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天安)은 이름 그대로 하늘도 편하고, 땅도 편하고, 더불어 사람도 편한 곳이다. 삼남의 분기점 천안삼거리에 얽힌 낭만과 멋, 그리고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문화와 예술의 고장이 바로 천안이다.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충무공 김시민 장군, 석오 이동녕 선생 등 수많은 애국 열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흔히 ‘천안’하면 ‘호두과자’나 ‘천안삼거리’를 먼저 떠올리고 이를 천안의 모든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천안만큼 살아 움직이는 도시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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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있는 천안시청사 전경. 천안시는 4개 읍, 8개 면, 16개 행정동, 30개 법정동으로 구성돼 있다. | 천안시 제공
천안은 충청남도의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은 충북의 청원군ㆍ진천군과 접하고 있으며 서쪽은 아산시와, 남쪽은 공주시ㆍ세종특별자치시와, 북쪽은 경기도 평택시ㆍ안성시와 각각 경계를 이루고 있다.
천안을 이야기할 때 첫머리에 놓이는 것이 ‘교통 요충지’다. 천안은 고속철도, 고속도로, 전철, 항공 등이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접근성을 무기로 한 ‘교통중심 도시’다.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서울기점 83.6㎞에 위치한 천안은 수도권의 배후 역할을 하면서 국도, 철도, 고속도로, 도로 등 각종 교통의 요충지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시가지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경부선이, 남서로는 장항선이 뻗어 있고 서울ㆍ진천ㆍ아산ㆍ공주ㆍ평택ㆍ대전 방향으로 사통팔달의 육로가 펼쳐져 있어 도로면 도로, 철도면 철도, 가히 모든 길은 천안으로 통한다 할 수 있다.
천안은 13개 대학에 7만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젊음과 열정의 도시이기도 하다. 시 전체 인구의 28% 정도가 학생인 이곳은 늘 배움이 있는 평생학습의 도시라 할 수 있다.
천안은 인구 60만명에 재정규모 1조원을 넘어선 대한민국의 중심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시에는 14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반도체ㆍITㆍBTㆍ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성장을 바탕으로 중부권 최대의 기업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인구 100만이 살아도 넉넉한 시민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 천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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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 사적지 전경. 1919년 4월 1일, 병천면 아우내장터에서 열린 호서지방 최대 규모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의 나라 사랑과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추모각, 봉화대, 초혼묘, 생가, 기념관 등이 있다. | 천안시 제공
천안을 대표하는 인물로 유관순(柳寬順, 1902~1920) 열사를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유관순 열사는 1902년 12월16일 천안시 병천면 용두리에서 태어났다. 서울의 이화학당(현 이화여고)에서 신학문을 배우며 애국심을 키운 그는 1919년 3ㆍ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어 총독부 휴교령으로 고향인 천안시 병천면에 내려와 같은 해 4월 1일 아우내독립만세운동을 전개했다. 이 시위로 열사의 부모를 포함 19명이 순국하고 3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유관순 열사는 공주지방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경성복심법원에서 3년형을 선고받았다. 같이 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 항소한데 반해 유관순 열사는 항소를 포기하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수감 중에도 옥중에서 끊임없는 독립만세를 외쳤고, 이로 인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열사는 체포 당시의 상처와 고문으로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1920년 9월 28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유관순 열사는 비폭력 투쟁, 삼일정신의 상징으로 존경받고 있다.
김시민(金時敏, 1554~1592) 장군은 1554년 8월27일 천안시 병천면 가전리에서 태어났다. 25세가 되던 1578년(선조11년) 무과에 급제한 그는 훈련원 주부를 제수받았고, 1591년 진주판관에 임명됐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공격해오는 왜군을 크게 격파한 공로로 7월말 진주목사로 발탁됐다. 1592년 10월 5일, 왜군 3만 여명은 제1차 진주성 전투를 감행하여 김시민 장군과 대접전을 벌였다. 이때 아군은 3800여명의 적은 군사로 고군분투했지만 장군의 탁월한 용병술과 전략전술로 왜군 2만 여명을 사살하는 대승리를 거두었다. 진주성 전투는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기록됐다. 김시민 장군은 승리 후 성안을 순회 검시하던 중, 왜적 한 명이 시체 속에 숨었다가 쏜 총에 맞고 치료를 받다가 1592년 10월 18일, 39세를 일기로 순국했다. 나중에 충무공(忠武公)의 시호를 하사받았다.
석오 이동녕(李東寧, 1869~1940) 선생은 천안시 목천읍 동리에서 1869년 2월 17일 태어났다. 대한제국기에 민권운동, 자강운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1907년 안창호, 신채호 등과 신민회를 조직하고 1919년 상해임시정부 초대 의장이 되는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담헌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은 1731년(영조7년)에 수신면 장산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실학정신을 바탕으로 신분제도 타파와 기능에 따른 직무부여 등을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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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을 대표하는 명소인 독립기념관. 1987년 8월 15일 온 국민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건립됐다. 민족의 자주독립과 국난극복사, 국가발전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 천안시 제공
천안을 대표하는 명소로 독립기념관을 들 수 있다. 독립정신의 산실인 독립기념관은 1987년 8월 15일 온 국민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건립됐다. 민족의 자주독립과 국난극복사, 국가발전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유관순 열사 사적지는 1919년 4월1일 병천면 아우내장터에서 열린 호서지방 최대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의 나라 사랑과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추모각, 봉화대, 초혼묘, 생가, 기념관 등이 있다.
이밖에 평생 독립운동을 위해 몸을 바친 석오 이동녕 선생의 생가지(목천읍 동리)와 미국유학중 한인회, 흥사단 등의 단체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펼친 유석 조병옥 박사의 생가지(병천면 용두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천안의 명소다.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에 위치한 천호지도 천안을 대표하는 명소이다. 최근 웰빙 공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천호지 공원은 건강을 위한 운동코스는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가족들의 소풍 장소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천호지의 야경은 멀리 외지에서도 구경을 위해 찾을 정도로 아름답다.
태학산 자연휴양림에는 고려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양식인 삼태마애불(보물 407호)이 있다. 학이 춤을 추는 형태로 생겼다하여 태학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나무가 많고 가족단위 휴양에 좋다.
세계 유명 작가의 조각품 60여점이 전시돼 있는 천안시 동남부 신부동 천안터미널 앞 아라리오 광장도 천안의 명소를 꼽는 데서 제외할 수 없다.
삼남의 사람과 문화가 만나 어우러지는 곳, 천안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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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398호로 지정돼 있는 광덕사 호두나무. 천안 일대의 호두나무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천안 호두과자가 탄생한 배경이 된다. | 천안시 제공
천안을 대표하는 명소 천안삼거리는 예로부터 삼남의 사람과 문화가 만나서 어우러지고 퍼져나가는 요충지였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은 천안에 이르러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한 길은 병천을 거쳐 청주로 들어간 뒤 문경 새재를 넘어 상주로, 영동ㆍ김천을 지나 대구, 경주 등으로 통하는 길이다. 다른 한 길은 공주를 거쳐 논산, 전주, 광주, 순천, 여수, 목포 등지로 통하는 길이다. 천안삼거리는 호사스러운 관행이 지나가기도 하고, 초라한 선비가 아픈 다리를 쉬어가기도 하던 곳이다. 그래서 갖가지 전설과 다양한 민요를 낳기도 했다. 대표적 민요 ‘천안삼거리 흥타령’은 기쁜 노래의 대명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천안시는 이토록 유서 깊은 천안삼거리를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 가로수로 능수버들을 심어 가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발 699m의 광덕산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과 아산시 배방면, 송악면 사이에 있는 산세가 수려하고 숲이 우거진 명산이다. 산자락에 있는 광덕사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진산대사가 중건한 절이다. 한때 경기, 충청지방에서는 가장 큰 절이었으나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린 뒤 대웅전과 천불전이 재건됐다. 이곳에는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보이는 3층 석탑이 남아 있고, 천연기념물 제 398호로 지정된 광덕사의 호두나무도 있다. 광덕사 호두나무는 천안 호두는 물론 천안의 명물인 ‘천안 호두과자’의 뿌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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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흥타령춤축제의 한 장면. ‘천안삼거리 흥타령’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접목해 다양한 춤과 음악으로 버무린 축제로, 매년 9월 말∼10월에 열린다. 거리퍼레이드, 춤 경연, 춤 따라 배우기, 세계민속춤 대회 등으로 꾸며진다. | 천안시 제공
3ㆍ1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2월 말일 유관순 열사 사적지와 아우내장터에서 여는 ‘3ㆍ1절 기념 봉화제’는 천안을 대표하는 이벤트다.
‘천안삼거리 흥타령’을 현대 감각에 맞게 접목, 다양한 춤과 음악으로 버무린 ‘천안흥타령춤축제’는 매년 9월 말∼10월에 열린다. 거리 퍼레이드, 춤 경연, 춤 따라 배우기, 세계민속춤 대회 등으로 꾸며진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뽑힌 바 있는 이 축제의 2012년 관람객 수는 135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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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천안 거봉포도.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 감칠맛이 나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 천안시 제공
천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고소하고 은은한 호두의 향과 맛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꼽을 수 있다. 고려 충렬왕 16년 류청신 선생이 원나라에서 들여와 광덕에 심은 것이 시초로 알려진 광덕 호두는 껍질이 얇고 속이 꽉찬 열매 때문에 그 인기가 높다. 또한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천안 광덕의 호두를 주원료로 만드는 천안 호두과자는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받는 간식이 되었다.
유관순 열사가 독립 만세를 외치던 아우내장터 일대에는 수십 곳의 순대 전문점이 있다. 이 일대를 그래서 ‘병천 순대골목’이라고 부른다. 큰창자(대창)를 쓰는 함경도식 순대와 달리, 병천순대는 작은 창자(소창)를 써서 특유의 돼지 누린내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잘 손질한 소창에 배추, 양배추, 당면 등을 정성껏 넣어 만든 야채순대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수십 년 전부터 아우내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병천순대의 또 한 가지 맛의 비결은 돼지뼈를 여러 시간 고아 뽀얗게 우려낸 국물에 있다. 기름기를 걷어낸 국물은 야채순대와 어우러져 병천순대 특유의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낸다.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 감칠맛이 나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천안 거봉포도는 전국 거봉포도 생산량의 43%를 차지한다. 이 포도는 소화촉진과 피로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밝고 선명한 황갈색을 바탕으로 연하면서도 달고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천안배 역시 천안을 전국 3대 배 주산지로 자리잡게 할 정도로 유명하다. 요즘은 미국, 호주,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면서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 밖에도 당도가 높은 수신 멜론, 포도당과 과당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천안 오이는 물론 성환 개구리참외 등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천안시 안서동 태조산에 자리한 각원사 주변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 천안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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