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에 대한 소고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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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존재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남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되고, 거꾸로 다른 사람이 나의 영역을 함부로 휘젓게끔 흐물거려도 안 된다고 배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부담은 성가신 것이어서 마침내는 거리를 두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거리를 둔다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집을 태우는 격으로 고립을 자처하는 꼴이니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행, 불행을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를 이룩하려면 일단 서로 편해야 하고, 그러려면 다른 무엇보다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인간관계에서 예의나 존중은 필수 덕목이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자칫하다가는 피곤함을 초래한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남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고자 조심하는 것을 넘어서서 관계의 돈독함을 위해 말을 편안하게 주고받도록 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하지 싶다.
얼마 전 집단상담에서 유독 한 사람에게 생각나는 대로 피드백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분은 성장을 위해 집단상담에 자주 참석하는 신부님인데, 나를 전폭적으로 믿기 때문인지 내가 지적해줄 때마다 거의 언제나 “아, 그렇습니까!” 하고 기꺼이 수용했다. 학습의 효과는 즉시성에 있다며 그때그때 피드백하면서도 나는 그분의 이러한 태도가 퍽 고마웠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다면서도 정작 문제점을 일러 주면 불편해한다. 갸우뚱한 모습을 보이거나 인정하기 어렵다는 듯이 새초롬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나도 조심스러워 말을 아끼거나 하더라도 완곡하게 표현하고 만다.
엊그제도 어떤 노처녀가 사는 게 힘들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뭐냐고 내게 물었다.
일단 그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왔는지 쭉 들어보니, 번번이 가족들과 싸웠던 탓에 집안 내에서 골칫덩어리로 취급되는 듯했다. 나름 똘방졌던 그녀는 어려서부터 원하는 게 많았지만, 그녀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아 딸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했다. 이런 것에 사무쳤던 그녀는 부모를 무능한 사람으로 여기며 툴툴거렸고, 자기와는 달리 부모에게 순응적인 태도를 보였던 형제자매에 대해 멍청하다고 무시했다. 그러면서도 자립 능력을 갖추지 못해 나이 들어서도 부모와 함께 지내는 바람에 결혼한 형제자매에게 대우받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원래 스트레스라는 것은 자기 마음에서 거부하기 때문에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마땅치 않아 하는 마음의 산물이 스트레스라며 먼저 욕심을 비우라고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색이 변했다. 자기에게 욕심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하자, 나의 의견을 구한다면서도 그녀는 토라졌는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상담자인 나는 어떻게든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금 설명하였다. 자기 욕심대로 살지 못한 불만이 많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면이 많다고, 그래서 매사에 마찰을 겪는 것 같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건 대상이나 사물과 마주할 때 건드려지는 역치가 낮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우리 주변에는 자잘한 문제를 너그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한 사람, 상대가 악의 없이 하는 말인데도 따지듯 몰아붙이는 사람, 지적을 받았을 때 유독 자존심 상해하며 삐친 모양을 하는 사람 등 모두 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유형이다.
사실, 이 세상 모든 이들은 기질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 다르다. 그런 마당에 자기 마음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기처럼 어렵다. 오히려 어느 정도 서로 맞지 않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치명적일 정도로 인격 모독을 받았거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리는 게 아니라면 다소 마음에 거슬려도 그러려니 하고 순하게 살았으면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빡빡하게 굴면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피곤하기 이를 데 없다.
첫댓글 네
장성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의 셍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주장도 기꺼이 받아들여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면 그만큼 주장하게 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를 않는 듯합니다. ㅠ ㅠ
자기 마음속에 마뜩찮게 여겨지는 것을 받들여야 할 때 발생하는 것이 스트레스 인 것 같습니다. 자기 욕심대로 안 된다고 해서 화를 낸다면 격이 낮은 사람이 되는 거겠지요. 그 노처녀의 정곡을 찔러준 상담이네요.^^~
요즈음에는 불편함이 느껴질 때마다 자신의 비좁음을 얼른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비교적 너그러워지는 듯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합니다..
소름끼칠 정도의 공격도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불화살도 서슴치않는 세상이에요..
큰 상처가 됩니다.
가족간의 인간관계가 스트레스네요..( 미국과 한국관계,, 좌파 형제들과의 관계)
남산이 어느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전적으로 자기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자가기가 위치하고 있는 게 없으면 동서남북도 없는 것이지요.
즉, 자신의 위치라는 조건에 따라 동서남북이 생기는 거니까 엄밀한 의미에서 동서남뷱이라는 것이 편의상 설정한 것이지 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자체가 참으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