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반세기 딸을 찾아다니다 세상을 떠난 아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딸의 어머니는 딸을 잃고 우울증을 앓다가 진작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 긴 시간 얼마나 애타는 심정으로 전국을 헤매었을까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아픕니다. 가족을 잃은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그 마음을. 상상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말 그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이 온통 아이 생각으로, 사랑하는 그 사람 생각으로 지배됩니다. 평소 당연하였기에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냥 거기에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이니 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곁에 없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세상이지요. 무너진 세상입니다. 발을 디뎌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붕 떠있는 기분, 내가 사는 것인지, 살아있는 것인지 가늠하기도 싫어집니다. 차라리 죽어있는 시신을 보았다면 얼마간 아픔을 견디고는 차츰 잊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그 삶은 그냥 죽은 인생입니다. 마음이 혼란 속에 묻히고 정신이 지진이 난 듯 무너집니다. 살맛도 없고 죽을 맛도 없습니다. 숨이 붙어있으니 그냥 사는 겁니다. 간절한 바람이 그나마 버티는 힘입니다. 끈질기게 절망을 붙들고 늘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찾는 범위도 넓어집니다. 어디를 가야할지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이제 처갓집이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잠깐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아내 ‘리사’는 주유소 옆 편의점에 들러 물 한병 사가지고 나옵니다. 주유를 하고 아내를 기다립니다. 금방 나올 듯하였는데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습니다. 화장실 갔나? 그래도 주변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이미 주유는 끝났고 어서 가야 할 텐데 왜 안와? 할 수 없이 차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직원에게 묻습니다. 혹 검은 머리 흰 티셔츠에 청바지 입은 여자 못보셨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저기 편의점 안을 돌아봅니다. 화장실도 남자 여자 모두 살펴봅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편의점을 나옵니다. 주유소 근방을 다 돌아봅니다. 어디 간 거야?
리사! 핸드폰을 몇 번이나 걸어봅니다. 받지 않고 메시지 남기라는 자동응답만 나옵니다. 그만 장난하고 어서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주유소와 편의점을 몇 번이나 돌아봅니다. 혹시 먼저 자기 집으로 간 거야? 그럴 리가. 그래도 도리가 없습니다. 차를 몰아 처갓집으로 가봅니다. 두 어르신이 반겨 맞습니다. 그런데 왜 혼자서? 아니 혹시 먼저 왔나 해서요. 멀지 않은 곳에서 주유하는 동안 편의점에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사라졌습니다. 사라지다니! 어디로? 그래서 혹시나 하고 온 것입니다. 어쩌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짐작되는 일이 없습니다. 뭐 그다지 좋은 마음으로 처갓집을 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운 것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경찰에 실종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청합니다. 경찰은 진정하라고 하면서 좀 기다리라고 합니다. 당사자야 마음이 급하지만 공무수행 중인 사람이 자기 일만 가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도 얼마 후 형사가 찾아와줍니다. 함께 편의점을 다시 들어갑니다. 주유소 근처 CCTV를 보자고 합니다. 점원이 얼마 전부터 고장이라고 답합니다. 도무지 무슨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어떻게 왜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속이 뒤집어질 일입니다. 마음은 급한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씁니다. 형사는 일단 경찰서로 돌아가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일단 전국 수배령을 내리고 대책을 강구해봐야 합니다.
같이 경찰서로 옵니다. 그리고 형사가 일대일 대면상담을 합니다. 직업, 거주지, 결혼생활 등등 묻습니다. 범인이 된 듯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마치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아내가 남편 몰래 도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기야 아직은 일반적인 수사단계이니 형사로서는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마음 상합니다. 사소한 문제를 갖지 않고 부부생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그런데 그것을 문제화하면 마음이 상합니다. 경찰서를 뛰쳐나옵니다. 내가 직접 찾아나서리라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을까?
편의점을 다시 살펴보고 주유소를 다시 돌아봅니다. 그런데 잠깐, CCTV가 작동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편의점으로 들어와 점원을 닦달냅니다. 이놈이 한 패로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CCTV를 뜯어내서 경찰서로 향합니다. 경찰서에서 CCTV를 확인해봅니다. 아내가 편의점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납니다.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그 사이 대형 트럭이 가로막습니다. 잠시 머물다가 떠납니다. 그 사이 아내도 보이던 승용차도 없어졌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하고 ‘윌’은 직접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차츰 드러납니다. 실종사건, 당사자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일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곳곳에 CCTV라도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영화 ‘분노의 추격자’(Last Seen Alive)를 보았습니다. 2022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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