 치우라는 시늉을 했다.
지현은 빠르게 자신의 손을 제이에게서 떼냈다.
셋은 약간 싸~해진 공기를 가르며 자리에 앉았다.
지현의 얼굴에는 당혹감.
제이의 얼굴에는 황당함.
그리고 그걸 보며 킬킬대고 잇는 레이까지.
셋은 그렇게 어색해진 상황을 각자의 몫으로 돌린 채 자리에 앉아 비행기의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미치겠다 레이 저자식'
지현은 생각했다. 이제부터 남자를 만날 때 절대 절대 눈치없는 사람은 0순위로 제외시키기로.
곧출발하겠다는 기내 방송과 함께 굉음을 내뿜으로 비행기가 쏜살같이 달렸다. 그리고 힘차게 하늘로 올라갔다..........
'이대로 저 근본없는 갱스터와 일주일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 "여러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게 될 브레스터 기장입니다. 보라카이까지 한시간 십분 소요예정이며,
현재 날씨는 매우 맑은....."
비행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 무거운 게 갑자기 하늘로 어떻게 붕 ~~ 하고 뜨는걸까?
지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기이한 현상과, 그리고 꼬여도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는 기이하기만 현재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눈을 감아 버렸다
첫댓글 역시 꼬이는군뇽.. ㅋㅋㅋㅋ
꼬입니다요 ㅋㅋ
큭저런 인연 엄서요 엄서
베스트 오브 인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