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어느 날 친구가 그랬습니다. 너의 음악은 빈정거리는 희망 같아. 저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맥락은 역시 '빈정거리는 희망'입니다.
저는 염세주의와 이상주의는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염세를 알아야 진짜 이상을 꿈꿀 수 있고 이상을 꿈 꿔 보아야 염세를 체득할 수도 있다 뭐 그런 쪽입니다.
반복되는 허무와 희망과 좌절과 용기의 뒤엉킴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 각자를 살게 하는 것들에 관한 앨범입니다. 물론 틈틈이 빈정거는 건 잊지 않고.
어차피 사라져버릴 여러 마음들을 우린 서로 직접 보듬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노래 안에서 만나, 노래 안에서라도 한 순간 풀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발음을 잃어버리고 폐허가 된다 해도.
쉴 새 없이 빈정거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하여. 넌 마지막 너야!
Track1 도킹
명백하고 애석하게도 우린 서로를 직접 보듬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노래 안에서 도킹합시다.
Track2 구름 한 점이나
어느 날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을 듣고 빈정이 상해 만든 곡입니다. 사실 꼴뚜기를 가둔 건 당신들이면서 말이죠.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하지만 세상에 뜬구름이 아닌 시작들이 있었나요. 이런 모양이나 저런 모양이나 저도 구름 한 점 보태봅니다.
Track3 교재를 펼쳐봐
타인의 아픔을 함부로 수단삼아 교훈을 말하는 이들에 관한 곡입니다. 그런데 쓰다보니 노래를 짓는다는 것 또한. 결국 나도 별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발매한 영웅 수집가라는 곡과 쌍둥이 곡이며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만든 곡입니다
Track4 사형선고
우린 일평생을 살아가며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몇 번이나 사형선고를 내리고 받게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Track5 폐허가 된다 해도
'어차피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에 관한 곡입니다
의미도 실체도 필연적으로 사라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유의미하고 실체적인 '너'들을 가지고 '나'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Track6 코미디여 오소서
예술론이기도 하며 인생론이기도 합니다. 비극을 전시하면서도 결국은 희극이기를 바라는 모순되고 못된 마음을 동시에 담고 싶었습니다. 과장된 슬픔이나 허황된 이상을 토로한다는 것이 참 유혹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삶이 희극일 때 더 웃었던 것 같습니다.
Track7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다운 말
아무리 어색하고 황당한 마음이라도 그걸 전했을 때 그 마음을 받은 상대가 읽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건 사랑일 겁니다. 사랑하는 이들 스스로 정한 말들을 서로에게 내뱉고 표현하는 것
우리다운 우리의 지금다운 말을 주고 받는 것. 뭐 그런 노래입니다
Track8 커다란 마음
수천 년에 걸쳐 수만 권의 책을 통해져 내려오는 지혜들도 사실 사랑이 무언지, 행복이 무언지 정의하지 못 했습니다. 고작 몇 십년을 산 저희가 갑자기 '사랑은 이런 것이요!!'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아주 커다란 마음이 들 때가 있지요.
Track9 흩어진 꿈을 모아서
첫 버전은 17살 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쓸 수 없는 무한한 긍정과 희망으로 가득찬 곡입니다. 유치하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방치했지만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는 이 노래가 참 소중해졌습니다. 17살 시절의 이승윤이 만든 노래를 33살 끝무렵 지금 이 순간의 친구들 목소리와 함께 완성 시켰습니다.
폐허가 된다 해도
작사, 작곡 이승윤
저 허름한 폐가에서도 사랑이 있었겠지
폐허가 된다 해도 나는 너를 너를 너를
이제는 읽을 수가 없는 옛 글자들처럼
발음을 잃어 버린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난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너로 가득 흐를거야
소멸해 버릴 진실은 거짓말인 걸까
시간은 나 역시 부숴 버리겠지 결국
어차피 사라져 버린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쟁이가 된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난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난 나라는 시대의 처음과 끝이야
난 나라는 인류의 기원과 종말이야
넌 나라는 마음의 유일한 무덤이야
넌 나라는 시계의 마지막 시침이야
난 나라는 우주의 빅뱅과 블랙홀이야
난 나라는 신화의 실체와 허구야
난 너의 이름을 닮은 집을 지을거야
폐허가 된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넌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너로 가득 흐를거야
첫댓글 흩어진 꿈을 모아서 꼭들어줘
가사가 의미 있어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