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p><img class="txc-image" style="width: 712px;" 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pnrZ/385e25526bde66c48bfc50894030e9fe89c314b6"></p><p class="cafe-editor-text"><br><br><br><br>겨울이 머문 자리에 봄이 걸어 나오더니<br>오늘은 상윤이네 집에 꽃이 피었나 봅니다<br><br>“아버님! 진지드세요“<br><br>“오냐....아범은?”<br><br>“오늘 좀 늦는가봐요<br>상윤이도 할아버지 옆에 앉으렴“<br><br>어느새 식탁에는 봄이 준 행복이<br>머물고 있었습니다<br><br><br><br>늘 머물 것 같았던<br>봄이 떠나간 자리에<br>약속도 없이 설익은 겨울이 찾아오더니<br>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br><br>“아버님! 죄송해요...<br>상윤이를 잘 부탁드립니다“<br><br>“애미야! 이 어린걸 두고...”<br><br>상윤이 아빠가 출장 중 갑작스런 교통사고로<br>하늘나라로 가버린 뒤<br>엄마마저 다른 세상의 봄을 찾아<br>떠나가고 있었습니다<br><br>“상윤이 유치원에서 오기전에 갈게요”<br><br><br>1월의 겨울은 할아버지 혼자<br>지켜주기엔 몹시 춥다는걸 아는 걸까요<br>유치원에서 돌아온 상윤이는<br>엄마가 사라져간 흔적을 더듬으며<br>빈자리부터 찾습니다<br><br>“할아버지! 엄마는?”<br><br>원망섞인 눈에 슬픔을 가득 담고서<br>파도에 패인 갯바위처럼 먼산을<br>보고 말없이 서 있던 할아버지는<br><br>“엄만...볼일이 있어서<br>서울에 갔단다 몇밤 자고 올거야“<br><br>“근데 아빠는 <br>백 밤이 지났는데도 왜 안와<br>아빠 나쁘다 ...<br>상윤이도 안보고 싶은가보다 <br>그치? 할아버지“<br><br>삶이라면 지겹도록 살아오신 할아버지라도<br>죽음이란 단어를 이 아이에게<br>어떻게 말해야 할지....<br><br>결국 얼버무린 진실 앞에서 <br>상윤이는 보채다 잠들어 버렸고<br>가혹하리 만큼 밀려오는 현실앞에<br>할아버지는 잠든 손자의 머리를 매만지며<br>목밑에 잡힌 멍울같은<br>시린 아픔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br><br>“보내고 떠나는 모든 것들 속에<br>남은 여생을 알 수만 있었더라면......“<br><br><br><br><br>가슴에 안긴<br>이 가을을 보내지 못해서일까요<br>똑딱거리는 시간은 말도 없이<br>어찌 이리도 빨리 걸어오는지 상윤이는<br>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br><br>엄마가 떠난 자리를<br>할아버지 홀로 버텨가며<br>오늘도 어김없이 학교로 향합니다<br><br>“상윤이 할아버지 오셨어요?”<br><br>“네 .. 선생님”<br><br>교실문을 들어서며 <br>담임 선생님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는<br>할아버지를 보고는<br><br>“할아버지.....왜 이제와...”<br><br>“미안하구나! 이 핼비가 좀 늦었지?<br>오다가 숨이차서...<br>계단에 좀 앉았다 오느라고...“<br><br>왼발이 태어날때부터 소아마비라<br>할아버지는 늘 상윤이를 업고 <br>이 길을 오가고 있었습니다<br><br><br><br>상윤이를 업고 나서는 운동장에선<br>언제 와 있었는지<br>사랑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br>비와함께 내리고 있었고<br>할아버지 등에 업힌 <br>상윤이가 받쳐 준 우산을 쓰고<br>도란도란 행복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br><br>“할아버지 앞으로 백년만 딱 더 살아..“<br><br>“그렇게나 많이?”<br><br>“응...내가 커서<br>할아버지 맛있는거 많이 사줄때까지<br><br>“오냐..오냐...”<br><br>천년만년<br>같이 하고픈 맘이야...<br><br>너를 두고 가야할 때가 <br>하루라도 더디게 오기를<br>할아버지는 한걸음 한걸음<br>디딜때마다 빌고 또 빌었습니다<br><br>애틋함으로 <br>오늘 이 하루를 버티고<br>사랑으로 <br>또 내일을 열어가는 할아버지니까요<br><br><br><br><br>꽃이 핀 자리에 별이 들고<br>달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머물던 시간들이<br>흘러가던 어느 날,<br><br>일찍 밥상을 물린 할아버지는<br>손자를 두 눈 가득 담고서<br>장기를 두며 흐뭇한 시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br>등골을 타고 빈속을 휘어감은 달빛에 조차<br>아픔 맘을 내어놓지 못한 채<br>시간이 갈수록<br>몰려오는 흉통에 가슴을 움켜잡고서<br>마루에 나와 앉아 밤을 홀딱 세우고 맙니다<br><br><br><br><br>때 이른 아침,<br>상윤이를 업고 걸어가는 이 길이 <br>영원하기를 빌어보지만<br>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br>학교 정문을 걸어나온 할아버지는<br>가까운 병원을 찾아갑니다<br><br>“할아버님...<br>아무래도 시내에 있는 큰 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br><br>비탈진 길을 가는 소달구지처럼<br>쳐진 두 어깨를 내어놓고<br>걸어간 병원에서 나오는 할아버지는<br>먹빛 그림자를 드리운 채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br><br>“할아버지...<br>오늘은 선생님께서 차를 태워주셨어“<br><br>“그랬구나“<br><br>그날 밤,<br>혼자서 놀고 있는 달을<br>창문으로 바라보고만 있던 할아버지는<br>잠든 상윤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면서<br>세상 끝에서라도 함께 할 수 있는<br>이 기쁨 하나 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br>말하고 있었습니다 <br><br><br><br><br>달이 진 자리에 밀려오는 생각들이 <br>무거워 지고만 있던 할아버지는<br>오늘도 해질녘 땅거미 진 거리를 <br>상윤이를 업고 가면 갈수록<br>쉬어야 하는 곳이 늘어만 갑니다<br><br>“할아버지! 힘들어?”<br><br>“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꾸나”<br><br>밴치에 앉아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br>할아버지의 눈엔 눈물이 맺힙니다<br><br>“할아버지! 울어?”<br><br>“아니다, 봄이라<br>꽃가루가 날려 눈에 들어왔나보다”<br><br>저 아이들처럼 <br>걷지도 목발조차 딛지 못하는<br>손자를 바라보며 가슴은 메어지듯 아파오지만<br>휠체어 조차 갈 수 없는 언덕길을 돌아<br>숨이차는 이 길을 또 걷고 걸으며<br>가슴 내어주는 할아버지의 그 마음을<br>하늘만은 알아주기를 빌어 볼 뿐입니다<br><br>할아버지 등에 업혀<br>수 많은 별을 헤는 상윤이가 <br>어부바 할아버지가 힘들 때 마다<br>불러주는 노래 한소절 마디마디가<br>아프게 느껴집니다<br><br>“넓고 ~넓은 ~이 세상에~ 오막살이 집 한 채<br>학교가는 ~상윤이를 ~업고 가는 할아버지<br>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할아버지''<br><br>노랫말을 바꾸어 <br>불러주는 손자의 노랫소리를<br>들으며 넘고 다닌 이 길이<br>이젠 얼마남지 않았다는걸 할아버지는<br>알아가고 있으니까요.......<br><br><br><br><br>상윤이를 학교에 일찍 등교를 시킨 할아버지는<br>먼길을 갈 채비를 한 후 길을 나섭니다<br>종이 한장에 적힌 <br>주소를 찾아 여지껏 가본적 없는<br>산과 들을 지나 낮선도시에 도착한 할아버지는<br>파란 대문 위에 <br>붙어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있습니다<br><br>“아니..아버님 연락도 없이...”<br><br>“미안하다ᆢ 애미야ᆢ<br>사정이 생겨 이렇게 널 찾아왔구나“<br><br><br>두 사람은 침묵같은 말들을<br>허공에다 뱉어 놓은지 한 시간이 지나갈 쯤,<br>자리를 틀고 일어나 뒤돌아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찾아올 때 보다 더 무거워 보입니다<br><br><br><br>다음 날,<br>지나는 구름에 떠밀려오듯<br>나타난 엄마는 <br>상윤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br>가방 여기저기에 짐들을 챙겨놓고 있습니다<br><br>“할아버지..<br>점심 시간에<br>할아버지 좋아하는 두부가 나왔어<br>줄려구 가져왔어“<br><br>행복이 묻은 <br>방문 손잡이를 열어 재친 상윤이는<br>어렴풋한 가슴자리에 남아있는 <br>엄마일 거라는 생각만으로<br>“엄마야....”라고 되뇌어봅니다<br><br>어색한 시간속에서<br>고개를 숙인 채 엄마의 말을 듣고 있던<br>상윤이는 체념한 듯<br>할아버지 품으로 달려 들어가며<br>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br><br>“이 할애비 걱정말고<br>엄마 말 잘듣고 꼭 휼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br><br>씨실과 날실로 만나 엮은 시간 속에서<br>할아버지의 굽은 허리가 손자의 밥이 되고<br>발이 되어진 시간을 되뇌이며<br>아직 흘린 눈물이 남아 있었는지<br>머리위로 떨어지는 할아버지의 눈물을<br>닦아주며 그 마음을 알았다는듯<br>고개만 끄덕이며<br>눈물을 멈춰세우지 못하고 있는 두사람<br><br>“상윤아! <br>시간 없으니 빨리 타“<br><br><br>온 시간을 함께 한 할아버지 손을 놓고서<br>차 안에 오른 상윤이는<br><br>“엄마,,,,<br>할아버지 병이 다 나을 때 까지만<br>옆에 있어주면 안돼?“<br><br>찬바람 소리나게 <br>문을 닫은 엄마의 차가 멀어져갈 때<br>차창 너머로 뒤돌아보며 <br>눈물에 매달려가고 있는 손자를 <br>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할아버지는<br><br><br>함께<br>이야기를 만들고<br><br>사랑을 주고 받으며<br><br>그렇게 살다<br><br>멀어져간 손자가 떠난 자리에 서서<br><br>밑둥이 드러난 채 밤이 올 때까지<br><br>그렇게 서있어야만 했습니다<br><br>하루 하루<br>함께 보내지 못한<br>상윤이의 신발만 바라보며<br>바람의 온기로만 버텨오던 <br>할아버지의 우편함에는<br>이름 모를 고지서들로 쌓여만 가고 있었고<br>부산스럽게 닫히던 그 문 조차도<br>열린적이 없었다고<br>지나는 낮선 바람이 속삭여 주고 있었습니다<br><br><br><br><br> 사랑을 그려준 사람<br><br> 어부바 할아버지 당신은 <br><br> 이세상 어디에 있든<br><br> 영원한 나의 사랑입니다<br><br><br><br><br><br><br><br><br><br><br><br>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br><br><a href="http://cafe.daum.net/sara3040" target="blank"><font face="돋움" style="font-size: 10pt;"><strong></strong></font></a></p><p style="text-align: center;"><br></p></div><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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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나 한편으로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은 마음이 시립니다~
새벽부터눈물이나고가슴저려끝까지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네요
하늘바래기님 노자규님의 골목이야기 글을 잘 읽었습니다.
수준 높은 글솜씨로 사람의 가슴을 울리고, 인생의 고달픔을 적나라 하게 펼치는 애환서린 내용은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며 나의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되뇌이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