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이상의 고위직은 임명되기 전에 국회에서 인사 청문회를 거치도록 만든 것은 노무현정권이 들어서서다. 장관이 아닌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이 범주에 들어간 것은 권력기관의 총수이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을 통하여 내정자의 정책능력이나 청렴도 등 광범위한 인사평가를 받아야만 투명한 인사행정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청문회 제도는 미국의회의 단골메뉴였지 우리나라에는 없던 것인데 5.18 민중항쟁과 5공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이 때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은 5공 비리위원회에서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 ‘재미’를 잊지 못한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장관직 등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도입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장관이 되면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인격과 실력을 갖춘 인물이면 국가사회를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이고 무능하거나 부패한 인물이면 ‘악의 씨’가 될 것이다. 국회에서 이를 사전에 점검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사람으로 판명되면 내정을 취소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내정자의 시시콜콜한 이면이 모두 공개된다. 과거에 세금을 안 냈거나 건강보험료를 미납했거나 하는 일이 들통 나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에도 연방대법관에 내정된 인물이 여러 가지 흠집이 나타나자 즉각 사퇴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내정된 여섯 사람에 대한 인물평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가장 말썽을 빚은 사람은 단연 유시민이다. 그에 대해서는 여당 안에서 불만이 표출되었다.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 보도도 있었고 실제로 공개적인 성토가 벌어졌다.
김우식은 전국 곳곳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동산 투기 혐의가 덧씌워졌고 이종석은 과거에 썼던 논문이나 NSC 차장시절의 친북 좌파적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이상수는 대선자금 때문에 감옥에서 출소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은혜를 갚기 위한 인사 아니냐 하는 게 논란을 일으켰다. 정세균은 여당대표에서 장관임명을 받는 것에 대한 문제와 교통위반 78건이 드러났고 경찰청장 내정자인 이택순은 엉뚱하게도 3년 전 대통령 사돈이 음주운전을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문제로 시비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보도를 통해서 청문회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훤히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분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여론조사를 하니까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여기서 우리는 청문회를 여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살폈던 대로 청문회는 사전 점검을 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막중한 권한을 가진 자리의 책임자가 되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저열하거나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하면 부하직원이나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췄겠는가. 동료들도 싫어하고 기피하는 사람인데 국민들은 옹호하고 존경할 수 있겠는가. 집에서 새는 쪽박은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출세욕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국가사회에 대한 강력한 책임감과 봉사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내정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흠결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의도했던 대로 국회가 제몫을 다한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과거에 국무총리로 내정된 인물들이 연거푸 낙마한 일이 있는데 모두 부동산과 관계된 것이었다. 이번에도 여러 사람이 부동산과 관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갔다. 오히려 대통령은 청문회가 ‘정쟁’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하면서 그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런 청문회를 무엇 때문에 열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잘못한 것이 드러나면 임명을 취소하거나 자진 사퇴하기 위해서 청문회가 존재하는 것이지 지저분한 일들이 세상에 모두 까발려졌는데도 그대로 임명할 것이라면 애당초 추문이 나타나지 않도록 청문회 따위는 없어야 한다. 할퀴고 찢긴 몸으로 자리를 차지해도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국회에서 인사 청문회를 계속하려면 법을 고쳐 가부투표를 통한 결정권을 부여해야 옳다고 본다. 도덕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풍토를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다. 장관 자리만 주면 얼씨구나 춤추며 절한다. 흠집이 드러나도 뻔뻔하다. 이처럼 얼굴에 철판 깐 사람들이 장관으로 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청문회에서 가부를 결정하도록 해야만 한다.
첫댓글 청문회법을 개정하여 국회에 가부투표를 통한 결정권을 부여함이 옳다고 본다.좋은글 올리신 전대열 회장님 감사합니다.건필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